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시 대곡양조장 '효생막걸리'

진주시 대곡 양조장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첫째,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솥에서 여전히 밥을 찌고 있다.

솥뿐만이 아니다. 물을 끓이는 커다란 솥이 별도로 남아 있는데, 이를 포함해 찐 밥을 곱게 갈아 펼쳐서 식히는 자리까지 모두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쓰이고 있다.

물을 끓이는 곳에서 나온 수증기는 기다란 호스를 타고 솥까지 간다. 수증기로 데운 솥은 고두밥을 지어낸다. 고두밥을 잘게 부수는 기계(분쇄기)는 사온 것이다. 33㎡(10평) 남짓 숙성실에 10개가 있는 500ℓ씩 담기는 독도 지난해 여름 옛날 독을 쓰던 걸 교체한 스테인리스 통이다.

일제강점기에 쓰던 솥 '눈길'

물을 끓이는 곳. 수증기가 호스를 타고 솥까지 간다. /이동욱 기자
이렇듯, 일제강점기 양조장 터를 오랜 세월 지키고는 있지만, 최근 들어와 대곡 양조장은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 특징 가운데 둘째는 이런 변화의 까닭을 알 수 있게 한다. 올해로 26년째 양조장을 꾸려온 구영서(66)·김금란(66) 부부가 아들 구종회(34) 씨에게 대를 잇고 있다.

본격적으로 양조장을 물려받는 젊은 구종회 씨가 발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양조장 안팎으로 변화가 엿보인다. 대곡 양조장은 지난달 초 생과일을 통째 갈아 넣는 막걸리로 소개된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에 막걸리를 공급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2월 9일자 13면 보도>젊은 세대가 즐겨 찾는 과일 막걸리 전문 술집 등에 막걸리를 제공하는 일은 구종회 씨 덕분에 이뤄졌다. 또래가 추구하는 바나 요즘 경향 등을 잘 알고 있어서다.

대곡 양조장에서 내놓는 막걸리는 유달리 곡물 향이 진한 듯했다. 입 안에서 적당히 물컹대는 감촉도 있다. 이름은 효생(酵生) 막걸리. 효모가 살아 있는 막걸리란 뜻이다. 비록 개량된 방식이고 국내 곡물 유통 구조와 현 지역 양조장들의 사정을 반영하긴 하지만, 양조장 주인장들은 밀가루를 조금이라도 쓰면 쌀만 쓸 때보단 맛이 뛰어나다고 입을 모은다. 대곡 양조장에서도 쌀과 밀가루가 각각 50% 비율로 쓰인다. 직접 배양한 누룩을 띄워 술을 안친다.

효모 살아있어 술맛도 '탁월'

대곡 양조장이 있는 대곡면은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하면 진주시청으로부터는 약 14㎞ 거리에 있다. 시내와 떨어져 있고, 진주에는 양조장이 족히 5개 넘게 운영이 돼 대곡 양조장으로서도 유통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 더구나 이젠 전국을 단위로 한 대형 기업 막걸리가 생산량부터 우위를 점해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요 근래 대부분 양조장이 기계화해 노동력을 적게 들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습니더. 손맛이 사라지는 거지요. 막걸리 붐이 일어 실제 국민한테 소비도 부추기고, 사람들이 많이 사먹기도 하지만……. 그만큼 업체가 많이 생겼어요. 우리로서는 되레 어려워진 겁니더." (김금란 사장)

찐 밥을 갈아 펼쳐 식히는 자리. 일제강점기에 쓰던 것이 아직 남아 있다.
국세청 집계를 봐도 알 수 있듯이, 2003년부터 점점 줄어들던 양조장 수도 2008년 기점으로 그 수가 다시 조금씩 늘었다. 현재 전국 양조장 수는 약 800곳이다.

김금란 사장은 질 좋은 막걸리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도태되느냐 살아남느냐 갈림길에 선 시기다.

살려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역시 아들은 큰 힘이 된다. "남편하고 저하고는 나이가 많아 팔면 팔고, 안 팔리면 안 팔고, 그런 마음이었지예. 근데 아들이 함께 일하면서부터는 술을 빚어내고 직접 배달하는 일까지 좀 적극적으로 바뀌었습니더. 아들이 책임지고 해나갈 듯합니더."

대이은 양조장 변화도 '민감'

   
 
 
대곡면 일대를 포함해 진주 시내에도 일부 유통된다. 진주 시내로 나가게 된 건 지난해 봄부터다.

특히, 동네 주민들이 잊지 않고 찾아주는 데서도 힘을 얻는다. 대곡면은 남강 물줄기를 따라 고추, 피망, 딸기, 꽃 등을 재배하는 하우스 농가가 많은 고장이라 주민들이 농주(農酒)로 자주 마시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대곡양조장 막걸리는 주민들이 차리는 제사상에도 오르고 있다.

하루 출고량이 정해진 건 아니다. 때마다 다르긴 하지만, 명절 때는 매출이 대폭 뛰어오른다. "성묘, 고사, 진주 개천예술제. 고향 사람들이 모이면, 늘 찾아주니 고맙습니더. 객지에서 와서 우리 막걸리를 받아가거나 택배 주문을 해주는 분들한테도요. 대형 양조장이 산뜻한 맛이나 요새 젊은 층 기호에 맞추는 건 우리보다 뛰어나겠지만, 오랜 기간 쌓인 전통도 무시할 순 없는 노릇입니더. 옛날 막걸리도 나름 매력을 갖추고 있지요."

김 사장은 모든 양조장이 달고 밍밍하기도 한 요즘 막걸리 맛에 꼭 맞출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일률적인 막걸리 맛을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꼴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막걸리 흥망의 폭이 컸던 만큼 대곡 양조장도 30년 가까이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창 잘 나갈 때는 마산·창원까지 기차 화물로 실어 보낸 적이 있고,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가 생계 유지도 어려울 지경까지 가본 경험도 있다. 긴 시간 동안 버텨왔기에 앞날도 두렵지 않은 이유다.

값은 한 병에 0.75ℓ 800원, 1.7ℓ 1800원. 대곡면 주민센터 근처에 있다. 진주시 대곡면 광석리 289-1번지. 055-744-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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