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마공원 여성기수 2인 박진희·미야시타 히토미…"성별보다 실력으로 인정 받고 싶어"

부산경남경마공원에는 2명의 여성기수가 있다. 8년차 박진희(27) 기수와 일본인 미야시타 히토미(32)다.

소방차 뮤직비디오에 출연했고, 영화 <각설탕> 출연제의를 받은 것으로 잘 알려진 박진희 기수는 지난 2002년 이후 계속 부산경남경마공원을 지키고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는 여성기수가 3명 있었지만, 1명은 힘든 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떠났고 또 한명은 자살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박진희 기수는 8년째 꿋꿋이 부산경남경마공원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일본인 히토미 기수가 부산경남경마공원에 발을 들였다.

히토미 기수는 15년 간 일본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7672전 1착 618회·2착 762회를 기록한 전설이었다. 히토미 기수는 지난해 8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열린 '국제여성기수 초청경주' 우승을 인연으로 국내 무대에 진출했다. 히토미는 2009시즌 석 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무려 12승을 쓸어 담았다. '일본경마계 전설'을 실감케 한 것이다.

이제 이들 두 기수는 서로 의지하는 사이가 됐다. 하지만 둘은 성격도 다르고 경주스타일도 다르다. 박진희 기수는 빠른 출발을 선호하는 반면, 히토미 기수는 힘 안배를 통해 마지막 추입을 즐겨하는 타입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의 두 여성기수인 8년차 박진희(왼쪽)와 일본인 히토미. /부산경남경마공원
히토미 기수는 박진희 기수에 대해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자신감을 보유하고 있고 열정이 대단하다. 흔들림 없는 꾸준함이 장점"이라고 칭찬했다.

두 기수는 말 훈련을 위해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경주마를 훈련한다. 몸무게 49kg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 하루 2시간씩의 운동도 거를 수가 없다. 하지만 이들은 '여성'이라는 단어로 주목 받는 걸 싫어한다.

박진희 기수는 "거친 남자들 속에서 싸워야 하고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한다"라며 "여성기수로 반짝 주목받기 보다는 진정한 기수로 거듭나고 싶다"라고 밝혔다.

또한 박진희 기수는 "기수생활 이후에는 조교사가 되는 게 꿈이다. 그 꿈을 위해 결혼도 포기했다. 그냥 말과 함께 살아야 할 운명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히토미 기수는 "여성기수는 체력에서 남자기수에 뒤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인한 승부욕이 가장 큰 무기"라고 밝혔다.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이 어울릴 법한 이 둘의 질주는 올해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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