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발전에 곤곤∼'백조의 호수' 찾아 주남으로 일본으로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안데르센 동화 백조 왕자와 미운 오리 새끼,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중에서 백조, 슈베르트 백조의 노래, 여름철 대표 별자리 백조자리(Cygnus). 백조는 서양 동화와 음악에 나오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새이다.

백조는 한자말로 흰 백(白)자에 새 조(鳥)자를 써서 백조인데 우리말로 고니라고 부른다. 고니는 '곤곤곤'하고 운다고 고니라고 부른다. 주남저수지에 가서 고니 울음소리를 잘 들어보면 '고∼고∼고∼' 하고 운다. 그래서일까 한자로 고니를 백조보다 고니 곡(鵠)자를 많이 쓴다. 곡곡(鵠鵠) 운다고 한자말도 곡(鵠)이다.

"너무 고와서 고운이, 고니가 아닐까요?"

낙동강 하구 기행을 간 한 아이 말처럼 멋진 고니 이름풀이가 있을까?

백조는 일본말일까?

고니. /습지와 새들의 친구 제공
백조는 일본말이고 고니가 우리말이라고 알고 있다. 진짜일까? 옛문헌에 한자로 고니를 백조라고 썼는지 찾아보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백조라는 말은 거의 없고 고니는 천아(天鵝)라고 쓰여 있다. 조선왕조실록 태종실록에 매사냥으로 고니를 잡아 태조 이성계에게 올린 기록이 있다. 고니는 조선시대에도 그리 흔하지는 않았던 새라고 짐작된다.

특히 매사냥으로 고니를 잡았다는 대목이 아주 흥미롭다. 매보다 덩치가 훨씬 큰 고니를 어떻게 잡았을까? 중국어 사전에도 천아(天鵝)와 백조를 함께 쓰지만 고니는 천아(天鵝)이고 백조는 고니와 백로처럼 흰 새를 말한다. 일본어 사전에는 고니는 백조라고 되어 있다.

고니가 을숙도를 버린 이유는?

올겨울에 낙동강 하구에 살던 백조가 주남저수지로 집단 이주를 했다. 한국이 싫은 고니는 아예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가 일본엔 고니가 늘어나고 있단다. 신항만건설, 을숙도(관통)대교 건설 때문에 먹을 것이 없어 낙동강 하구 을숙도를 버리고 주남으로 멀리 일본으로 옮긴 것이라고 한다. 큰 공사 때문에 갯벌에 모래가 많아지면서 고니가 먹는 풀, 새섬매자기가 없어지면서 굶어 죽을 위협에 처한 것이다.

낙동강 하구 공사할 때 환경영향평가에 도장 찍어 준 사람 가운데 새 전문가도 있을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 있다. '고니는 목욕을 하지 않아도 희다.'(鵠不浴而白) 고니가 본래 흰 것처럼 자기 마음을 닦는데 힘 써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두루미(학)도 대부분 일본으로 이민가고 이젠 고니까지 날아가 버리면 대한민국이 불쌍할 따름이다.

왜 여자는 백조일까?

백조 하면 떠오르는 것이 백수와 백조다. 백수는 한자말로 흰 백자에 손 수자를 써서 백수(白手)다. 가진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인데 백수건달(白手乾達)의 줄임말이다. 흰 손, 빈손의 백수(白手)가 짐승 백수(百獸)로 의미가 바뀌어 남자는 백수 여자는 백조가 되었다고 한다.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미운 오리새끼도 백조다. 비록 새끼 때는 그렇게 못나 보였지만 털을 갈고 희고 고운 어른 고니가 되어 나는 모습이 지금은 비록 놀고 있지만, 언젠가는 좋은 직장에 좋은 대우를 받으며 좋은 배우자를 만나겠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사실 야생 고니 가운데 어린 새는 재투성이 칙칙한 회색빛이다. 어른 고니가 되면 희고 아름다운 모습이 된다.

검은백조는 정말 있을까?

요즘 검은 백조라는 말이 있다. 서양 사람들은 백조는 모두 흰색이라고 알고 있었다. 모든 백조는 흰색이라는 믿음은 17세기 검은 백조가 호주에서 발견되면서 깨졌다. 지구 남쪽 호주에 가면 온몸이 까만 흑고니가 진짜 야생에서 살고 있다. 서양 사람들에게 '검은 백조'는 짐작도 못 했고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우리 삶에는 언제나 검은 백조가 나올 수 있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사냥꾼이 순결한 고니 가슴에 총알을 박고 있다. 공주와 왕자를 고니로 만든 성장 마법사가 이젠 고니를 멸종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제 검은 고니(백조)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올까?

겨울철새 고니

우리나라에는 겨울이면 고니, 큰고니, 혹고니 세 종류의 고니가 찾아온다.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에 오는 고니는 고니보단 큰고니가 많다. 서양 음악과 동화에 나오는 고니는 '혹고니'이다.

부리 끝이 검고 콧등에 노란색이 많은 것이 큰고니이고, 부리에 검은색이 많고 노란색이 작은 것이 그냥 고니다. 혹고니는 부리에 혹이 있어서 혹고니라고 한다. 혹고니는 부리가 연한 붉은색이고 부리에 혹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강원도 동해안 석호 지대에서 몇 마리 볼 수 있는 귀한 새인데 올겨울 진주 금산교 아래에서 두 마리가 발견되었다.

고니는 죽기 전에 한번 운다?

'고니는 울지 않는다'거나 '고니는 죽기 전에 한 번 운다'는 말이 있다. 이것도 서양 이야기인데 주남과 우포에 있는 (큰)고니는 아주 큰 소리로 자주 잘 운다. 울지 않는다는 것은 혹고니를 보고 하는 말이다. 고니는 영어로 Swan이고 혹고니는 영어로 Mute Swan이다. 혹고니는 평소에는 잘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백조 왕자에서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해버린 오빠들에게 엉겅퀴 풀로 옷을 만들던 공주가 옷을 만드는 동안 절대로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조용한 혹고니 때문이 아닐까?

/정대수(진동초등학교 교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