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로 신음하는 철새 낙원 지켜내야4대강 사업에 낙동강 환경 악화주남저수지 유일한 철새 쉼터로저수지 주변 건물·공장 등 허가경남도, 습지보전 정책 공염불

◇철새들, 낙동강에서 주남으로 이동? = 살아 있는 4대강을 죽었다고 일방적으로 규정하고는 살려야 한다며 포클레인과 삽질로 거대한 어항을 만드는 대대적인 성형수술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름답고 생태적으로 우수하던 우리의 강은 서서히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가까이 낙동강에서 이루어지는 함안보와 합천보 공사는 시작 3개월여만에 벌써 가물막이 공사가 끝나고 있습니다.

겨울철 철새들의 주요 이동경로 가운데 하나인 낙동강에서 본격 공사가 시작되면서 이동 중인 철새들이 쉼터와 먹이터를 잃고 그나마 가까운 주남저수지를 찾아들어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고 있습니다. 올해 유난히 주남저수지에 많은 철새들이 날아드는 것은 주변 환경의 악화가 주요 원인입니다. 이런 변화는 주남저수지에 대한 보존과 보호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함을 말해줍니다. 낙동강 주변이 파괴되면서 터전을 잃어버린 철새들이 안전하게 취식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주남저수지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남저수지' 어제는 주요 습지, 오늘은? = 주남저수지는 이명박 정부의 허울좋은 녹색성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8년 창원 람사르총회를 계기로 주요 습지로 인정받았던 주남저수지는 온데 간데 없고 온통 개발이 난무하는 습지의 파괴 현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녹색성장이 주요 습지를 파괴하고 공장을 세우는 것이라면 그것은 녹색의 탈을 쓴 조작된 녹색일 뿐입니다. 주남에서 벌어지는 여러 파괴 상황을 살펴보면 올 초, 전망대 뒤 야산에 2층짜리 주택이 건설되었습니다. 맹금류가 드나드는 산입니다. 생물종다양성 구역과는 불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철새탐조 조망대에서 불과 1㎞ 떨어진 창원시 대산면 가술리 주남마을 조선기자재 공장 신축 현장. /경남도민일보 DB
그 앞으로 난 도로에는 쌍둥이 창고가 들어섰습니다. 창고 앞 논은 큰기러기들이 취식하는 곳입니다. 주남저수지가 끝나는 낙조대 앞쪽 주남마을에는 소음과 분진으로 유명한 조선 기자재 공장이 들어선다고 합니다. 이 또한 탐방 코스에 들어 있는 곳이고 700년된 주남돌다리로 가는 코스이기도 합니다. 앞쪽 백양들녘에는 세계적으로 5000여 마리밖에 없는 재두루미들이 취식하는 주요한 곳입니다. 람사르 총회 때는 주요한 습지였던 주남저수지, 그러나 지금의 모습은 호수만도 못한 관리로 파괴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주남 생태마을 만들기라고? =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정입니다. 창원시는 '주남 생태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3000만 원을 들여 주남마을의 마을회관을 개·보수해 생태마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쪽에서는 국민 세금을 들여 생태마을을 만들자고 개·보수까지 해서 진행을 하고 또 그 앞에는 조선기자재 공장을 세운다니 이것이 진정 환경수도 창원시의 행정이라 할 수 있을까요?

진정 생태마을을 만들려면 마을 주변을 먼저 친환경적으로 바꾸어야 함에도 오히려 철새들을 내쫓고 물이 담긴 습지인 논을 파괴하여 그 위에 공장을 세운다는 것이 과연 주남에서 생태마을을 만든다고 할 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남 생태마을 만들기는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화려한 전형적인 혈세 낭비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창원시는 그 책임에서 결코 벗어 날 수 없을 것입니다.

◇경남도 습지 보전정책과 따로 노는 주남저수지 = 경남도는 포스트(Post) 람사르 시책의 하나로 습지에 대한 체계적·종합적 보전 대책을 추진, '녹색수도 경남' 환경브랜드 구축에 나선다면서 '인간과 습지의 조화로운 공존'을 목표로 지역 168개 습지에 대해 2013년까지 1430억 원을 들여 '습지 관리제도 기반 구축' '습지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 '습지에 관한 협력 체계 강화' '습지 교육 및 인식 증진' 등 4대 추진 전략과 41개 과제를 선정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습지 관리제도 기반 구축을 위해 개발사업 계획 때 '환경성 검토를 강화'하고 습지의 상시 관리를 위한 주민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관련 조례와 제도도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이런 경남도의 계획과는 전혀 상관없이 지금 주남저수지는 난개발이 허용되고 있으며, 습지는 지속적인 관리가 아닌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주남저수지는 경남도의 습지보전정책 대상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으며, 이것이 경남도가 말하는 습지 보전 정책인지 따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경북 상주 경천교 주변, 상주보가 들어서면서 곧 사라질 풍경이다. /범일 스님 제공
◇주남저수지의 가치가 녹색성장의 모델이 되어야 = 올해도 수십억 원 예산을 들여 주남저수지 주변에 생물종 다양성 계약을 해 철새들 취식터를 조성했습니다. 주남저수지가 가지는 주요한 철새도래지로서 위상 때문이며, 습지 보전의 가치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주남저수지의 생태적 가치가 바로 지속가능함이며, 녹색성장의 올바른 모델일 것입니다. 그런데 행정의 습지정책을 보면 참 어이가 없습니다.

생물종다양성 계약이 해당되는 곳까지만 보호하고 나머지는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인 듯 느껴집니다. 그래서 아무나 아무 업종이나 들어와 신청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허가를 내주어야 한답니다. 주남저수지 주변 100~500m 내외에 공장과 건물이 들어서면서 어떻게 주남저수지가 보호받을 수 있단 말입니까? 건물과 공장에서 나는 온갖 악취와 소음과 불빛으로 철새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을 그들은 진정 느끼지 못할까요?

주남저수지는 멸종위기종과 보호종 등 다른 습지서는 보기 힘든 종들이 많이 찾아오기로 유명합니다. 그 종들을 보고 느끼고 담아가려고 내·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오래되고 지속되었던 것들이 사회적 '가치'로 환원되는 곳이지요. 바로 그 가치가 녹색성장의 모델이 되기를 진정으로 희망하며 관계 기관의 정책이 전환되기를 기대합니다.

◇주남저수지 보존은 경남도와 창원시의 공동 책임 = 경남도가 밝혔듯이 습지보호지역을 현재 4곳에서 2013년까지 6곳으로 늘리고, 람사르 등록 습지도 1곳에서 2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 현실화되려면 지금 당장 주남저수지 보호와 보존에 최선을 다해야 마땅합니다.

또한 하루빨리 주남저수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주요한 철새도래지로 보존함으로써 진정한 녹색성장의 기초를 마련해야 합니다.

환경수도와 환경도시를 추구하는 경남도와 창원시는 주남저수지를 홍보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보호하고 보존해야 할 주요한 습지임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신성장동력이 되고 녹색성장의 토대가 될 것이라 우리는 믿기 때문입니다.

/감병만(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회원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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