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이 펴낸 새 책]엄마 냄새 (양선희ㅣ랜덤하우스)
'이 세상 모든 꽃 향기를 일순간에 무색케 하는/ 채 눈을 뜨지 못한 새끼들을 불러 모으고,/ 자지러지는 아기의 울음을 멈추고,/ 상처투성이인 마음을 어루만져 새살을 돋게 하고,/ 미로 속에서도 길을 찾게 하는/ 엄마 냄새'.
2001년 펴낸 시집 <그 인연에 울다>에서 어머니와 치유를 많이 얘기했던 양선희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에게 모든 어머니가 죄다 빠짐없이 이렇지는 않다는 점만 빠뜨리지 않으면 아주 그럴 듯한 책이겠다.
양선희 에세이 <엄마 냄새>에는 속절없이 늙어버린 엄마를 바라보는 애잔함이 있다. 책에서 양선희는 학교에 일어난 일을 꼬질꼬질 일러바치는 딸이 되기도 하고 어머니의 오랜 삶을 쓰다듬는 보호자가 되기도 한다. 아울러 자기 아이를 키우는 또 다른 어머니가 되기도 한다. 거기에는 또 어머니와 함께 옛날로 거슬러 내려가며 사라지고 줄어드는 우리 사회 전통과 어울림이 되떠오르는 모습도 있다.
'아무 생명이 없으면서도 제 품에 갖은 생명을 품을 줄 아는 돌담의 넉넉한 품성을 보고, 이웃끼리 음식을 건네던 돌담 위로 난 길을 발견한다. 자기 집 외등에 자리잡은 벌집을 보고 아이들 다칠까 걱정을 하면서도 제 품에 찾아든 것은 내치지 않는다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린다. …… 그리고, 시인이 이런 품성과 눈길을 기른 것은 다름 아닌 '엄마'였다.'
"엄마 냄새를 떠올리면 그리움에 목이 메지만, 그 체취를 더듬다 보면 어느 새 상한 마음이 회복되는 걸 느껴요. 참 이상하지요? 제가 겪는 모든 고통의 치료약이 바로 엄마 냄새니 말이에요."
그러나, 많은 엄마들이 이러하겠지만 모든 엄마들이 이러하지는 않다. 랜덤하우스. 311쪽. 1만1800원.
김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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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국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도서 제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장합니다. 학교와 현장을 찾아 진행하는 문화사업(공연··이벤트 제외)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경전문기자로서 생태·역사 부문 취재도 합니다. 전화는 010-2926-3543입니다. 고맙습니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