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가 '숟가락을 들기 전' 칼럼을 싣습니다. 우리가 밥상에 앉아 '숟가락을 들기 전'에 알면 도움이 될 상식과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생각으로 채워가고자 합니다.

외국 여행을 하다 보면, 방문국가의 요리만큼이나 먹고 싶은 것이 맛깔스런 한국 음식이다. 이탈리아에서 음악을 들으며 스파게티를 먹고, 프랑스에서 고급 와인에 달팽이요리(Escargot)나 푸아그라(foie gras)를 먹어도 여행 중 한두 끼 정도는 자기 나라 음식을 찾게 된다.

태어나 성장해오는 동안 어머니와 아내가 해준 음식에 길들었는데, 외국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하루아침에 입맛까지 돌려놓을 수는 없다. 비교적 외국 여행을 자주 하는 필자도 여행 중 한식레스토랑을 자주 찾는데, 그럴 때마다 실망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음식값이 비싼 것은 그렇다 해도 우선 음식 맛이 별로 없다. 그들의 음식 맛은 우리의 1960~70년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뉴욕 한식과 LA 한식은 예외다. 필자의 주관적 판단인지 모르겠지만 특히 LA 코리아타운(Koreatown) 레스토랑 한식은 서울에서 먹는 한식보다 더 감칠맛이 있다.

국내 요식업계 표준화 안돼 맛 '제각각'

실례를 들어 우리 전통음식 중의 하나인 '육개장'만 해도 서울에서 먹는 '육개장'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뉴욕의 '육개장', LA의 '육개장'이 재료 선택도 월등하고 맛이 좋다.

그런데 이 맛있는 한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누군가? 물론 일부는 한국의 주방장이 조리하는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뉴욕 한식레스토랑이나 LA 한식레스토랑 모두 주방에서 요리하는 요리사(Chef)가 멕시코 사람(Mexican)들이다.

그들이 10가지도 넘는 다양한 한식 메뉴들을 요리해낸다. 한국에서는 한식 세계화의 걸림돌 중 하나로 한식의 표준 레시피(Recipe)가 안 되어 있는 점이 꼽힌다. 그러나 뉴욕이나 LA 한식 레스토랑에 가면 조리실에 잘 정리된 한식 레시피(Recipe)가 걸려 있다.

멕시코 요리사들은 업주가 준비한 이 한식 레시피(Recipe)를 보고 맛있는 한식을 요리해내는 것이다. 한식만 그런 것이 아니다. 비교적 한인들이 많이 사는 뉴욕 후로싱 지역이나 LA 코리아타운 떡집의 떡 기술자들도 모두 멕시코 사람(Mexican)들이다.

어떻게 보면 뉴욕이나 LA에 사는 한식레스토랑 업주들이 한식세계화의 일등 공신들이다. 한식의 표준화와 세계화는 한국 국내보다 이미 이들이 앞서 나가고 있다. 논점에서 빗나가는 경우이지만, 일본의 스시나 우동을 파는 미국과 캐나다 등 외국의 일식당(Japanese Restaurant) 업주 70%가 일본 사람 아닌 한국 사람이다.

LA 한식이 '원조' 서울 한식보다 맛있어

지나친 말인지 몰라도 서울 가면 식당은 많은데, 무얼 먹을까 고민이 될 정도로 메뉴도 그게 그거고 맛도 별로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보다 음식의 질이나 맛이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서울 한식과 뉴욕이나 LA 한식을 비교해서 서울 레스토랑의 한식이 맛없는 이유가 뭘까? 그건 바로 지향(志向)점의 차이다. 뉴욕이나 LA 한식 레스토랑 업주들은 타민족들과 교민들 간의 경쟁을 위해 더욱 한국적이고, 한식의 정통성을 고집해 한국을 드나들며 부단한 노력을 한 결과이다.

   
 
 

그러나 한국의 외식업자들은 일본이나 서구 지향(志向)적 내지 모방(Copy)을 하면서 국적 불명의 한식을 만들고 있다. 특히, 외식업을 하는 사람들이 실내장식 등 외형적인 부분에는 투자를 하면서 정작 음식연구에는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것 같다.

즉, 뉴욕이나 LA 한식 맛과 서울 한식 맛의 지향(志向)점이 다르다. 한국은 아직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만한 인프라(Infra) 구축도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교수(캘리포니아 주 ASU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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