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지고마는 애절하고 안타까운 청보랏빛 사랑

얼다가 풀리다가 하는 날씨의 변덕이 잦아질수록 추위가 버겁습니다. 한나절 포근한 볕 속에서 나들이하고 돌아오면 봄을 그리는 마음이 솟구칩니다. 자고 나면 이내 꽃이라도 필 것 같은 날이 있었지만 이제 막 대한이 지난 한겨울인걸요. 그건 또 일주일만 지나면 입춘이라는 봄의 새벽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엊그제는 꽃망울이라도 터질 것 같은 포근한 햇살에 무작정 거리로 나서서 한참을 걸었습니다. 아지랑이라도 솟을 것 같은 양지쪽 얼었다 녹은 돌담 아래엔 별꽃이랑 개불알풀 겨울나는 달맞이꽃이 어우러져 느긋한 해바라기를 하고 있더군요. 쪼그리고 앉아 포실포실해진 땅심을 헤치며 어디쯤 봄이 왔나 가늠해봅니다. 어라~ 돌멩이 틈 사이로 외떡잎 닭의장풀 이파리 하나가 기진맥진 잎을 피우고 있었답니다. 땅을 뚫고 나온 지는 벌써 일주일은 넘었을 것 같고요. 몇 번씩이나 얼었다가 녹았는지 끝은 진녹색으로 짓물렀습니다.

   
 
 
닭의장풀은 다육성 식물이라 추위에 노출되면 끝인데 아직 생의 줄기를 붙드는 게 용합니다. 몸에 많은 수분을 갖고 살아야 하는 특성 때문에 1년생으로 살 수밖에 없는 닭의장풀은 마을 부근이나 길가 울타리 밑에서 주로 잘 자라며 어린잎은 흡사 산마늘과 같아서 야산에서 만나면 착각하기도 합니다. 봄철에는 무성하게 줄기를 뻗으며 자랐다가 여름이 시작되면 우기의 습기를 맘껏 빨아들여서 청아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달개비라고도 부르는 이 풀은 그 꽃빛이 아주 아름다워서 더욱 눈길을 뺏는데요. 꽃의 색깔로서는 제일 내기 어렵다는 잉크 빛을 띠는 청보랏빛입니다. 얇고 부드러운 꽃이 물기를 머금고 함초롬히 피어있는 모습은 말할 수 없이 매혹적인데요. 안타깝게도 그 생명이 너무 짧아서 아침에 피었다가 한나절쯤 피었다가 지고 만답니다.

마치 장닭의 볏 같기도 한 이 꽃을 두고 지은 이름인지 아니면 닭장가에서 많이 자란다고 붙은 이름인지 '닭의장풀'이라는 이름은 닭의 모습이나 닭들과 가까운 관계가 있습니다. 거름으로 뛰어난 양분이 있는 닭똥이 많은 자리에서 주로 자라지만 닭이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답니다. 약간의 독성이 있기도 한 이 풀은 예쁜 꽃잎을 염료로 쓰기도 하고 차로 만들어서 마시면 땀띠나 두드러기에도 좋다고 합니다. 생잎은 찧어서 화상에 바르기도 하고 즙을 내어 마시기도 합니다. '수부초'. '압척초'라고도 부르며 한방에서 피를 맑게 하고 보혈을 하며 해독. 혈뇨에 좋은 약재로 쓰기도 하며 요즘에 와서는 당뇨와 고혈압에 좋은 약재로 연구가 활발하며 실제로 좋은 효험을 보인다고 합니다. 중학교 생물교과서에서 '공변세포' 실험을 하였던 기억이 있기도 한 추억의 풀꽃이기도 합니다. 생명력이 강해서 마디마다 뿌리가 나와 어느 데고 닿는 곳이
 
   
 
면 뿌리를 뻗고 자라는 장한 풀꽃입니다.

꽃이 피는가 하면 이내 지고 마는 아쉬운 특성 때문에 지어진 꽃말일까요? '순간의 즐거움', '그리운 사이'라는 꽃말을 갖고 있답니다. 아마 그 꽃 빛을 보면 더욱 애절하고 안타까운 사랑이 연상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겨울이 깊을수록 봄은 가까이 있듯이 짧고 그리운 봄을 기다리며 닭의장풀 이야기로 추위를 이겨보길 권합니다.

/박덕선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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