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죽음과 부활 상징 호랑가시나무 열매라는 설도

해마다 겨울이 되면 세 개의 빨간 열매를 가슴에 달아본다. 사랑의 열매를 가슴에 달면서 늘 드는 생각이 "이 녀석은 어떤 나무의 열매이길래 사랑의 열매가 되었을까?"

◇사랑의 열매 홈페이지에는 사랑의 열매 족보가 없다 = 사랑의 열매 공식 홈페이지를 찾아가 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라는 곳이다. 사랑의 열매에 대한 설명은 있는데 어떤 나무인지 밝혀 놓지 않았다. 70년대 초반부터 수재의연금과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할 때 사랑의 열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랑의 열매는 우리나라 야산에서 자생하고 있는 산열매를 보고 만들었다고 한다. 2003년 산림청에서 2월의 나무로 백당나무를 선정했는데 사랑의 열매와 닮았다고 소개하고 있다.

◇백당나무가 사랑의 열매가 맞을까? = 2003년 산림청에서 백당나무를 2월의 나무로 선정한 이유를 찾아보면 사랑의 열매를 닮았다고 했지만 사랑의 열매라고는 하지 않았다. 닮은 열매 즉 진품이 아니고 짝퉁이라는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징이 되려면 기본적인 전제 조건이 잘 알려진 나무이어야 하고 애틋한 사연이나 전설과 신화가 있어야 하는데 백당나무는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이 몇 배로 더 많은 나무라서 사랑의 열매가 될 수 없다. 그럼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진짜 사랑의 열매는 어떤 나무의 열매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사랑의 열매 홈페이지에서 밝힌 우리나라 야산에서 자생하는 빨간 열매를 가진 나무를 모두 찾아본다.

산에서 볼 수 있는 빨간 열매 - 호랑가시나무, 백당나무, 찔레꽃 열매, 먼나무, 감탕나무, 백량금(만냥금), 자금우(천냥금), 노박덩굴, 아왜나무, 청미래덩굴(맹감나무, 망개나무), 마가목, 산수유, 비목나무, 화살나무, 대팻집나무, 참식나무, 덜꿩나무, 산사나무, 당매자나무, 가마살나무, 주목.

도심과 집에서 볼 수 있는 빨간 열매 - 피라칸다(스), 꽃사과, 앵두, 남천, 낙상홍, 산수유.

빨간 열매를 가진 나무는 어떤 나무가 있을까?

우리 주위에서 빨간 열매가 열리는 나무는 의외로 많다. 이렇게 많은 빨간 열매 중에서 사랑의 열매 주인공은 누구일까? 1972년 11월 제1회 공동모금을 펼치면서부터 사랑의 열매가 이웃돕기성금 모금운동의 상징으로 사용됐다고 한다. 차라리 37년 전 사랑의 열매를 디자인한 분을 찾아가서 물어보는 것이 빠를 듯하다.

◇포털 '행님'은 뭐라고 할까? = 이번에는 네이버 행님에게 물어본다. 검색어에 '사랑의 열매'를 쳐보니 모두가 모금 행사뿐이다.

다시 '사랑의 열매 나무'를 검색해도 시원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번에는 '사랑의 열매 백당나무 호랑가시'를 검색하니 몇 가지 이야기들이 나온다.

서양 기독교에서 신성시하는 호랑가시나무.
사실 나무 공부를 조금 하신 분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사랑의 열매는 호랑가시나무 열매라고 한다.

그 이유를 찾아보면 기독교와 크리스마스와 관계가 깊다. 크리스마스 카드에 꼭 그려 넣는 톱니 같은 가시가 돋친 나뭇잎과 빨간 열매의 주인공이 바로 호랑가시나무의 잎과 열매다.

예수님께서 골고다 언덕에 가시관을 쓰고 오르실 때 작은 새(로빈) 한 마리가 예수님의 머리에 박힌 가시를 자신의 부리로 뽑아내려고 하지만 자신도 가슴이 빨갛게 피로 물들면서 죽고 만다. 그 이후로 로빈새와 호랑가시나무를 신성하게 여기고 소중히 아끼며 기쁜 성탄을 장식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지금까지 찾아본 사랑의 열매 후보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나무이고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이야기가 있는 나무 열매가 바로 호랑가시나무 열매이다. 또 우리나라 산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나무이다. 그런데 왜 사랑의 열매 홈페이지에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두루뭉술 넘어가는 것일까? 기부금을 모금하기 위해 특정 종교와 관계가 없음을 나타내고 싶은 것일까? 더 궁금해진다.

산림청이 비슷하다고 이야기한 백당나무나 기독교에 나오는 호랑가시나무보다 찔레나무 열매나 먼나무 열매가 더 사랑의 열매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빨간 열매를 보고 나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자는 나눔의 의미를 담고 있다면 우리 눈에 보이는 빨간 열매가 바로 사랑의 열매일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지구가 2도 더워지고 난방과 옷이 좋아지면서 훨씬 따뜻해졌는데도 우리 맘은 더 춥고 어려운 겨울이다. 어렵고 힘든 이웃의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줄 사랑의 열매를 달아보자. 남에게 제일 잘 보이는 옷에 달지 않고 우리 맘 속에 달았으면 한다. 카메라 앞에서는 막걸리 마시며 서민행보를 하지만 정작 필요한 정책과 예산은 깎아 먹는 이상한 나라에서 추위를 더 느끼는 것은 나만 그럴까?

/정대수(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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