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은 나물, 뿌리·줄기 기침감기약으로

지난주는 주남저수지에 큰고니를 만나러 갔습니다. 우포늪이나 주남저수지를 가면 활기로 넘치는 겨울을 만날 수 있어 좋습니다. 바람만 머무는 산 숲에서 볼 수 없는 새들의 이야기가 풍성하고 떼를 지어 나는 기러기와 오리들의 군무도 구경하는 일은 겨울 아니면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못 둑에 피어 있는 갈대꽃을 동무삼아 걸으며 가을을 추억하고 들판의 겨우살이를 살피는 일이 좋아서 가끔씩 갑니다. 쉴 새 없이 먹이를 찾는 큰고니의 몸놀림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생존 투쟁이 스치고 지나는 우리에게는 한가로운 풍경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갈대 숲 아래엔 수많은 들풀들이 가을의 흔적들로 남아 줄기와 마른 꽃대가 바삭거립니다. 그 아래로는 겨울을 나는 월년초들이 납작 땅에 붙어서 서리로 얼어 붙은 잎을 녹이고 있습니다. 개망초·별꽃·달맞이·배암차즈기…. 반가운 이름들 속에 생명 푸른 이파리들을 쓰다듬어 봅니다. 왕고들빼기는 멀쑥하게 큰 키로 지난가을 피워 올렸던 꽃대 사이에 아직도 홀씨가 남아 그것을 흔들어 날려줄 그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그 사이로 개미취 몇 포기 채 꽃잎이 떨어지지도 않은 채 고개 외로 꼬고 잠든 닭처럼 줄기가 아래로 늘어져 있습니다. 가만히 흔들어보니 거기서도 풀풀 씨앗들이 흩날려 나옵니다. 옛날에는 잎이 마르기 전에 뿌리와 함께 캐서 약초로 말리던 개미취입니다. 여러해살이풀이어서 내년 봄이면 뿌리 끝에서 새 순이 돋겠지요.

   
 
 
개미취는 전국의 산기슭이나 길가, 논둑 같은 곳에서 가을이면 보라색 꽃을 가득 피워서 쑥부쟁이·구절초와 함께 들국화로 익히 알려진 풀꽃입니다. 쑥부쟁이와 구절초에 비해 한 줄기에 꽃이 많이 달리며 키가 더 큽니다. 9~10월에 걸쳐 주로 보랏빛 꽃을 피우는데요. 산국이나 구절초는 짙은 국화향을 갖고 있으나 개미취는 향이 별로 없습니다. 이른 봄에 싹이 나면 봄나물로 먹는데요.

향이 뛰어나고 맛이 있어서 입맛을 돋우기도 하지만 기침 감기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약초를 쓸 때는 주로 가을에 꽃이 지고난 후 줄기와 뿌리를 채취해서 말리는데 약명으로는 '자원'이라 하여 동의보감에 기관지염이나 기침·해소·천식·거담·진해 등을 치료하는 데 주로 쓰인다고 나옵니다. 특히 뿌리에는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으며 대장균에 대한 항균작용을 하는 성분이 들어있기도 하다는데요. 이 자원은 적당한 물기가 있을 때 꿀에 절여서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그것을 '밀자원'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갱년기 여성들의 방광약화로 인한 잔뇨감 등에 자원이 뿌리와 줄기를 달여서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겨울 들판이 잠들어 있는 것처럼 보이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끊임없는 생명의 활동이 이뤄지고 있으며, 겨울을 견디며 봄을 준비하는 들풀들의 겨우살이가 안쓰럽고도 장합니다. 우리의 세상사가 맵고 짜듯이 들풀들의 겨울나기도 힘겹고 혹독하지만 그 가운데서 조금이라도 나은 상태에서 견뎌보려 애쓰는 모습에서 삶의 활력을 느껴 보는 것도 좋은 겨울나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추워도 한나절쯤 들로 나와 번성했던 여름의 추억과 새봄의 기대로 생기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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