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지난해 10대 히트상품 가운데 1위는 막걸리였다. 그만큼 막걸리 시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2009 막걸리 엑스포와 같은 행사에서 도드라진 막걸리들을 보면, 공통의 특징이 발견된다.

우선, 옛날 그 맛을 완전히 잃지 않는 대신에 오늘날 입맛에 맞추는 것이다. 대체로 무겁지 않은 달곰함이랄 수 있다. 또, 건강과 관련한 막걸리의 효능을 늘려 기능성은 더욱 높이려고 한다. 이를테면, 생과일을 넣는 칵테일 막걸리처럼 무언가를 보태거나 가장 중요한 재료인 쌀은 질 좋은 것으로 바꾸는 일이다.

특화로 활로 뚫는 경남 막걸리 '초록보물섬'·'맑은내일'

보태는 무언가는 지역 농산물에서 찾고, 밀과 수입쌀을 섞어 쓰는 관행을 깨면서 우리 쌀 소비도 늘리자는 주장이다. 양조장으로서는 수입쌀보단 비싼 우리 쌀에 대한 부담이 생기겠지만, 그만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막걸리를 와인과도 견줄 만한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자는 제안도 그래서 나온다.

이렇게 막걸리 전통도 살리고 우리 농가도 돕는다면, 그 효과는 일거양득이겠다. 경남지역에도 이러한 특성으로 2009년 한해 동안 전국으로 이름을 알린 막걸리들이 있다. 남해 특산물 마늘과 어우러진 ㈜초록보물섬의 마늘 막걸리 'V1'과 창원지역 햅쌀로 담근 ㈜맑은내일의 '누보 우리 쌀 막걸리'다.

◇마늘 막걸리, 냄새 나지 않을까? = 마늘과 막걸리가 만났다. 처음 보기에는 그리 어울리는 것처럼 느껴지진 않을 수도 있겠다. 지난해 7월 말 마늘 막걸리를 내놓기 전까지 초록보물섬 류은화 대표의 고민도 그랬다.

마늘 냄새를 줄이는 게 관건이었다고 한다. 유자술 등 지역 농산물로 20년 가까이 전통 술을 담근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막걸리 향과 마늘 냄새가 섞이면 누가 먹겠느냐?'는 핀잔도 들어야 했다. 더군다나 'V1'의 마늘 비율은 12%. "시음을 하는 국세청 기술연구소에서도 만류하더라고요. 복분자 막걸리 등에도 복분자는 0.5%가 채 안 된다면서 말이죠."

초록보물섬 - 마늘냄새 쏙 뺀 마늘막걸리로 시장 돌풍

     
 
 

초록보물섬은 재단법인 남해마늘연구소와 함께 연구해 물로써 마늘 냄새를 빼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남해 쌀(41%)도 쓰인다. 남해 지역 주민이 반가워할 수밖에 없겠다. 겨울철 비수기이지만, 농협·축협·슈퍼마켓·횟집 등 남해에만 한 달에 300상자씩 나가고 있다. 전국 롯데마트와 경남 서원유통 등에도 내보내고 있다. "마늘 냄새를 잡고, 12% 함유량으로 마늘 효능은 살아있게 했죠. 뜻밖이라는 반응이 나왔어요. 막걸리 붐 덕분인지 3개월 만에 10만 개가 나갔어요."

마늘에는 비타민(Vitamin) B1이 많이 들어 있는데, 'V1'은 이를 줄여서 만든 이름이란다. 마늘 막걸리로서 처음이고, '스파우트 파우치팩' 용기에 담는 방법도 최초다. "주로 아이스크림이 담기는 파우치팩에 막걸리를 넣어 온도, 날짜별로 관찰 실험을 계속했죠. 등산갈 적에 막걸리를 가져가잖아요? 얼려도 파우치팩이 더 유용하다는 판단에서죠."

마늘의 살균력이 효모를 죽여버리지 않게 하는 기술도 있다고 일러줬다. 25℃를 유지한 채 7~10일간 숙성한다. 한 번 거르고 3일 정도 숙성 기간이 또 있다. 텁텁하지 않고 가볍고 부드러운 맛이다.

유자, 밤 막걸리도 개발해 놓았다. 총 세 단계로 술을 안치는데, 마늘·유자·밤 등은 동결 건조해 가루를 내고 마지막 단계에 넣는다. 살균해 유통기한은 6개월, 알코올 도수는 7도다. 1개당 파우치(350㎖) 1500원, 페트병(1ℓ) 2000~2200원. 1상자 페트병(12개) 2만 원, 파우치(30개) 4만 원. 택배 비용은 초록보물섬이 부담하고 있다. 남해군 고현면 오곡리 854번지. 전화·인터넷 주문 가능. 055-863-4433. www.gtishop.co.kr

◇햅쌀 막걸리, 어떤 맛일까? = 최근 주목받는 막걸리들은 저급하다는 편견도 벗어나고 있다. 고급화의 길이다. 맑은 내일이 지난해 11월 출시한 '누보 우리 쌀 막걸리'도 그렇다.

말통이나 페트병과 어울리던 막걸리가 이제는 늘씬한 유리병에 담긴다. 다양해진 막걸리 모습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맑은 내일 기획마케팅본부 방민혁 대리는 "내용물은 전통이지만, 손이 가는 그릇은 현대화해야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보(nouveau)'는 프랑스어로 '새로운(new)'이란 뜻이다. 햇포도로 담근 와인 '보졸레 누보'와 경쟁한다는 취지로 이름이 붙었다. 농림수산식품부 후원으로 전국에서 '누보' 이름을 쓰는 막걸리 양조장은 불과 13개뿐이다. 경남에서 맑은 내일이 유일하다.

'누보 우리 쌀 막걸리'는 이름 그대로 우리 쌀로 빚어낸다. 어디서 누가 생산한 쌀인지 밝힌다. 지금 팔리는 게 모두 지난해 생산한 쌀로 빚은 것이다.

맑은 내일 - 햅쌀로 빚고 늘씬한 유리병에 담아 고급화

우리 햅쌀로 막걸리를 만들 경우 묵은 쌀이나 수입쌀이 쓰일 때보단 산뜻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묵은내와 쌀의 산화로 생성될 수 있는 숙취 성분도 줄어든다고 한다. 달콤하면서 맑고 부드러운 맛이다. 살균 처리해 1년까지 보관할 수 있다.

최근 살균 처리를 하지 않는 생막걸리 '탁사마(전통 탁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빚은 술)'도 내놓았다. 투명한 페트병에 담기고, 유통기한은 7~10일이다. 균이 살아있어 탄산 느낌이 강하고, 둔탁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맑은 내일 막걸리의 특징이라면, 생쌀 발효법이다. 고두밥을 찌지 않고 생쌀을 갈아 술로 안친다는 것이다. 효모가 완전히 발효하면, 맛을 내는 비법을 덧붙인다. 단감, 배 막걸리도 있다. 과일은 통째 가루를 내 발효 도중에 넣는다. 창원 단감 등 지역 과실이 주로 쓰인다.

그간 맑은 내일은 자치단체와 연계해 창녕군 양파 발효주 '우포의 아침', 고성군 보리수 열매약주 '산들바람보리수' 등을 선보였다. 더 브로리(The Brewery) 카페에서는 전통 술 빚기 체험 교실도 열고 있다.

알코올 도수는 모두 7도. 탁사마(750㎖) 1200원, 누보 우리 쌀 막걸리(375㎖, 500㎖) 2300~2400원. 택배 비용을 부담해준다. 창원 귀산동 502-1번지. 055-264-0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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