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 특성 살려 담그고 이웃과 나눠먹어요

주부 한모씨는 올해 김장철에 걱정을 하나 덜었다. 생굴이 들어간 김치를 먹고 싶어 하던 남편의 요구와 생굴이 들어가면 절대 김치를 먹지 않겠다던 아들의 자존심 대결 사이에서 고민했던 일이 순조롭게 풀렸기 때문이다. 한씨의 머리를 지끈하게 만든 김치 전쟁은 아파트 이웃끼리 김장철 김치 나눠먹기에서 해법을 찾아 종전을 이끌어 냈다.

가족이 먹을 양만큼 수십 포기씩 한꺼번에 담그는 과거와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이웃들과 미리 각기 다른 김치를 담가 나눠 먹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씨는 매년 담가 먹었던 멸치 젓갈로 간을 맞춘 일반 김치와 달리 독특한 김장 재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김장 김치가 지역마다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별 기온 차 때문이다. 평균 온도가 낮은 북쪽 지역은 간을 싱겁게 하는 데 반해 따뜻한 기온의 남쪽 지역은 짜게 담근다. 그것은 요즘처럼 김치냉장고니 하던 것이 없을 적의 이야기다.

'김칫소에 생선' 동해안 김치

동해안 지역은 갈치나 고등어를 많이 쓴다. 갈치젓은 갈치를 통째로 염장하는데, 2~3개월 숙성시킨 갈치젓과 일 년 이상 숙성시킨 갈치젓국이 있다. 갈치젓국은 짙은 밤색을 띠며 김치를 발효시킨다. 만드는 방법은 갈치를 씻어 내장만 빼고 소금을 아가미와 복강 부위에 넣고 항아리에 담는다. 윗부분을 소금으로 덮어 돌로 눌러서 2~3개월 동안 그늘에서 숙성시켜 만든다. 김치를 담글 때 생갈치를 넣어 함께 숙성시키기도 한다. 동해에서 많이 잡히는 생오징어를 채로 썰어 재료로 쓰기도 하고 말린 생태살을 새우젓국에 버무려 간을 맞추기도 한다.

'황석어 살 씹히네' 경기 김치

경기 지역은 남쪽의 짠 맛과 북쪽의 싱거운 맛이 절묘하게 비껴난 맛이다. 그래서 다양한 재료들이 쓰이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그 종류가 다양하다. 새우젓, 조기젓 등 담백한 젓국을 즐겨 쓴다. 독특하게 황석어(참조기)도 쓴다. 황석어젓은 소금에 절여 삭힌 젓갈로 빛깔이 노랗고 기름기가 도는 것일수록 잘 삭은 것이다. 고를 때에는 노란 빛을 띠면서도 밝고 선명한 은색이 도는 물건을 고르는 것이 좋다. 황석어젓은 살은 저며서 배추 속에 넣고 뼈는 달여 쓴다.

'삭힌 맛 어때' 전라도 김치

맵고 짜고 진한 맛과 감칠맛이 동시에 나게 담그는 것으로 유명한 전라도 김치는 남과 북으로 각각 멸치젓국과 새우젓국을 많이 쓴다. 고춧가루 대신 고추를 불려서 갈아 걸쭉하게 하여 젓국에 넣어 쓴다. 여수의 갓김치와 해남의 고들빼기김치는 예로부터 유명하다. 독특하게 서해안에서 많이 나는 조기의 살을 이용한 김치가 있다.

조기젓은 홍어처럼 삭혀서 비린 향이 강한 것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인기다. 조기는 2~3개월 숙성시키면 형태가 어느 정도 남은 조기젓이 되는데 독특한 비린내와 구수한 뒷맛이 특징이다. 조기젓을 일 년 이상 숙성시키면 조기젓국이 된다. 조기젓국을 김치를 담글 때 쓴다.

'배추꽃이 사각사각' 제주 김치

한겨울에도 김장이 얼지 않는 지역의 특성상 음력 정월을 전후하여 배추로 김치를 담근다. 경남에서도 주말농장을 이용하여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제주도 김치를 담가 먹을 수 있다. 음력 정월쯤 밭에서 월동한 배추에 꽃대가 올라온다. 연한 꽃이 망울지면 이것을 거두어 소금물에 절였다 건져서 멸치젓·마늘·고춧가루만 넣어 버무려 잠깐 익혀서 먹는다. 이것을 동지(冬枝) 김치라고 한다.

도움말/김치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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