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다' '푸석푸석하다'……. 요즘 우리밀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지만, 예전에는 이처럼 우리밀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그 때문에 한때 우리밀은 사라질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일한 만큼 큰 이익을 못 본 탓에 한두 농가씩 포기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편견이 옛말이 됐다. 우리밀 소비자가 늘었고, 덩달아 재배하는 이도 많아졌다. 더구나 경남은 우리밀 다량 생산지다. 특히, 합천군은 전국에서 손꼽을 정도로 재배 면적이 넓고 생산도 많이 한다. 사천시와 산청군도 생산량이 제법 많다. 진주시, 밀양시, 고성군, 의령군 등에서도 우리밀이 생산된다. 도내 우리밀 재배 면적의 변화도 눈에 띈다.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1445㏊(헥타르, 1만 ㎡)였던 게 올해는 2300㏊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우리밀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뜨는 까닭은 뭐니 뭐니 해도 '친환경'이라는 시대적 화두에 걸맞기 때문이다. 건강 먹을거리로 빛을 본다는 것이다. 김해시 진례면 우리밀 경남부산사업단과 마산시 서성광장 사거리에 있는 '우리밀피자' 본점을 찾아가 우리밀 과자와 피자를 먹어봤다. 퍼석퍼석할 것 같다는 생각은 지나친 우려였다. 과자의 목넘김은 부드럽고, 피자도 느끼함이 덜했다.

친환경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 높아져 소비·생산 크게 증가

◇어찌 몸과 땅이 둘이겠는가 = 우리밀 경남부산사업단 허태유 대표는 최근 한두 해 사이 우리밀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고 했다. 보통 한 해 전국 1만 t이던 양이 지난해 2만 t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5만~6만 t이 예상된다고 한다.

아울러 허 대표는 국제 가격 시장에서 밀 값이 오르거나 내릴 때 자급률이 1%도 안 돼 아무런 대책도 없는 한국에서 우리밀은 식량 주권을 찾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먼 훗날을 내다볼 때 우리 스스로 식량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과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밀은 6~7월에 거둬들인다. 농민에겐 겨울철 보리 대체작목이 된다. 현재 생산자들을 중심으로 유통망이 잘 갖춰져 있다. 농촌 소득을 보장하려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과, CJ, SPC, 대한제분 등 기업의 투자 등도 뒤따르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뚜레쥬르, 파리바게뜨 등 브랜드 제과점에서도 쉽게 우리밀 제품을 볼 수 있다.

     
 
  우리밀로 만든 과자  
 

먼저 우리밀은 수입 밀과는 자라는 환경이 다르다. 우리 땅에서 우리 공기를 마시고 물을 먹은 곡식이다. 이는 우리와 잘 맞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외국산 소고기가 싼값에 들어옴에도 한우 소비가 늘어 오히려 가격도 오른 건 우리밀 소비 증가와도 관련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우리 먹을거리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뜻이겠다.

깨끗하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허 대표는 겨울을 나는 우리밀은 병해충이 없기에 농약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했다. 보릿고개를 넘긴 이들에겐 약간 덜 익은 밀을 불에 구워서 먹던 '밀사리'라는 추억도 있다. 소비가 느는 걸 곱씹어 보면, 추억이 있는 어른들의 아이들을 위한 인식 변화도 큰 몫이었다고 하겠다. 허 대표는 "가공식품도 소비자가 믿을 수 있도록 생산 과정을 중요시하고 단계마다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소비력과 생산량이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과거 생산자는 많아졌으나 소비는 주춤대 우리밀살리기운동이 실패로 돌아간 적도 있었다. 따라서 농민과 소비자, 유통업자 등의 생명 밥상을 만들려는 노력이 모여야 한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 운동이 되는 것이다.

     
 
  우리밀로 만든 밀가루와 국수  
 

우리밀 경남부산사업단은 일종의 총판장이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밀살리기운동본부가 전액 출자해 만든 ㈜우리밀(www.woorimil.co.kr, 02-333-6123)을 통해 핫도그, 건빵, 영양갱, 과자, 라면, 국수, 소면, 통밀가루, 부침가루, 백밀가루 등 다양한 우리밀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푸르나이'라는 이름의 우리밀급식사업단도 있다. 경남사업단은 도내 거의 모든 학교에 우리밀로 만들어진 국수, 찐빵, 핫도그, 수제비, 피자 등 가공식품을 제공하고 있다.

농협, 대형마트, 유기농가게 등에서도 ㈜우리밀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우리밀 경남부산사업단 전화는 055-342-7380, 7381.

과자·국수 등 가공식품도 인기…외국음식 '피자'도 만들어

◇피자도 신토불이 = '우리밀피자'는 지난 16일 딱 10주년을 맞았다. 마산시 서성동에 본점을 둔 '우리밀피자'. 2000년 출발 당시 본점뿐이었지만, 현재 마산 경남대점, 창원점, 양산점, 부산 화명금곡점과 구포덕천점이 있다. 오는 3월 마산 산호양덕점도 꾸려질 예정이다.

우리밀 100%로 만든다는 점도 내세우지만, 치즈, 소고기, 채소 등 뭐든지 국산 재료를 쓴다. 그러니 '우리밀피자'는 수입된 음식 피자를 한국화한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밀피자'도 소비자들의 우리밀 사랑 덕택에 지난해 매출이 재작년보다 40% 가까이 올랐다.

     
 
  우리밀과 국산 재료로 만든 피자  
 

한 해 두세 번 각 지점장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메뉴도 개발한다. 마늘을 다져 넣은 갈릭 소스에 한우 불고기가 곁들여진 갈릭 스테이크 피자, 고구마의 달콤함과 치즈의 고소함이 어우러진 크림골드 피자 등 메뉴도 16가지다.

입맛을 돋우고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토핑도 중요하겠지만, 피자 맛은 원재료인 빵, 즉 밀가루 맛이 좌우한다. "음식의 맛은 재료에서부터 나옵니다. 많은 사람의 우려와 달리 우리밀은 소화도 잘 되고, 무엇보다 느끼함이 없습니다." '우리밀피자' 안병재 대표는 운영 철학을 밝히며 맛에 대해서도 자신했다. 알음알음 손님이 늘었다. 서로 믿어줬기 때문이란다. 피자 값은 모두 2만 원 안팎이다. 마산 본점 055-222-8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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