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은 나물, 뿌리·줄기 기침감기약으로
지난주는 주남저수지에 큰고니를 만나러 갔습니다. 우포늪이나 주남저수지를 가면 활기로 넘치는 겨울을 만날 수 있어 좋습니다. 바람만 머무는 산 숲에서 볼 수 없는 새들의 이야기가 풍성하고 떼를 지어 나는 기러기와 오리들의 군무도 구경하는 일은 겨울 아니면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못 둑에 피어 있는 갈대꽃을 동무삼아 걸으며 가을을 추억하고 들판의 겨우살이를 살피는 일이 좋아서 가끔씩 갑니다. 쉴 새 없이 먹이를 찾는 큰고니의 몸놀림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생존 투쟁이 스치고 지나는 우리에게는 한가로운 풍경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갈대 숲 아래엔 수많은 들풀들이 가을의 흔적들로 남아 줄기와 마른 꽃대가 바삭거립니다. 그 아래로는 겨울을 나는 월년초들이 납작 땅에 붙어서 서리로 얼어 붙은 잎을 녹이고 있습니다. 개망초·별꽃·달맞이·배암차즈기…. 반가운 이름들 속에 생명 푸른 이파리들을 쓰다듬어 봅니다. 왕고들빼기는 멀쑥하게 큰 키로 지난가을 피워 올렸던 꽃대 사이에 아직도 홀씨가 남아 그것을 흔들어 날려줄 그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그 사이로 개미취 몇 포기 채 꽃잎이 떨어지지도 않은 채 고개 외로 꼬고 잠든 닭처럼 줄기가 아래로 늘어져 있습니다. 가만히 흔들어보니 거기서도 풀풀 씨앗들이 흩날려 나옵니다. 옛날에는 잎이 마르기 전에 뿌리와 함께 캐서 약초로 말리던 개미취입니다. 여러해살이풀이어서 내년 봄이면 뿌리 끝에서 새 순이 돋겠지요.
향이 뛰어나고 맛이 있어서 입맛을 돋우기도 하지만 기침 감기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효험이 있다고 합니다. 약초를 쓸 때는 주로 가을에 꽃이 지고난 후 줄기와 뿌리를 채취해서 말리는데 약명으로는 '자원'이라 하여 동의보감에 기관지염이나 기침·해소·천식·거담·진해 등을 치료하는 데 주로 쓰인다고 나옵니다. 특히 뿌리에는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으며 대장균에 대한 항균작용을 하는 성분이 들어있기도 하다는데요. 이 자원은 적당한 물기가 있을 때 꿀에 절여서 사용하는 것이 좋으며 그것을 '밀자원'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갱년기 여성들의 방광약화로 인한 잔뇨감 등에 자원이 뿌리와 줄기를 달여서 먹으면 좋다고 합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박덕선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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