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우리나라 찾아와 여름에 번식…도요새 등 잠시 쉬고 떠나는 새도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은 누굴까? = 옛 사람들은 제비를 봄이면 찾아오는 대표적인 손님으로 여겼다. 그래서 강남(중국 양쯔강 이남) 갔던 제비가 찾아온다고 했다. 봄이면 제비뿐 아니라 많은 새가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따뜻한 봄기운과 새 가족의 탄생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우리나라를 찾아와서 번식하는 새를 여름철새라고 부른다. 수많은 새가 봄과 여름에 찾아와 자신의 미래 세대를 위해서 살아간다. 또 어떤 종류는 봄에 찾아와서 잠시 머물다가 북쪽으로 다시 먼 길을 떠나기도 한다.

◇숲을 찾는 손님들 = 숲에서 귀를 열어보자. 추운 겨울을 피해 날아갔던 녀석들이 조용히 찾아왔다. 아직은 용감하게 울지 않지만, 곧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아름다운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흰배지빠귀(철새연구센터 김성진 제공).
지금부터는 무척이나 바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새 생명을 키울 수 있는 충분한 영역도 확보해야 하고, 튼튼하고 안전한 새 보금자리도 만들어야 한다. 모든 준비가 끝나면 짝을 찾기 위해 요란하게 노래도 불러야 하고, 자기 영역에 침범한 경쟁자를 쫓아내기 위해서 용감히 싸움도 벌여야 한다.

◇해안을 찾는 손님 = 어느 해인가 해안을 조사할 때 세가락도요 한 마리가 파르르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몸은 야윈 채 움직일 힘이 없어 보였다. 호주에서부터 6000km 이상을 비행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소모한 상태였다.

세가락도요(습지와새들의친구 제공)
이들은 오세아니아에서 겨울을 보내고 시베리아로 번식을 위해서 이동하던 중에 잠시 휴식을 위해서 찾아온 것이다. 매년 도요새와 물떼새는 이렇게 먼 비행을 한다. 우리나라는 이들이 중간에 쉬어가는 객사라고 볼 수 있겠다.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이 되어 보자 =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수많은 손님이 작은 보살핌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잠시 머물다 떠나는 손님이건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고 좀 더 머무는 손님이건 모두 자연이 보내준 소중한 선물은 아닐까?

쇠제비갈매기
올해는 멀리서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고단함과 풍요로움을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이 좋겠다.

/이찬우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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