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몸이 움츠러든다. 다른 지역에 비하면야 추위도 아니겠지만, 겨울에도 포근한 남쪽에 살던 사람이라 조금만 추워져도 구들장 지고 심심한 입을 즐겁게 해줄 무언가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짐을 어쩔 수 없다.

뜨끈한 국물과 시장기를 없애고 싶은 욕심이 생기면서 좀 더 특별한 음식을 생각하다가 요리법이 쉽고 배도 부르고, 특별한 맛도 즐길 수 있는 음식이 한 가지 생각이 났다. 굴 떡국. 떡국이 끓을 때 굴을 한 줌 넣어 주면 향도 좋고, 적당히 씹힘도 있는 굴도 먹을 수 있다.

신선한 굴은 소금을 뿌려 씻어 회로 즐겨도 좋고, 전으로 구워도 맛이 있고, 그냥 석쇠에 구워도 쫄깃하면서 부드럽다. 조금 더 수고를 보태 굴밥, 굴죽, 굴 탕수육, 톳이나 매생이와 함께 끓여 굴국으로 즐겨도 겨울 바다의 부드러운 맛과 향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다.

세계인이 즐기는 겨울 영양식

굴을 생으로 먹을 때 맹물에 씻으면 수용성 영양성분과 단맛이 다 빠져나가 제 맛을 즐기기 어려우므로 소금을 뿌려 씻고, 익히는 요리를 할 때는 수분이 70% 이상인 굴을 너무 많이 가열하면 수분이 빠져 단단해지고 맛이 없어지므로 재빨리 조리를 하거나, 요리 마지막에 넣어 잠깐만 익히는 것이 좋다.

세계적으로 미식가들의 사랑을 받아온 식품 중의 하나가 굴이다. 고대 로마의 황제들, 나폴레옹,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는 대표적으로 굴을 즐겨 먹었다고 한다.

이는 굴이 세계 곳곳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의미도 되는데, 굴의 종류는 8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민족이나 국가마다 먹는 방법이 다른데 신선한 굴은 날것으로 즐긴다. 유럽에서는 레몬즙만 뿌려 생으로 즐기고, 우리나라는 초간장이나 초고추장과 곁들여, 중국에서는 볶거나 끓여서, 태국 등 동남아에서는 라임즙, 마늘 튀긴 것, 소스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굴은 바닷가 암초에 붙어 이동하지 않고 그 자리에 자라는데 5~8월 사이 산란하면 유충이 바다를 떠돌다가 바위에 붙게 된다. 산란기인 5~8월 사이에는 아린 맛이 나며 쉽게 상해 중독되거나 배탈 나기 쉽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영어로 'r'자가 들어가지 않는 달인 5월(may), 6월(june), 7월(july), 8월(august)에는 굴을 먹지 않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굴은 10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제철인데 추울수록 맛이 좋다.

곡류에 부족한 아미노산 많아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서는 굴을 식용해 왔는데, 철기시대의 김해 조개무지에 보면 굴을 포함한 30여 가지 조개껍데기가 발견되었다 한다. <산림경제>에 의하면 석화(石花)는 이른봄과 가을, 겨울에 먹는데, 회로 초장에 찍어 먹으면 좋고 성질이 냉하므로 밥 위에 쪄서 소금을 쳐 먹어도 좋고 큰 것은 꼬챙이에 꿰어 기름장을 발라 구우면 절미라고 기록되어 있다.

흔히 굴을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고 한다. 영양학적으로 완전식품에 가깝다는 의미가 되는데 곡류에 부족하기 쉬운 아미노산의 함량이 높아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식탁에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소화흡수가 쉬운 글리코겐이 많고, 철분, 아연, 칼슘, 인 등의 무기물이 고루 함유되어 있다.

   


싱싱한 굴은 살이 통통하고 유백색으로 광택이 나며, 눌러보면 탄력이 있는데, 가장자리에 검은 테가 또렷한 것이 껍데기를 깐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

/신정혜(재단법인 남해마늘연구소 기획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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