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두루미·황새·먹황새 천연기념물 3종중부권·호남권 한파·대설 피해 거제 찾아

올 겨울은 유달리 춥고 눈이 많이 왔다. 눈과 한파 때문에 사람들도 힘든 겨울을 보냈지만 겨울 철새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중부권과 호남권에 내린 많은 눈과 추위를 피해 거제도에 귀한 손님들이 찾아왔다.

거제도 산촌습지에 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 44마리가 날아왔다. 재두루미는 전 세계에 5000~6000마리에 불과한데 거제도에서 발견된 44마리는 람사르 기준 1%에 육박하는 엄청난 무리이다. 이 재두루미 무리 가운데 한 재두루미에게 'A23'이라는 가락지가 달려 있었다. 람사르재단에 이력 추적을 부탁했는데 놀라운 소식을 전해 받았다.

거제도 산촌 습지에 날아온 재두루미(천연기념물 제203호) 군무 장면
재두루미 'A23'은 러시아의 킨간스키 자연보호구에서 2005년 6월 8일에 인공 부화해 한 해 동안 키운 뒤 2006년 5월 13일 자연으로 방생한 수컷이라고 한다. 이 연구는 러시아 학자 리마 안드로노바라는 분이 10여 년간 해온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연으로 돌려보낸 후 결과들이 없어서 연구비가 중단될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거제도에서 인공 부화 연구 성과가 확인된 것이다.

그 분은 이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뻐했을까? 연구를 계속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니터링 결과와 사진들을 러시아로 보냈다.

겨울을 나고 있는 '032' 황새. /김영춘 제공
연초면 들판에는 천연기념물 제199호 '영삼이 황새'가 겨울을 나고 있다. '032'라는 가락지가 붙어 있어 모니터링하는 모임에서는 '영삼이 황새'라고 부른다. 귀한 황새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큰 기쁨이지만 개와 함께 산책 나온 사람을 피해 숨기 바쁜 황새는 늘 초조하고 불안해 보인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걸음이 늘 편하지 않다.

먹황새 새끼. /김영춘 제공
황새와 같이 관찰되던 천연기념물 제200호 먹황새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먼 섬까지 왔지만 인기척에 편히 쉬지도 마음껏 먹지도 못했기 때문인지 한 달도 못 버티고 날아가 버렸다. 어린 먹황새였다고
 
   
 
한다. 어릴 때 잘 먹고 잘 쉬어야 건강하다는데 걱정이 앞선다.

추위와 굶주림을 피해 천연기념물 세 종이 거제를 찾아왔다. 겨울 철새들에게 거제도가 중요한 피난처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피난처로 쓰이는 곳들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아니면 외면하고 있을까? 거제도 습지에 대한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까닭만 늘어나고 있다.

/변영호(거제 계룡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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