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이 낸 새 책―바다로 가는 택시(김창환 ㅣ자연과 인문)

자기 프로필이 망해온 기록이기도 하지만 꿈을 꿔온 기록이기도 하다는 사람이 자기 삶을 털어놓았다. 강원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곤충학을 전공하고 정부기관과 잘 나가던 대기업을 때려치우고 10만 평 감자 농사를 짓다가 '쪽박 차고' 거름장사, 밥집 아저씨, 도토리묵집 아저씨를 거쳐 통영의 택시기사가 된 사람이다.

김창환(48). "꿈이란 것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 더 많다는 것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꿈은 항상 거창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타향인 통영에서 택시에 앉아 결코 짧지 않은 6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꿈을 꿀 그 어떤 실마리도 잡을 수가 없었고, 먼 타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마는구나 답답했다고 한다.

(김창환 ㅣ자연과 인문)
바로 딸아이가 구원하는 밧줄이었다. "멋있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 내가 살아온,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쓰게 되었다. 어찌 보면 이렇게 들어앉아 넋두리를 쓰자고 지난 시절 그리 난리 치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글을 쓰고픈 욕망에 택시를 소홀히 한 날도 많았다. '글을 쓰면 돈이 나와, 밥이 나와' 표정은 분명 그러한데도 용케 입밖으로 뱉지 않고 다시 삼켜버리는 그녀가 고맙기도 했다."

김창환은 자기 글에 대해 "삶의 철학이나 사상 같은 것은 애당초 없다"고 했다. "스스로 철학적이지 못하고 달콤한 꿈을 좇아 앞만 보고 내달리던 놈이었기에 그렇다." "필부의 사는 이야기,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된 촌놈 하나가 가슴을 누르고 택시기사로, 아빠로, 아들로, 신랑으로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김창환의 '꿈'은 달라져 있을까. "그렇더라도 내 얘기를 읽으신 분들은 빙그레 웃으시기도 하고 돌아 앉아 눈물 훔치시기도 하리라 생각한다. 내 이야기가 그 분들의 가슴에도 이미 다 들어 있는 그분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기자신의 글에, '때로 가슴 뭉클하고 때로 웃음이 비어져 나오는 삶의 조각들이 녹아 있다'고 믿는 것이다. 팔순이 넘는 노모와 무르팍 쑥 삐져나온 추리닝의 그녀와 토끼 같은 딸아이, 그리고 누렁이 개 한 마리를 데리고 통영 미륵도 둔전마을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김창환의 이야기다.

'바다로 가는 택시'에는 택시기사로 일하면서 겪은 얘기들이 들어 있고 '앉은뱅이의 역마살'에는 숱한 고비를 넘기면서 통영으로 흘러들어와 살아가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자연과 인문. 280쪽. 1만3000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