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5대 요리로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중국, 태국 요리가 인정받고 있다.

특히 우리와 식생활 패턴(pattern)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세계화에 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보는 시각이 각국에 진입해 있는 스시 가게 등 일본 음식점이나 세계인이 좋아하는 일본 요리에만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음식이 단순 외식시장으로 국한된다면 아무리 세계화된다 한들 일본 음식 내지 국가적 이미지는 높아질망정 일본 식품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다. 그러나 일본 음식의 세계화는 결코 외국의 일본 레스토랑이나 외국인들의 입맛만 사로잡는 것이 아니다. 일본 음식 세계화가 끼친 영향을 보려면 각 나라의 마켓을 찾아가 진열된 일본 제품들을 보면 일본 음식 세계화가 어디쯤 와 있는지 현주소를 알게 된다.

이제 우리는 일본이나 태국 등을 뒤쫓는 식의 한국 음식 세계화로 나가서는 안 된다. 그들을 뛰어넘지 않고는 한국 음식 세계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단순히 외국에 한국 식당이 늘어나고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을 좋아하게 하는 것만으로 한식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한식당 국외서 느는 것보다

정부가 장관을 비롯한 스타급 민관 위원 35명으로 구성한 한식 세계화 추진단을 발족시키고 이명박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가 명예회장으로 전면에 나섰다.

그렇지만 한식 세계화의 중심에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와 떡볶이 소리만 있고 간간이 외국인 몇명 등장하는 기사만 있지 한식 세계화 추진단이 무엇을 하는지조차 알 길이 없다. 물론 한식 세계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부의 목표와 세부 추진 과제가 있겠지만, 2009년 한 해 활동을 보면 수백억 원의 국가 예산을 쏟아 부어가며 왜 저런 일을 하는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단순히 한국 음식을 세계에 알려 국가 브랜드 가치와 해외에 식당과 메뉴 몇 가지 늘리는 전시 행정적 사고에서 벗어나 큰 틀의 목표와 가치를 찾지 않으면 자칫 예산 낭비만 하게 된다.

/뉴시스
우리는 지금 미국 등 각국을 상대로 한 FTA 협정을 눈 앞에 두고 있다. FTA는 국가간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자유무역협정으로 유·불리가 분명하므로 협정 전후에 국민적 저항도 심할 뿐 아니라 일부 생산 기반이 무너질 수도 있다. 여기서 제일 예민한 부분이 농·축산 기반이다. 그러나 한식 세계화는 FTA 협정으로 인한 농·축산 분야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오히려 그 기반을 튼튼히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우선 한식 세계화의 목표를 식품 가공 산업 육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쇠고기를 수입해 고급육으로 가공하여 다양한 불고기 소스와 함께 육식을 즐기는 나라에 팔 수 있어야 한다. 김치와 김치 만드는 법만 설명하지 말고 다양한 김치 양념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서 쉽게 버무려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벌어들이는 수입으로 FTA협정으로 무너지는 축산기반을 비롯한 농업 기반 육성을 위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내 식품 가공 육성에 목표 둬야

두 번째가 해외 교육 인프라 구축이다. 국내에서 특성화된 대학 약 100개의 조리 관련 학과에서 1년에 1만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다. 이들을 외국대학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해외에 진출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해외 교민들이 운영하는 한식당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과 지원을 꾸준히 해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식이 각 나라의 식문화권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콘텐츠(Content)를 개발해야 한다. 그러려면 한식 세계화 추진단에 국내 인사가 아닌 해외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해외 자문단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 한식레스토랑이나 호텔레스토랑이 아닌 해외 마트에 한식 재료들이 진열되고, 전 세계 각 가정에서 한식을 즐겨 먹게 한다면 한식 세계화는 미래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을 것이다.

/식생활문화연구가 김영복 교수(미국 캘리포니아주 ASU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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