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와 아침을 맞는 사람들

7일 어스름함조차 없는 새벽 2시 30분. 장년 서넛이 추위를 피해 온돌방에서 몸을 녹이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모여 있는 걸까.

창원시 '북면옛날손두부' 제조장 한편에 있는 약 10㎡(3평 남짓) 골방의 모습이다. 졸려서 힘도 제대로 못 쓸 것 같은 때임에도 두부를 만드는 이들의 일과는 시작된다. "자, 슬슬 움직여 봅시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쁘게 움직인다. 동트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쌩쌩하다.

창원 '북면옛날손두부' 만드는 과정 중 하나로 말랑해진 두부를 퍼서 판에 담고 물기를 빼내고 있다.
궁금했다. 꼭 이렇게 새벽에 두부를 만들어야 할까. "아침에 할매들하고, 상인들한테 내줘야 한다 아입니꺼?" 윤임규(50) 대표는 당연한 걸 왜 물어보느냐고 했다. 명절을 빼고 1년 내내 제조장 문을 여는 까닭이다. 윤 대표가 두부를 만든 지는 12년 정도 됐다.

북면사무소 일대를 지나가다 보면, 길가에서 늘 만날 수 있는 게 있다. 막걸리와 손두부를 내놓고 파는 상인들이다. 상인 가운데 일부가 '옛날손두부'를 통해 두부를 사간다. 아침 6시 조금 넘어서니 할머니들이 제조장 근처를 기웃댔다.

북면 막걸리 하면, '조푸(두부)'를 빼놓을 수 없다. 찰떡궁합 술과 안주랄 수 있다. 두부 생산 과정은 기계화가 잘 돼 있다. 맷돌로 콩을 갈았던 일은 이제는 기계가 알아서 대신 해준다. 비지를 빼내고, 콩물을 끓이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예 사람의 손길이 빠지는 건 아니다. 처음 콩을 갈기 전에 물에 불리고, 소금과 식품첨가물 등으로 두부에 간을 치고, 말랑말랑 굳힌 두부를 15~20분 숙성시키고, 이걸 퍼 담아 재어 놓고 물기가 빠지게 하는 등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다.

'북면옛날손두부'는 야들야들 부드러운 맛을 내세운다. 두부를 만들고서 냉각시키진 않는다. 그날그날 다 팔고, 따로 냉장 보관을 안 한다. 신선도 또한 자랑할 수 있는 이유다.

두부를 사려면, 적어도 이틀 전에는 미리 주문을 해야 한다. 마금산온천에서 20m 거리에 있다. 창원시 북면 신촌리 404-3번지. 055-299-5264.

주말 북면 일대는 마금산을 오르거나 온천을 즐기러 온 이들로 문전성시다. 북면 막걸리가 널리 전국에 가까이 이름난 까닭도 이런 손님들의 소문 덕분이겠다. 제조장에서부터 흩어지는 막걸리는 북면에 있는 거의 모든 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다.

창원시 북면 무곡주조장에서 심양섭 대표(오른쪽)가 식힌 고두밥을 탱크에 넣어 술을 안치고 있다. /여경모 기자
물이 좋아 온천도 있는 곳에서 물을 많이 쓰고 영향도 크게 받는 막걸리는 당연히 맛이 좋을 수밖에 없겠다.

북면에는 막걸리 제조장이 모두 세 곳이다. 화천주조장(055-298-8507), 온천양조장(055-298-0109), 무곡주조장(055-256-9159).

두부제조장에서 나와 그 중 하나인 무곡주조장을 찾아갔다. 아침 7시 30분. 심양섭(56) 대표가 고두밥을 찌고, 가루로 낸 것을 식히느라 분주했다. 심 대표와 함께 작업하는 이들은 모두 세 명이다. 이들이 일사천리로 모든 과정을 돌본다.

무곡주조장은 쌀과 밀가루를 1대 1 비율로 섞는다. 쌀은 오랫동안 물에 불리고, 밀가루 반죽과 함께 찐다. 이걸 분쇄해 식힌 다음, 누룩과 함께 술로 안친다.

주조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온도에 예민한 곳, 숙성실. 발효 중인 10개 남짓 탱크가 보였다. 그리 크진 않았지만, 귀를 가까이 대지 않아도 자글자글 끓는 소리가 들렸다. 이곳 온도는 20℃ 안팎을 유지해준다.

탱크는 각각 발효하기 시작한 시점이 다르다. 48시간 이상 숙성을 거치고, 술의 윗면 색깔이 짙은 노란색으로 변하고 찌꺼기도 많이 보여 적당히 발효됐다 싶은 것부터 거른다.

큰 탱크 곁에는 작은 통도 있었다. 주모(酒母)를 만들어 담아 놓은 통이다.

이른바 술어미로 고두밥(지에밥)에 누룩(입국)을 띄워 버무린 것이다. 주모는 술을 안칠 때 함께 넣는데, 발효를 돕고 술 맛도 돋운다.

   
 
 
심 대표가 무곡주조장을 꾸린 건 10년 전이다. 그는 지역마다 다른 술 맛을 익히려고 애쓴다고 했다. 맥주든 소주든 전통주든 모든 술 맛을 알아야 트림은 나오지 않고 뒷맛도 깔끔한 막걸리를 만들 수 있다고 믿어서다. 그래서 집 창고에 온갖 술을 재 놓고 산단다.

여러 제조 과정을 거쳐 창원 북면 막걸리가 완성된다. 북면 손두부와 막걸리는 마산·창원지역민에게 예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그가 고집하는 막걸리도 순한 맛이다. 무곡주조장에도 냉장고는 없다. 매일 생산한 막걸리는 그날 바로 팔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심 대표는 머잖아 맑은 술(청주) 형태로 여성들이 즐겨 찾을만한 술을 선보일 계획이다.

무곡주조장에서 만든 '북면 천주산 쌀막걸리'는 농협 하나로마트 등을 통해 살 수 있다. 경남 말고도 부산 120군데와 울산 20군데 정도 소매상에게 유통되고 있다.

막걸리는 0.75ℓ, 1.2ℓ, 1.7ℓ 세 종류가 있다. 한 상자에 20병, 15병, 12병으로 1만 8000~2만 원이다.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

북면 옛길을 따라 행복한 병원에서 약 700m 지나면 대명자동차정비공장이 보이는데, 정비소 맞은편 샛길로 들어가 400m쯤 가면 무곡주조장이 나온다. 창원시 북면 무곡리 142-1번지. 055-256-9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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