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먼저 맞고, 먼저 알리는 개구리

◇ 개구리가 깨어 나오는 경칩

며칠 지나면 경칩(驚蟄)이다. 지금쯤 땅 속에는 작년 가을에 기어들어가 죽은 것처럼 옹크리고 있던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고 있을 것이다. 여러 무리 가운데 산개구리 무리가 가장 먼저 깨어 나온다.

<한서(漢書)>에는 '열 계(啓)',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을 써서 계칩(啓蟄)이라 기록하고 있는데, 나중에 '놀랄 경(驚)'을 써 경칩(驚蟄)이라 하였다. 옛사람들은 이 무렵 첫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가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경칩이 지나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리기도 했다.

나무에 잘 오르는 청개구리
어느새 경칩을 개구리가 깨어 나오는 날로 알게 되었는데, 작은 벌레에 견주어 몸도 크고 움직임이 잘 띄어 그렇게 된 듯하다. 주로 사는 곳이 습지라서 물에 사는 식물 이름에 개구리가 들어간 것도 있다. 개구리발톱처럼 생긴 꽃을 피우는 개구리발톱, 개구리가 있는 자리에 피는 개구리자리, 털개구리미나리와 개구리밥에도 개구리가 들어있다.

◇ 변신의 천재 청개구리

청개구리는 사는 곳에 따라 몸 색깔이 변하는데 다른 개구리보다 보호색을 아주 잘 띠는 편이다. 청개구리 한 쌍이 한 번에 낳는 알은 300~350개다. 왜 많은 알을 낳을까? 새끼를 안전한 곳에서 키울 환경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알 낳는 수를 늘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함일 것이다.

청개구리
우리가 흔히 아는 개구리 울음 소리는 주로 청개구리 소리다. 다른 개구리처럼 수컷만 우는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큰 소리를 낸다. 짝짓기 때 수컷은 울음주머니를 부풀려 암컷을 만날 때까지 밤새도록 우는데, 목이 벌겋게 부어오를 정도다.

큰 소리로 울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천적에게 들킬 가능성이 크다. 암컷을 만나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물이나 사람이나 짝을 만나는 일은 참 어렵다.

작지만 큰 소리를 내며 논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청개구리는 우리나라에 사는 몇 안 되는 '물뭍짐승(양서류)'의 하나이다. 날이 더워지면 소벌(우포)로 가는 길가에서 납작하게 죽어있는 개구리를 종종 보게 된다. 하찮게 여겨지는 작은 생물이지만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양서·파충류보존네트워크가 3월 6일 경칩을 맞이해서 창립된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한편으로 기쁜 일이다.

/김인성(우포생태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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