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16 호랑이의 눈물…수많은 이야기·속담 들어도 멸종원인·현재 모습엔 무관심

<북극의 눈물>에 이어 <아마존의 눈물>이 다큐멘터리 사상 20%가 넘는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에게 북극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은 보이지만 호랑이의 눈물과 울음소리는 왜 들리지 않을까?

이발소 호랑이에서 태극전사 가슴에까지

우리는 어려서부터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에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는 호랑이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학교에 가서 단군신화의 호랑이와 곰 이야기를 들었고 비디오를 보면 늘 시작은 호환 마마로 시작했다. 88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 맹호부대 깃발, 고분벽화의 사신도에 나오는 백호, 대륙을 향해 포효하는 호랑이 모양 한반도 지도…. 너무나 많은 호랑이 이야기와 호랑이 문화 속에서 자랐다. 신화, 민화, 민담, 속담, 부적, 그림, 조각에서부터 이발소 벽에 걸린 호랑이 그림과 태극전사의 가슴에 있는 호랑이까지 우리 민족의 삶에는 호랑이가 늘 함께 해 왔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줄무늬 호랑이와 점박이 표범에서부터 우리 역사와 문화에서 호랑이는 아주 중요한 야생동물이다.

까치와 호랑이가 소나무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민화 <호작도>
한국 호랑이 멸종 원인은 일제

지금 한국 호랑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우리나라에는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 삵이 살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 땅에서 호랑이가 멸종되었을까? 일제 총독부 공식 기록에 호랑이 97마리, 표범 630마리를 잡았다는 기록이 있다. 공식 기록이 이 정도면 실제는 엄청난 숫자의 호랑이와 표범을 잡아 죽였을 것이다. 우리나라 마지막 호랑이는 1922년 경주에서 잡힌 호랑이가 마지막 대한민국 공식 기록이다. 일제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표범 진짜 한국에도 살았을까?

표범은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아프리카에서 치타랑 함께 산다고 생각한다. 표범은 우리 땅에 호랑이보다 숫자도 많았고 40여 년 전까지 경남에서 야생으로 살았다. 1968년 가야산에서 올무로 죽은 것이 우리나라 최후의 야생표범이다. 1962년 합천 오도산에서 수컷 표범 한 마리가 생포되어 창경원에 전시되었다가 72년에 죽었다. 지금도 할아버지 할머니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우리 마을에 힘깨나 쓰 는 장사들이 맨손으로 잡은 것은 아마 호랑이가 아니라 표범일 것이다. 호랑이도 범이고 표범도 범이다. 보통 200kg 나가는 호랑이보다는 어른 몸무게 정도 되는 표범이 격투 끝에 잡히기도 했으리라 생각된다.

호랑이 문화를담고 있는 책들
야생동물 주적은 몸보신 아저씨와 모피코트 아줌마

호랑이와 표범을 일본시대 일본 사람들이 다 잡아 죽였다고 하지만 사실은 건강에 좋다면 무조건 잡아먹는 아저씨와 값비싼 모피코트를 찾는 아줌마 때문에 완전히 멸종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전 세계 멸종 위기종 중에서 호랑이 뼈와 호랑이 가죽을 찾는 사람들, 모피 목도리와 모피코트를 찾는 아저씨 아줌마 때문에 수많은 야생동물이 총을 맞고 쓰러지고 있다.

시라소니와 스라소니

스라소니는 야인시대 김두한과 함께 시라소니라 불리던 이성순이 먼저 떠오른다. 법보다 주먹이 앞서던 시절 낭만 주먹의 대명사이다. 시(?)라소니는 표범보다 작고 고양이보다 큰 개만 한 크기이고 꼬리가 뭉툭하게 짧고 귀 위에 검은 털이 길게 나 있다. 보통 시라소니라고 부르지만 스라소니가 표준어이다. 우리 입에도 시라소니가 편하고 아무리 자료를 찾아보아도 시라소니가 표준어가 되어야 맞을 듯하다.

삵과 살쾡이

살쾡이라고 부르는 삵은 고양잇과 야생동물 중에서 제일 작다. 고양이만 하다. 삵을 길들여서 집 고양이가 되었으리라 생각하지만 고양이는 이집트에서 길들여서 중국을 통해 수입된 동물이다. 고양이는 꼬리가 얇고 가늘지만 삵은 꼬리가 방망이처럼 복슬복슬하다. 고양이는 젖꼭지가 4쌍 8개인데 삵은 2쌍 4개이다. 삵은 귀 뒤에 하얀 무늬가 있는데 고양이는 하얀 무늬가 없다. 가장 쉬운 특징은 삵은 이마에 세로로 줄무늬가 있다. 우포늪이나 주남저수지에 가서 재수 좋으면 야생 살쾡이를 만날 수 있다. 운 좋게 만나도 보통 사람은 그냥 들고양이라 생각하고 지나쳐 버리기 쉽다.

   
 
 
호랑이 공부 해보자
 

야생동물 발자국이나 똥을 보고 어떤 동물인지 궁금한 분은 최현명 선생의 <야생동물 흔적도감>이란 책을 권하고 싶다. 호랑이에 대한 문화에 대한 내용은 이어령 선생님의 <십이지신 호랑이>란 책을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호랑이 멸종에 대한 이야기는 엔도 키미오씨가 쓴 <한국 호랑이는 왜 사라졌는가?>라는 책을 보시면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한민국에 호랑이가 살아있을까?

아무도 모른다. 혹시 한두 마리 살아있다고 해도 근친교배로 곧 멸종하고 만다. 휴전선이 허물어지고 남북의 산하가 호랑이가 살 수 있는 자연환경이 만들어져야 살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호랑이가 있지 않은 한 호랑이의 눈물을 닦아줄 순 없다.

북극의 눈물과 아마존의 눈물도 지구의 눈물로 보지 못하고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딴 나라 먼 나라의 눈물로만 본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순천만 갈대의 울음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나서서 지금의 생태관광수도 순천만이 되었고 우포늪과 주남저수지의 울음소리를 들은 분들의 모진 역경과 고난으로 지금의 우포늪과 주남저수지가 보호되기 시작했다.

   
 
 
우리에겐 호랑이의 눈물을 볼 수 있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눈과 호랑이의 처절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연을 존중하는 귀, 호랑이를 함께 품어 줄 넓은 마음이 필요한 때다.

울산암각화 전시관의 호랑이, 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진주박물관 그리고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호랑이 유물 특별전, 밀양 호랑이 박물관, 가까운 진주 진양호 동물원, 대전동물원의 한국호랑이를 보며 호랑이의 울음소리와 눈물을 보듬어 안아보자.

/정대수(마산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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