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함과 담백함이 입 안 가득

한겨울에도 딸기 맛을 볼 수 있는 시대에도 '제철음식보다 좋은 것은 없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처럼 느껴진다. 특히 음식의 풍부한 맛이나 절대적으로 싼 가격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말이다. 겨울 하면 먼저 귤이나 붕어빵, 어묵(흔히들 오뎅이라 하는) 등 간식이 떠오른다. 주식으로 먹을 만한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굴이 떠올랐다. 별미이기도 하고 특별히 손이 많이 안 가는 요리 중 하나다. 음식이라곤 전기밥솥으로 밥하기, 면발 불리지 않고 라면 끓이기 정도의 왕초보지만 자취생에게 겨울별미를 소개하는 심정으로 굴밥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자취생 냉장고 사정 뻔할 것이고 반찬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밥으로 승부하는 것이 필승카드다. 밥이 맛있으면 반찬은 김치정도로도 훌륭한 식사가 된다.

/여경모 기자
◇굴 사기 =
굴은 풍부한 미네랄과 비타민이 포함되어 있어 빈혈을 예방한다. 또 칼슘이 다량 들어 있어 골다공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것은 몸에 들어가고 나서의 이야기고 우선은 입 안에 들어갈 때의 신선함이 굴 맛의 우선이다.

그리고 혈색을 좋게 하고 피부를 곱게 하는 미용식품이다. 여기에 구미가 확 당긴다. 회식 자리에서나 겨우 고기를 구경하는 자취생은 피부에서 자취생의 포스가 느껴지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피부 미용음식을 꼭 챙겨야 할 필수 섭취 아이템이다.

우선 굴 사기가 관건이다. 유통 기간이 짧은 굴을 싱싱한 놈으로 고르는 데는 무료로 전문가(인터넷)의 도움을 받았다. 손으로 눌렀을 때 탄력있고 오돌토돌한 것을 사라고 한다. 근데 요즘 굴은 봉지에 밀봉해서 팔기 때문에 만져볼 수 없다. 대신 굴 가장자리 검정테두리가 선명하고 빛깔은 우윳빛이 나는 것으로 선택해야 한다. 초보의 눈에는 모두 검정 테두리가 선명하고 우윳빛이다. 결과적으로 실전에서는 별 도움이 안된다.

◇굴밥 입문 = 우선 쌀을 씻어 30분간 불린다. 이때 흑미, 잡곡, 보리, 현미, 수수 등 식성에 따라 첨가해서 넣으면 된다. 견과류를 넣어 먹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일단 굴밥이니까 밥보다는 굴의 맛을 더욱 음미할 수 있도록 흰 밥으로 결정.

굴은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서 물기를 뺀다. 소금을 넣어 소금물로 만드는 일은 금지. 굴 봉지 속 물이 바로 소금물이다. 굴에 남아 있을지 모를 굴데기는 확실하게 제거해야 한다. 밥 먹다가 껍데기가 씹히면 기분도 박살난다.

굴은 부드럽게 씻어주는 것이 에티켓. 굴의 최종 임무는 전기밥통에서 밥과 함게 '짠'하고 나타나는 것이지만 생굴 맛도 지나칠 수 없다. 초장에 한번 찍어서 먹어본다. 옆 사람이 눈치를 주거들랑 굴이 신선한지 맛본 것이라고 둘러댄다.

/여경모 기자
야채는 표고버섯과 당근만 넣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냉장고에서 썩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채소도 다양하게 넣으면 되지만 가능하면 집에 남아도는 채소를 이용하는 것이 현명한 결정.

대신 불린 표고버섯과 당근은 많이 넣는 것을 조심해야 했다. 맛도 맛이지만 시각적 효과를 주기위한 데커레이션의 기능을 생각하면 밥보다 채소가 많으면 곤란하다. 과유불급이다.

무쇠솥으로 하면 좋겠지만 자취생에게는 전기밥솥으로도 충분하다.

◇밥통에 굴을 맡기다 = 소금은 넣지 않기로 했다. 양을 잘못 판단했다간 짜서 굴밥을 물에 말아 먹어야 할지 모른다는 압박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신 양념장을 만들어 '뷔페'식으로 원하는 만큼 덜어먹기로 했다.

종지에 간장과 설탕, 다진 고추,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간단한 양념장을 만든다.

이때 참기름 필수다. 얼마나 고소한지 모른다. 말로만 고소한 맛이 아니라 입으로 전해져 온다. 밥에 직접 뿌리는 대담성도 때론 필요하다. 깨소금도 '엣지 있게' 조금만. 다른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상황이라면 1회용 김을 꺼내 잘게 부숴서 장식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우주발사체의 카운트 다운 버튼을 누르는 심정으로 전기밥통의 버튼을 누른다.

전기밥통의 취사버튼을 누르면서 갈등을 한다. '백미냐 백미 쾌속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15분 더 빨리 먹겠다고 쾌속버튼을 누르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권하고 싶다. TV를 보면서 기다리면 15분은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다.

예부터 '진인사대천명'이란 말이 있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나머지는 밥통에 운명을 맡겨야 한다.

먹는 것은 알아서 드시도록. 단 맛과는 상관없이 시도 자체에 대해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도 잊지 않으시길. 역시 음식은 입으로 느끼는 것이지만 멘탈로 시작된다. 시작은 반이다.

응용동작1-골뱅이 굴 무침

긴장하지 말자. 골뱅이 무침을 하는데 굴이 들어간 것일 뿐이다. 무침의 생명은 양념장. 고춧가루, 고추장, 식초 설탕, 소금, 깨소금, 물엿, 마늘, 레몬, 참기름이 재료다. 레시피는 중요하지 않다. 먹고 싶은 만큼 담아먹는다. 한두 가지 빠진다고 좌절 말자. 당근이나 미나리, 양배추, 굴을 올려놓은 접시에 거침없이 부어서 손으로 무쳐먹는다. 이왕 무침을 한 것이니 국수라도 조금 삶아 곁들이면 최~고. 새콤달콤 침이 고인다.

응용동작2 -굴 날치알밥

여건이 허락한다면 날치가 곁들여진 굴밥도 추천. 프라이팬에 참기름과 버터를 두르고 달군다. 지글거리기 시작하면 준비해둔 밥과 김치, 단무지 등을 잘게 썰어 넣는다. 다시 재빠른 동작으로 생굴과 날치알을 얹어 볶아서 간장에 슥슥 비벼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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