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진행자들이 잘못된 발음이나 어법을 구사하는 사례가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소원 한국방송통신대 국문과 교수는 한국방송협회가 발행하는 <방송문화> 1월호에 기고한 ‘방송언어 표현의 문제점과 과제’라는 글을 통해 안방극장 언어의 오용 실태를 지적했다.

장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전문방송인들도 ‘제출’을‘재출’로, ‘거래’를 ‘거레’로발음하는 등 ‘ㅐ’와 ‘ㅔ'를 혼동하고 있으며 ‘ㅡ’와 ‘ㅓ’를 구별하지 못한 채 ‘그러나’와 ‘으름장’을 각각 ‘거러나’와 ‘어럼짱’으로 발음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또한 단모음인 ‘ㅚ’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그외에’나 ‘죄송합니다’를 ‘그웨에’나 ‘좨송함니다’로 말하는 진행자도 비일비재했다.

최근 들어서는 입술을 둥글게 만들어 소리내야 할 ‘ㅗ’나 ‘ㅛ’를‘ㅓ’나 ‘ㅕ’로 발음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고 한다. 개그맨 남희석과 이영자 등은 ‘있어요’를 ‘이써여’로, ‘성공했죠’를‘성공해쪄’로, ‘이쁘네요’를 ‘이쁘네여’라고 말한 것으로 지적됐다.

장교수는 경음화 현상도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좀 전에’

가‘쫌저네’로(SBS <순풍 산부인과>), ‘사납군요’가 ‘싸납구뇨’로, ‘점프’가 ‘쩜프’로(이상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골밑’이‘꼴밑’으로(SBS <출발 모닝 와이드>) 소리난다는 것이다.

자음 받침을 잘못 발음하는 것도 대표적인 오용 사례로 꼽혔다. SBS <카이스트>의 출연자는 ‘발끄틀’이라고 해야 할 ‘발끝을’을 ‘발끄츨’이라고 발음하는가 하면 KBS 2 <뉴스 투데이>의 앵커나 MBC <뽀뽀뽀>의 진행자조차 ‘볕을’과 ‘닭에’을 각각‘벼츨’과‘다게’로 잘못 말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흐르다’와‘전야제’를‘흘르다’와 ‘전냐제’로 발음하는 자음첨가, ‘저희가’와 ‘해볼까’를‘저의가’와 ‘해보까’로 말하는 음운탈락,‘과장된’과 ‘실화’를‘가장된’과‘시라’로 소리내는 활음탈락 현상도 빈번하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장교수는 잘못된 어법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방송인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두번째 이유 또한 자연환경을 무시할 수 없는데요’(KBS1 <6시 내고향>)는 주어와 술어가 일치하지 않는 문장이며 ‘납세와 병역, 그리고 전과 등 신상자료 공개가…’(SBS <8시 뉴스>)는 ‘~에 관한’이란 어구가 빠져 어색함을 준다고 장 교수는 지적했다.

또한 두 문장을 한 문장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비대칭형 문장을 이루거나, 진행형 또는 피동형을 남발하는 영문 번역투의 문구도 귀에 거슬리는 표현이라고 그는덧붙였다.

이와 관련, 장교수는“방송언어는 우리의 언어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방송언어의 오용실태를 면밀하게 조사하는 동시에 모든 방송인을 대상으로 언어교육을 실시하는 등 제도적인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