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춧가루 양념 하나 친환경 아닌게 없어요"

손자 셋을 돌보며 단칸방에 사는 김지영(가명·70·창원시 명곡동) 할머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어렵게 살고 있지만, 알차게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아이들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집안 먹을거리에서도 신경을 놓을 수는 없다. 이런 할머니에게 '동네 찬방'은 작은 힘이 되고 있다.

'동네 찬방'은 경남청년실업극복센터에서 운영하는 사회적 일자리 사업단으로 국과 반찬을 할머니에게 무료로 배달해주고 있다. 이렇게 받은 국과 반찬이 모든 끼니를 책임지진 못하지만, 한 달 동안 절반 남짓은 거뜬히 챙긴다. 특히, '동네 찬방'에서 가져다준 음식은 친환경 농산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손자들 건강에 관한 믿음도 생긴다.

   
 
 
◇친환경 로컬푸드의 집약


지난 12일 오전 66㎡ 남짓(20평) 공간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창원시 명서전통시장 명곡종합상가 4층에 있는 '동네 찬방' 주방이다. 이날 메뉴는 고추잡채, 봄동나물 무침, 어묵볶음, 굴국.

도마에선 칼로 재료를 다지는 소리가 잇따랐다. 고추 잡채에 들어가는 풋고추는 얇고 가느다랗게 썰었다. 양파, 당근, 피망 등도 마찬가지다. 채소들은 하나씩 차례대로 볶았다. 따로 볶은 것은 맨 나중에는 폭넓고 깊은 프라이팬에서 섞어 함께 볶는다. 여기에다 간장으로 간을 하고, 통깨와 참기름을 살짝 뿌려 버무리면 완성이다.

   
 
 
겨울을 나며 자란다는 봄동을 양념에 조물조물 무친 봄동나물은 상큼함을 더했다. 무를 썰어 넣고, 맑게 우려낸 굴국도 밥맛을 돋웠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찬은 도시락통에 담긴다. 찬을 담는 용기도 일회용이나 플라스틱을 절대 쓰지 않는다. 스테인리스 통인데, 반찬 주문을 신청하면 3만 원을 맡겨둔다. 취소하면 돌려주는 돈이다.

경남청년실업극복센터 어려운 이웃에 무료 제공


음식은 저울질을 해가며 용량을 맞춰 정갈하게 담았다. 이후 반찬 통을 담는 봉투에는 스티커가 붙었다. 어디에 누구에게 갈지 적어둔 것이다. 정성스레 국과 반찬을 싸들고서 어김없이 김 할머니 집을 찾았다. "할머니, 반찬 왔습니더. 맛있게 드세요." 방 한편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를 대신해 손자가 반찬을 받으러 나왔다. 할머니는 고마운 듯 손짓했다.

'동네 찬방'은 한살림 경남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들여와 쓴다. 먹을거리와 밥상의 소중함을 내세우면서 20년 넘게 지역에서 생명 살림 공동체 운동을 펼치는 한살림 경남과 발맞춰 가려는 뜻이다. 아울러 고춧가루, 양파, 마늘은 마산 진동면에서 들여온 것이다. 생산 농가 직거래로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해당 지역에서 직접 소비하는 로컬푸드 운동이다. 샌드위치, 햄버거, 케이크 등에 쓰이는 재료도 유정란과 우리밀이다.

지난해 3월부터 준비해 그해 5월 '동네 찬방'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알음알음 판매하던 것을 '동네 찬방'이라는 이름처럼 누구나 쉽게 오가며 반찬을 사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최저 3만 5000원∼최고 21만 원

주방 4명, 제빵 1명, 배달 2명에 영업과 회계 등을 합치면 '동네 찬방' 식구는 10명 남짓이다. 더구나 참여자 절반이 취약 계층으로 '동네 찬방'을 통해 의지를 높이고 능력도 키워가고 있다. 모두 영양사 면허증 혹은 조리사, 제과제빵 자격증을 따냈다. 이현옥 조리팀장은 "원자재가 모두 유기농이라서 시중가와 비교했을 때 비싸다. 손님에게 받는 값은 올릴 수가 없어 많은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45가구가 이용하고 있다. 조손가정과 한부모가정 아이들을 위해 간식도 만들고 있다. '동네 찬방' 박정미 사업단장은 2호점이나 반찬 판매 매장도 하루빨리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따로 반찬만 나열해 파는 공간이 아직은 없다. "가게 운영으로 수익금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게 많이 쌓이면 사회 복지를 확대해야지요."

작년 5월 누구나 쉽게 주문할 수 있게 정식 오픈

식단은 1국 2찬, 1국 3찬, 3찬으로 나뉘어 있다. 매달 횟수(4, 8, 12회)와 반찬양(2, 3, 4인분)에 따라 값도 다르다. 최저 3만 5000원, 최고 21만 원이다. 하루 점심 저녁 중 선택해 한 차례 받는다. 간식(1회 5000원), 단체도시락(6000원), 김치(1만 원 단위)도 주문을 받는다. '동네 찬방' 누리집(www.chanbang.com)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다. 볶음, 국, 조림, 무침, 장아찌, 튀김 등 다양한 반찬 종류와 농산물 재료 공급처 등이 나와 있다. 문의 055-237-3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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