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전문 레스토랑에서 맛 본 '파스타'

집에서 어쭙잖은 실력으로 파스타를 해먹었다. 절반 이상이 실패. 이번에는 창원의 한 파스타 전문 레스토랑을 찾았다. 집에서 먹었던 것과 똑같은 종류로 마늘과 올리브 오일이 어우러지는 '알리오 올리오(Aglio e Olio)', 크림소스를 얹는 '카르보나라(Carbonara)'를 맛봤다. 확실히 달랐다. 알리오 올리오는 곱게 부숴 넣은 페페로치노(말린 이탈리아 붉은 고추)의 매콤함이 입맛을 당겼고, 치즈의 고소함과 크림소스의 부드러움으로 까르보나라는 그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듯했다.

하지만, 레스토랑 주인장의 설명은 자기 가게에서 선보이는 파스타에 관한 자랑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로 들어와 고급화했지만, 원래 이탈리아 파스타는 가정식이죠. 이탈리아 사람들이 쉽게 먹는 것 가운데 하나예요." 생각해 보니 그랬다.

알리오 올리오에 들어가는 오일이나 마늘, 면 위에 뿌리는 토마토소스 등이 특별한 재료는 아니다. 육지 삼면이 바다를 접한 이탈리아의 한 가정에서 모시조개, 홍합 등 해산물을 쓰는 것도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우아하고 다소 사치스럽게 포장된 파스타에 관한 그릇된 상식이나 고정 관념도 깨야 한다. 물론, 식당에서는 집에서 먹는 것과는 재료부터 맛까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애초에 파스타는 "집에 남아 있는 음식 재료들로 해먹는 요리"다.

국물같이 흥건한 소스 기대하면 오판

MBC 드라마 <파스타>에서 파스타를 만드는 주방 모습. /MBC 화면 캡처
◇"뭐야, 왜 이렇게 짜?" = 이탈리아에서 직접 파스타를 맛본 이라면, 한 번쯤 이렇게 이야기하거나 느꼈을 것이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의 파스타는 근본부터 다르다. 이유는 음식문화가 다른 데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밥상에는 보통 밥과 국을 비롯해 여러 찬이 오른다. 밥과 국이 간간한 데 비해 김치나 장아찌 등은 아주 짠 편이다. 활동하는 데 필요한 소금을 여러 그릇에서 섭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대개 달랑 파스타 한 접시뿐이다. 한 접시에서 필요한 소금 양을 한꺼번에 얻으려면 짤 수밖에 없다. 파스타 면을 물에서 끓일 때 소금도 꼭 넣는데, 이는 이탈리아 음식문화라고 볼 수 있다.

◇"이건 뭐야? 소스는 왜 이렇게 적어?" =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먹어본 이가 밝히는 또 한 가지 불만은 소스 양이다. 너무 적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파스타를 떠올려 보자. 일반적으로는 소스가 국물처럼 흥건하다. 소스를 숟가락으로 조금이라도 뜰 수 있을 양이다.

이와 달리 이탈리아 파스타의 소스는 뻑뻑한 것이 특징이다. 졸아서 면에 소스가 붙어 있는 정도다.

크림소스를 얹는 '카르보나라(Carbonara).' /이동욱 기자
오일도 마찬가지다. "이 구역질 나는 파스타는 대체 뭐야? 이거 올리브 얼마나 넣은 거야? 적당히? 이게 적당이야? 이 떡진 머리 같은 파스타는 나중에 너희 식구들한테나 먹이라고! 제발!" 드라마 <파스타>에서 최현욱(배우 이선균) 셰프가 화내는 데는 까닭이 있다. 주방에서 그가 내뿜는 권위에는 절대 동의하지 못하지만, 파스타에 관해 알고 나면 최 셰프가 화낼 만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올리브 오일은 파스타 면을 감쌀 정도로 적당히 넣어줘야 하는 게 이탈리아 주방의 철칙인데, '떡진'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오일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는 지적이었다.

알단테로 익힌 면, 덜 익은 느낌도

◇"면도 안 익었잖아." = 우리나라 사람이 이탈리아 파스타를 먹고 나면, 면이 익지 않았다는 하소연도 들을 수 있다.

알단테(al dente)로 익힌 것이다. 알단테란 면을 부드럽거나 퍼져서 물컹거리지 않게 삶는 방법이다. 약간 씹는 맛도 있으면서 우리가 보통 먹는 면보단 덜 익은 느낌이랄 수 있다.

마늘과 올리브 오일이 어우러지는 '알리오 올리오(Aglio e Olio).' /이동욱 기자
결론만 말하면, 우리나라 레스토랑에서 내놓는 파스타는 거의 모두 '가짜'라고 할 수 있다. 진짜 이탈리아 파스타와는 다른 특성 때문이다. 면은 부드럽게 씹을 수 있도록 적당히 익히고, 간은 적당해야 하고, 소스는 다소 걸쭉해도 면에 묻히면 흐를 정도로 나와야 우리나라 손님들은 만족해한다. 이탈리아 식탁엔 없는 '피클'도 우리 식탁에는 꼭 파스타의 친한 동료처럼 곁에 있어야 한다. 파스타가 우리 음식문화에 맞게 바뀐 것이다.

파스타는 딱히 고정된 레시피(요리 방법)도 없다. 라면만큼, 이탈리아에선 쉽게 해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라면도 끓이는 사람이나 장소 등에 따라 맛과 요리법이 수없이 많지 않은가. 파스타에서도 얼마든지 재료나 색다른 조리 방법으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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