집안에 큰 즐거움 건네주는 정다운 새

봄소식을 전하는 꽃 가운데 양지바른 무덤가 옆에 잘 자라는 할미꽃이 있다. 흰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암술대, 땅으로 굽은 모양을 한 꽃대가 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둘레에 쉽게 볼 수 있는 새 가운데도 '할미'란 이름이 붙은 할미새가 있다. 할미새를 처음 본 사람은 왜 할미새란 이름이 붙었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몸에 흰색과 회색 깃털이 많이 보여 흰 머리카락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만 "할머니를 닮았네"라고 맞장구치기는 쉽지 않다.

◇언제 들어도 정겨운 '할미' = 그런데 그 '할미'가 참 정겹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할미'는 할멈의 낮춤말이나 늙은 여자가 손자·손녀에게 자기 자신을 이르는 말로 나온다. 할미란 말만 들어도 어딘가에서 우리네 푸근하고 인정스런 할미가 나타나 "이 할미가 옛날이야기 하나 해 줄 테니 들어 볼라나?" 하고 물어 올 것 같다.

할미꽃 밖에도 '할미밀빵', '동강할미꽃'도 있다. 산에는 '할미바위'도 있고, '마고할미'는 지리산신이며 민족의 또 다른 신이다. 고성오광대 '할미탈'을 비롯하여 곳곳에 할미가 우리를 맞이한다.

◇할미새 삼총사 = 둘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할미새는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 검은등할미새, 여름철새인 알락할미새, 겨울철새인 백할미새이다. 알락할미새 가운데 간혹 몇 마리를 겨울에 보기도 한다.

알락할미새.
검은등할미새.
백할미새.
할미새는 날씬한 몸과 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데, 땅 위를 걸어 다닐 때 꼬리를 위아래로 흔드는 버릇이 있다. 날 때는 파도 모양으로 날고, '치칫, 치칫' 또는 '찌- 찌-, 찌- 찌'하고 소리를 낸다. 즐겨 먹는 것은 곤충이다. 둥지는 집 빈틈이나 풀밭 둘레 바닥에 마른 풀잎으로 만드는데 바닥에 깃털이나 동물 털을 깐다. 한 배에 세 개에서 여섯 개의 알을 낳는다. 예부터 할미새가 집에 둥지를 틀면 그 집안이 번성한다든지 앞으로 큰 즐거움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텅 빈 학교 운동장을 앙증맞은 걸음으로 바쁘게 다니며 먹이를 찾는 할미새를 본다. 덩달아 내 마음도 즐거워지고 푸근해진다.



백할미새

왁자지껄 떠들썩하던 학교 운동장
아이들 교실로 들어가고
비좁기만 하던 운동장 크게 보일 때
운동장 너머 강가에서
쬬 쬿 쪼 쬿
백할미새 운동장 찾습니다.
   
 
 
아이들 다시 나올까
바삐 바삐 걸어 다니며
부리로 여기 저기 콕 콕

내 눈에 죽은 땅이
백할미새에겐 커다란 식탁입니다.

/오광석(산청 신안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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