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하고 정밀조사 먼저 해야"

지난 1월 21일과 22일 4대강 사업 낙동강 공사 현장에서 연달아 시커먼 오염퇴적층이 발견되었습니다.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민주당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김상희·김진애 국회의원 등이 현장을 찾아 공사 중단 후 정밀조사를 요구하였지만 정부와 수자원공사는 '아무 문제없다'만 로봇처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부의 태도는 정말이지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하는 영남 주민들에 대한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안전불감증의 표본입니다.

홍희덕·김상희·김재윤 국회의원이 공동발표한 달성보 퇴적토 분석 결과에 따르면 독극물 비소가 미국 기준을 초과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7가지 중금속 모두 검출되어 중금속에 의하여 복합오염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연이어 발표한 정부의 분석결과를 보더라도 일본 미나마타병의 원인이었던 수은이 미국 기준을 초과하여 검출된 것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지난 28일 낙동강 함안보 오염 퇴적토 조사와 시료채취를 위해 유원일 국회의원은 저지하는 현장관계자와 몸싸움까지 벌였다.
이렇게 독극물과 중금속에 오염된 퇴적토를 준설하기 위하여 포클레인으로 강바닥을 파기 시작하면 퇴적토는 흙탕물이 되어 강으로 확산되어 치명적인 식수오염을 발생시킬 것입니다.

낙동강 전 구간에는 전체 43개의 취수원이 있습니다. 이 중 함안, 마산, 창원, 부산 시민들의 식수를 취수하는 식수원이 있으며 이 취수원들은 직접적으로 중금속 흙탕물 영향을 받아 오염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현재 낙동강에서 이루어지는 4대강 공사를 전면 중단시키고 오염퇴적토 현황을 파악하는 정밀조사부터 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래야 최소한 영남 주민들의 식수에 대한 불안감이라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과거 조선시대 죄인을 죽이던 사약의 원료인 비소와 수은이 미국 퇴적물 오염 기준치를 초과하여 발견되었음에도 안전하다고 하는 것을 어느 주민이 믿을 수 있습니까?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하여 말문이 닫힙니다.

낙동강은 영남 주민의 식수원으로 생명수였지만 과거 죽음의 강으로 지칭되던 때가 있었습니다. 환경에 대한 인식이 낮아 공장에서 나오는 폐수, 집에서 나오는 하수, 축산 시설에서 나오는 폐수 가리지 않고 낙동강으로 몽땅 흘려 보낸 세월이 있었습니다. 무려 20여 년의 세월이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 91년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출되어 주민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후에도 끊임없이 낙동강은 발암물질 검출이나, 악취 사건이 발생하여 영남 주민을 이렇게 불안에 떨게 하였습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국회의원들이 지난 31일낙동강 함안보 오염퇴적층 발견 현장을 방문했다.정세균 대표가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
이러한 낙동강 오염의 역사는 주민들에게 낙동강의 소중함을 일깨워 낙동강을 살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낙동강을 오염시키는 데 가장 크게 기여했던 금호강의 BOD는 당시 90ppm을 넘었지만 지금은 10ppm 미만입니다.

이렇게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지천들이 되살아나자 낙동강의 수질도 연 평균 2급수를 유지하게 되었으며 강바닥의 모래도 깨끗해진 것입니다. 낙동강은 말 그대로 영남주민의 생명수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낙동강은 모든 강이 그러하듯이 과거를 바다로 흘려보내기도 하지만 일부는 강바닥에 퇴적시킵니다. 과거 20여 년간 흘렀던 오염된 물의 잔재는 강바닥의 모래와 함께 남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며 강바닥을 모두 준설하겠다고 할 때 환경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정밀조사를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준설에 대한 신중한 결정을 요구하였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전문가들의 우려와 걱정을 묵살했습니다.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표층 중심의 저질만 분석하고 표층 밑의 퇴적토는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서는 준설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시추를 통한 오염 현황을 조사하여야 한다고 계획을 분명히 밝혔으면서 조사를 하지 않고 환경영향평가를 마무리하였습니다.

관련 퇴적토 분석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기자가 물으니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을 7월에 제출하고 9월에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하였는데 퇴적토 조사 기간은 8월 한 달밖에 없었는데 8월에 비가 많이 와서 못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런 답변은 4대강 살리기 사업 환경영향평가가 제대로 되지 못했음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며 낙동강유역환경청도 환경영향평가를 얼마나 태만하게 검토하였는지 그대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4대강 함안보 건설 현장에서 발견된 퇴적토. /4대강사업저지 낙동강지키기경남본부 제공
정부는 총체적 부실 덩어리 환경영향평가를 근거로 시작한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정부는 중금속으로 오염된 퇴적토를 준설하여, 보를 설치함으로써 지하수위가 상승해 침수되는 농경지를 성토할 것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사전에 낙동강 오염 퇴적토에 대한 오염 범위와 위치 등을 면밀하게 조사하지 않으면 농경지 오염, 식수 오염 등이 영남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게 됩니다. 파헤치기 전에 철저한 조사와 대책을 세워야 재앙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신금숙(진해 희망사랑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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