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가득 담아낸 쑥국…얼어붙은 몸도 노근노근

봄이 왔습니다. 날씨도 따뜻해졌지만, 식탁에서도 봄이 왔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엊그제 밥상에 쑥국이 오른 걸 보니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어머니는 쑥국을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봄이면 늘 쑥국을 끓이지요.

쑥버무리, 도다리쑥국 등 쑥이 들어간 음식은 많지만, 굴을 넣고 된장 조금 풀어서 끓인 쑥국이 향긋함과 진한 맛은 제일이라고 여깁니다. 아침에 밥 한 그릇 말아서 후루룩 비워내는 걸 보고 어머니는 좀 천천히 먹으라고 말하셨습니다. 속이 든든해지는 기분이었죠.

어머니에게 끓이는 방법을 물어봤습니다. "니는 말해도 모른다. 장가 가면 니 마누라한테 배워라." 계속 졸랐습니다. 어머니의 레시피(요리법)는 정말 간단합니다. "그냥 별 게 있나. 쑥 캐오거나 시장통 할머니들한테 사와서 굴 넣고, 된장 넣고, 끓이면 되는 거지." 이렇게 간단하기 그지 없는 레시피에서 어딜 가도 찾을 수 없는 맛이 나옵니다.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 볼까요. 먼저 멸치로 우려낸 국물을 준비합니다. 굴은 소금물로 깨끗이 씻고, 쑥도 물로 씻고 다듬어줍니다. 국물이 끓으면 간장을 조금 넣어서 간을 맞추고요. 처음 끓을 때 굴을 넣어줍니다. 여기서 더 끓이다가 쑥은 거의 마지막에 넣습니다. 쑥을 넣고 끓일 때 소금으로 다시 간하면 된답니다.

굴을 쑥과 함께 끓이면 왜 좋을까요? 굴 등 조개 종류는 아미노산이 풍부한데 반해 비타민은 부족하답니다. 여기에 쑥을 곁들이면 굴의 잡냄새를 없애주면서 비타민도 보충해주지요. 굴의 신선함과 쑥의 향이 어우러진 한 그릇이 나오는 순간입니다. 더군다나 봄에는 겨우내 움츠러든 몸이 풀리는데요. 쑥만큼 좋은 게 없답니다. 춘곤증을 쫓아내고 기운도 북돋아줍니다. 쑥국이 봄철 입맛을 돋우는 까닭이기도 합니다.

쑥은 해독 작용도 뛰어나답니다. 몸 안에 있는 독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데 좋다는 겁니다. 쑥은 약한 알칼리성으로 따뜻한 성질인데요. 그래서 턱 주변에 생긴 여드름을 없애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쑥을 달여서 얼굴 씻을 때 쓰면 됩니다.

몸을 따뜻하게 하는 효과 덕분에 여성에게는 더없이 좋은 게 쑥이기도 하지요. 자궁을 따스하게 보호해주는 겁니다. 실제로 쑥은 여성 질환을 치료하는 약재에도 많이 쓰인다는데요. 어머니는 저를 낳고서 쑥국이 그렇게 먹고 싶었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제가 쑥국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자궁이 약해 생리가 불규칙적이거나 혹은 생리통이 심할 경우 3년 이상 묵은 쑥은 효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쑥의 따스한 성질이 제 역할을 하는 거지요. 봄철 나물 캐러 갈 때 '쑥'을 꼭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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