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장 매화 옆 저 새동네마다 다른 까닭은?

◇화투 2월 매화에 나오는 매조(梅鳥)는 꾀꼬리일까? 동박새일까? = 경로당에서 화투 치는 어르신들에게 2월 매화 가지에 앉아 있는 새는 무슨 새인지 여쭈어보면 꾀꼬리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동박새라고 하시는 분도 계신다.

화투짝 2월에 매화와 매조(梅鳥)가 나온다. 매조는 휘파람새, 까치, 동박새, 참새, 꾀꼬리가 주요 후보군이다. 매화 가지에 앉은 새이름은 동네마다 고스톱 규칙이 다르듯이 다양하게 불린다. 왜 이렇게 매화에 앉은 새이름 풀이가 다를까?

(왼쪽 위에서 시계 방향으로)① 보통 화투에 가장 많이 나오는 매조는 동박새를 닮았다. ② 한국화투에서 볼 수 있는 매화 가지에 앉은 까치 그림. ③일본 화투에 그려진 매화와 동박새 그림. 일본 화투는 매화에 휘파람새 ④ 그림이 가장 많이 변형된 알 수 없는 새.
◇까치와 희보춘선(喜報春先) = 매화 그림에 까치를 그린 이유는 새해와 봄날에 기쁜 소식을 주는 새가 까치라는 것이다. 까치는 동양화와 민화에서 '까치 작(鵲) = 기쁠 희(喜)'의 뜻을 가지고 있다. 매화는 예부터 맨 먼저 꽃이 피어 봄소식을 전하는 춘선(春先)이라 했다. 매화 가지에 까치가 앉은 그림은 봄을 맞아 맨 먼저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뜻이다. 연하장에 매화 가지에 앉은 까치를 그리는 이유가 바로 새해 기쁜 소식(喜報春先)을 전한다는 뜻이다.

◇왜 참새라고도 할까? = 까치와 참새를 같이 그리는 것은 까치(鵲)와 참새(雀)의 한자가 같은 발음이기 때문이다. 참새 하면 떠오르는 그림이 풍요로운 들판에 풍년이 든 논과 밭의 곡식이다. 풍성하게 매달린 곡식처럼 축복의 뜻이다. 까치와 참새가 같은 의미로 그림에 그려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아는 우리나라 텃새가 아마 까치와 참새일 것이다.

◇동박새라고 하는 이유는? = 벌과 곤충이 없는 추운 계절에 동백꽃을 꽃가루받이 시켜 주는 동박새가 매화꽃에도 찾아온다. 그래서 동양화 그림 중에 매화에 노란 동박새를 함께 그리기도 한다. 화투짝 2월에 나오는 새가 동박새처럼 노란 색인 이유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야생의 새를 많이 보신 분은 화투짝 매화에 앉은 새 모습만 보면 동박새라고 한다. 실제 일본 화투와 한국 화투에 그려진 새는 동박새와 가장 비슷하다.

(왼쪽부터 시계방향)동박새·휘파람새·꾀꼬리·참새·까피. /경남도교육청 환경교육 홈페이지
◇꾀꼬리라고 하는 이유는? = 많은 분이 매조를 꾀꼬리라고 한다. 노란 꾀꼬리를 보신 분들은 꾀꼬리가 맞다고 한다. 일본어 휘파람새를 우구이스라고 하는데 꾀꼬리도 우구이스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일본 화투에는 휘파람새가 정답이고 한국 화투에는 꾀꼬리라고 하시는 분이 많은데 음력 2월에 꾀꼬리는 생태적으로 맞지 않다. 여름철새인 꾀꼬리는 음력 2월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화 가지에 앉은 새가 휘파람새인 이유 = 일본 화투는 일본의 자연과 문화와 역사가 가장 압축 요약된 압축파일이고 정수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고전시가집 <만엽집(万葉集)>에 나오는 고시 4516수와 <팔대집(八代集)>에 나오는 고시 9502수를 분석하면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일본 고시 중 2월에 가장 많이 나오는 새는 154수에 등장하는 휘파람새이다. 일본말로 매화의 '우메'와 휘파람새의 '우구이스'가 두음이 짝을 이룬다.

휘파람새는 크기가 참새만하고 참새랑 비슷하게 생겼는데 워낙 부끄럼이 많아서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소리는 온 동네 아름답게 울리는데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모습이 아름다운 동박새를 대신 그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한·중·일 삼국의 공통 문화코드 매화 = 매화는 중국 쓰촨성이 원산지로 우리나라에는 약 2000년 전 고구려 때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는 약 1200년 전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왼쪽부터)꽃받침이 붉은 백매·꽃받침이 연초록인 청매·붉고 일찍 피는 홍매. /김인성·박대현 제공
화투는 일본 하나후다가 들어온 것이다. 화투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일본 문화가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우메보시와 일본 매화축제 등 일본이 매화 종주국처럼 생각되지만 중국은 국화가 매화이고 매화 사랑이 지극하다. 한국 사람의 매화 사랑도 중국·일본과 비슷하다.

이어령 선생이 책임 편집한 <매화>라는 책을 보면 한·중·일 삼국의 공통 문화코드로 매화에 대한 해설을 자세히 볼 수 있다. 이상희 선생의 책 <매화>와 안형재 선생의 책 <한국의 매화> 책을 보면 우리 문화에 담긴 매화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은 세상의 이치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르쳐준다. 추운 겨울 끝자락에 마른 나뭇가지에서 피어난 매화 향은 바라보는 사람마다 참된 길을 일러주기도 하고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나는 매화를 보며 어떤 삶의 슬기를 얻을까?

물 오른 버들가지의 빛깔과 은은한 매화향에 취해 봄을 기다려 보지만 개나리 목련도 이르고 강남 갔던 제비가 제비꽃과 함께 돌아올 날도 멀었다. 괜히 설레는 맘에 까닭 모를 싱숭생숭함은 왜일까?

/정대수 마산 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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