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만난 누룽지 개천에서 용난 사연

미 개척시대 빵 없어 '바닷가재'

옛날 미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답니다. 이주민이 인디언의 터전을 빼앗던 그 시기, 사람들이 먹을 빵이 모자라는 지경에 이르렀던 거죠. 노예들에게 배고픔은 당연한 것이 됐고, 농장에서 일하던 이들도 굶주림에 허덕이는 상황이 됐습니다.

그런데 염치 없는 농장 주인은 대놓고 그들을 향해 말했답니다. "빵이 없어? 그러면 로브스터(바닷가재)를 먹어." 이건 무슨 퐝당 시추에이션(황당 상황)일까요? 로브스터나 먹고 배고픔을 없애라는 이 배부른 소리는 어떻게 나올 수 있었을까요?

     
 
 

영국 청교도 102명을 태우고 미국 땅에 이르렀던 1620년 메이플라워(Mayflower) 호를 기억하시나요. 중학교 국사 시간에 배우진 않고 외웠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죠. 메이플라워 호가 당도한 지역에서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어느 날, 한 농장주는 정착한 주민들에게 위의 말보다 더 어이없는 멘트를 던집니다.

"여러분에게 제공할 수 있는 건 물 한 잔과 랍스터밖에 없습니다." 죄송하지만, 따뜻한 빵은 없으니 랍스터나 좀 드시라는 얘기였죠. 더 심한 경우도 있어요. 매사추세츠주에서는 한 농장에서 일꾼들이 빵 대신에 싫증 나는 싸구려 음식만 준다며 파업을 벌였답니다. 기어코 농장 주인과 일꾼들이 노동계약서를 작성하고 협상을 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습니다. 우스운 건 계약서 내용입니다.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로브스터를 식탁에 올리지 않는다.' 일꾼들에게 로브스터는 지독하게 물렸던 음식이었던 모양입니다. 그만큼 로브스터가 풍족했던 시대의 이야기죠.

1만 7500원(500g), 3만 3500원(1㎏), 6만 7000원(2㎏). 다소 싸게 판다는 한 수산물 가게 쇼핑몰에서 요즘 제시된 로브스터 값입니다. 가난함의 상징이던 로브스터가 이제는 최고가 요리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참으로 출세한 음식이 아닐 수 없겠죠.

청나라 강희제는 '누룽지탕'이 최고

한편, 재산도 넉넉해서 값비싼 최고급 요리만 먹을 것 같은 한 황제. 그가 사랑한 요리를 보면 '그렇게 입이 비싼 사람(?)'은 아니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청나라 강희제는 '누룽지탕'을 천하제일의 요리라고 추어올렸답니다.

막걸리 좋아한다며 교묘하게 서민정치 펼치는 척하는 오늘날 통치자와는 사뭇 다릅니다. 진짜 그 맛에 뿅 갔기 때문이죠.

누룽지에 소스를 끼얹어 만든 누룽지탕. 강희제가 그걸 맛본 건 민심 시찰 여행을 떠났을 때랍니다. 청나라 황제는 가끔 백성 복장을 하고 이곳저곳 둘러봤다는데요. 매화나무가 우거진 매림이라는 지역에 머물렀는데, 갑자기 강희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습니다.

곁에 있던 신하들은 황급히 황제의 시장기를 달래줄 무언가를 찾았죠. 근데 주변에는 식당이 아예 없었고, 작은 농가만 있었답니다. 농가에도 밥이 없었는데, 그 집 아낙네는 누룽지가 조금 남아 여기에 채소 국물만 덮어 주었답니다. 이렇게 강희제는 누룽지탕을 맛봤던 거죠.

요컨대 음식의 맛에는 빈부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집 밥'처럼 익숙한 맛이 제일 좋기 나름입니다. 끔찍한 지진이 일어난 아이티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아이에게 맛의 값어치를 절대 물어볼 순 없을 겁니다. 지금은 4㎏ 남짓 쌀 2포대와 900g 남짓 콩 2포대로 네 식구가 함께 이주일 이상 먹을 수 있다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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