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뿌리, 관절염·신장질환·신경통 효과

무서리 스쳐간 들판의 논둑은 가을비 내린 날 낙엽처럼 풀죽어 있습니다. 모시풀 생생하던 잎이 처져 갈잎으로 변하고 쑥 잎도 말라갑니다. 메뚜기도 어디다 알을 낳았는지 초췌한 몸을 누이고 겨울로 갔습니다. 군데군데 힘겹게 열매 맺은 풀들이 옹골찬 씨앗들을 내어 놓고 할 일 다 했다는 듯 맘 놓고 드러누웠습니다.

맥문동 푸른 잎은 무서리에도 성성해서 오히려 멋쩍은 모습입니다. 까만 것이든 붉은 것이든 열매 맺은 것이면 하나씩 따서 입에다 넣고는 씹어 봅니다. 인동 덩굴은 아직도 열매 푸릅니다. 까맣게 익어질 때쯤이면 된서리가 들판을 하얗게 덮겠지요. 모두 동면에 들면 월년초(越年草)들도 낮게 엎드려 겨울 견딜 준비를 할 것입니다.

댕댕이 덩굴.
돌담을 얽어 놓은 논둑에 인동덩굴과 엉겨 머루송이처럼 송골송골 열매를 달고 있는 댕댕이덩굴을 만났습니다. 어린 날 실과시간에 따다가 손수건에 보랏빛 물을 들이던 댕댕이 열매도 얼른 한 알 따서 입에 넣습니다. 단맛도 신맛도 안 나서 아무도 따먹지 않은 열매를 삼켜 봅니다. 댕댕이 덩굴은 새모래 덩굴과의 갈잎 덩굴나무로 다년초입니다. 겨울에는 뿌리만 남기고 시들었다가 내년 봄이면 새순이 나고 방패 모양의 잎이 자라지요. 암수딴그루로 5~6월이면 황백색 꽃이 피고 10월이면 머루처럼 까맣게 열매가 익습니다.

다른 덩굴들은 열매가 영양가도 많고 약용으로도 많이 쓰이는데 이 댕댕이 덩굴은 뿌리와 줄기를 주로 많이 씁니다. 뿌리는 약명을 목방기(木防己)라고 하여 한방에서 소염·이뇨·진통에 효능이 있고, 류머티스성 관절염·반신불수·신염부종·요로감염·습진·신경통 등을 치료하는데 다른 약재와 처방하여 쓴다고 합니다. 또 줄기와 잎은 청단향(靑檀香)이라 하여 거습·이뇨·위통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고 합니다.

민간에서는 위의 증상들에 뿌리 15g에 물 800ml를 넣고 달인 액을 반으로 나누어 아침저녁으로 마시면 좋다고 합니다.

또 뿌리는 술에 담가 먹어도 좋다고 합니다. 줄기와 잎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해먹을 수 있답니다. 그러나 독성이 있어 잎이나 줄기를 나물로 해먹은 흔적은 없습니다.

   
 
 
특히 민간요법으로 물을 달여 마실 때 정량을 지켜야 하며 임산부나 위가 약한 사람은 삼가는 게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열매를 따서 먹었던 것이 약간은 걱정되기도 합니다.

서리를 맞고 비장미마저 흐르는 늦가을 들판에서 한 해를 돌아보는 마음이 숙연하기도 합니다. 또 한 해가 속절없이 흐르고 제 할 일 다 한 들판의 공허는 풍요의 흔적입니다. 이렇다 할 열매 하나 거둔 것 없이 한 해를 보내버린 마음이 빈 들판 앞에서 부끄러워지는 나날입니다. 한 해를 반성하며 한 번쯤 늦가을 빈 들판에 서보는 건 어떨까요?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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