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얼굴 고치고 또 고치니 고름만 줄줄

◇이 곳만은 지키자 '개비리길'

지난 토요일 오후, 낙동강이 품은 아름다운 길, 창녕군 남지읍을 지나 있는 영아지의 개비리길을 함안여성회 회원님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영아지의 개비리길은 겨우 개 한 마리가 지나갈 수 있을 만큼 좁은 길입니다. 시원하게 흐르는 낙동강을 끼고 벼랑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나있습니다.

개비리길을 걷다보면 오솔길도, 벼랑길도, 평탄한 길도 나오고, 낙동강을 바라보며 잠시 쉴 수 있는 넓은 마당도 나오고, 대숲도 만나고, 그곳에 삶을 영위해왔던 폐가도 나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화와 행복이 그 길에 있습니다.

반면 예전 청암리와 학포리로 이어지던 2km 개비리길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예쁘고 아름다운 길을 지방정부는 2차선 도로를 내어버렸습니다.

개 두 마리가 오가던 길은 사람들의 주요 통로가 되었고 그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길 끝에 무덤과 견비까지 세워 줬던 그 아름다운 길은 사라지고 2차선 도로에 씽씽 달리는 차들만이 오고갈 뿐입니다. 조금 더 쉽고 편하게 살기 위해 도로를 만들었지만 결국 그 도로로 낙동강의 아름다운 비경이 사라진 것입니다.

영아지의 개비리길과 청암리의 개비리길은 선명하게 대조되는 길입니다. 영아지의 개비리길 이 곳만은 지킬 수 있기를 그래서 지리산 둘레길이나, 제주의 올레길처럼 원형을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폐기물과 쓰레기에 허덕이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 현장.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파괴하는 '낙동강 사업'

임해진 마을이 있었습니다. 13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강에 의지해서 살아가던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시작되면서 마을앞 제방공사와 뒷편 도로 공사로 마을 전체가 사라졌습니다. 강에서 고기잡아 집도 사고 아이들 공부시키고 그렇게 살았던 마을입니다.

마을이 사라지면서 마을의 역사와 문화도 함께 사라졌습니다. 배띄운 꼼생원 이야기도 상사바위의 전설도, 나룻배가 오고가던 시절의 이야기도 이젠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낙동강 살리기 사업은 이렇듯 마을과 주민을 낙동강에서 사라지게 하고 마을과 함께 생성됐던 문화와 역사도 함께 사라지게 하고 있습니다.

마을의 문화와 역사를 정리하고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마을조사단 사업까지 펼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마을의 문화와 역사가 우리 사회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미래 세대에 전해지고 이어져야 할 소중한 자산을 파괴하면서 진행되는 낙동강살리기 사업은 결국 낙동강뿐만 아니라 미래사회의 자산을 파괴하는 사업임을 알아야 합니다.

◇파이고 깎여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낙동강

함안보 현장에 서서 강을 바라보면 참으로 비통합니다. 어머니 강의 이곳저곳에 쇠침을 박아 피가 도는 혈관을 막아 낙동강을 거대한 낙동 호수로 변형시키는 대형 성형 수술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술이 성공한다 한들 인공으로 만들어진 몸이 어떻게 자연 그대로의 몸과 비교될 수 있겠습니까? 수술이 진행되는 주변을 돌아보면 이곳저곳에서 낙동강의 살점들이 떨어져 나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이곳저곳에 버려진 온갖 폐기물은 낙동강으로 흘러들어 오염시키고 있고, 주변 정리를 한답시고 제방에 가득차 있던 수목들은 모조리 잘려나가고 뽑혀졌습니다. 공사 현장 곳곳에서 떨어져 나온 나무와 흙들이 낙동강 위를 섬처럼 떠다니고 있기도 합니다.

농민들이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이지만 더 이상 농사를 짓는 농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낙동강변의 제방은 이곳 농민들을 먹여주고 삶을 이어주던 경작지에서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봐야하는 가까이 하기에 너무나 먼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머니강 낙동강을 살립시다

일주일째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는 철야농성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1인시위와 철야농성 그리고 밤마다 100배 절하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의 낙동강유역환경청앞 철야농성은 낙동강 사업지구에서 오염으로 의심되는 퇴적토가 나왔고, 퇴적토를 분석해 본 결과, 수은과 비소가 나와 국민 건강권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은과 비소는 낙동강물을 식수로 쓰는 800만 국민의 건강권과 생존권에 심각한 위험 요소입니다. 또한, 제대로 진행조차 않았던 환경영향평가는 수은과 비소가 퇴적토에서 나옴으로써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낙동강사업에 대한 재고와 환경영향평가의 재실행이 무엇보다 시급하게 진행되어야 함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사태가 이토록 심각한데도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아무런 조치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식수가 심각하게 오염되어 건강권과 생존권이 위험한데도 낙동강청은 환경영향평가의 재실행을 위한 공사중단을 요청하지 않습니다. 낙동강청은 공사 중지 권한도 환경 영향 평가 재실행 권한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낙동강청은 주어진 권한을 국민의 안전을 위해 사용하지 않습니다.

낙동강유역환경청은 자신의 권한을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낙동강을 살리고 낙동강에 의지해 살아가는 800만 국민을 살리는 길입니다.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불어오는 날에도 낙동강 함안보 공사 현장에서는 파괴의 기계음이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공사 기한을 맞추기 위한 그들의 부실한 작업이 어떤 결과를 나을지 참으로 두렵기만 합니다.

/감병만 마산창원진해 환경운동연합 회원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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