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의거기념사업회(회장 강주성)는 이번에 펴낸 3.15의거기념시선집 <너는 보았는가 뿌린 핏방울을>이 사료적 가치를 고려한 편집의 결과라고 말한다.
연대기순 편집 방식을 볼 때 일리가 있는 말이다. 편집진이 일부러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시대에 따라 3.15를 노래한 시편들의 많고 적음이 한눈에 보이도록 돼 있다.
61년 5월 16일 당시 박정희 소장이 군사쿠데타를 일으킨 뒤로 79년 10월 26일 심복의 총탄에 숨을 거둘 때까지 18년 6개월 동안 발표된 3.15 기념시는 모두 14편밖에 안된다. 이 가운데 5.16을 찬양하는 시가 ‘송년감상초’(118쪽)와 ‘다시 이 땅에’(203쪽) ‘3월에서 5월까지’(219쪽) 등 3편이다. 이밖에 ‘아직도 우리는 고독하다’(199쪽)는 5.16 이전에 이미 민중의 민주주의 노력을 무질서라고 깎아내린 작품이다.
80년 5.18 이후 전두환 시절 7년 동안 발표된 3.15기념시도 모두 7편뿐. 1년에 1편도 안되는 작품을 낸 데 견줘 88년부터 91년까지는 가히 기념시의 홍수라 할만하다. 모두 71편으로 26년에 이르는 박정희.전두환 시절의 18편보다 4배나 많은 분량이니, 3.15를 읊지 않으면 제대로 행사조차 못하는 문인으로 비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3.15의거기념사업회는 이같은 ‘사료적 가치’를 미리 밝혀 놓고 있다. 강주성 회장이 책머리에서 “쿠데타 이후에 슬그머니 목소리를 낮추는 비겁한 시인들의 혼미한 시편까지 망라했다”고 한 구절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강 회장의 발언은 이어지는 ‘축사’와 ‘찬사’에 파묻혀 버렸다. 게다가 책말미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김윤식씨조차 3.15 기념시와 5.16 찬양시를 구분해 놓지 않아 평범한 시민이나 자라나는 세대는 ‘3.15 배반시’를 쉽게 알아볼 수 없게 돼 있다.
결국 3.15를 배반한 시와 비겁한 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게 이번 3.15기념시선집의 아쉬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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