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박물관 누리집 대문에 왜 오리 모양 토기가 있을까? = 김해박물관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오리 모양 토기가 나온다. 가야 사람들에게 오리가 어떤 의미가 있기에 오리 모양 토기를 박물관 대문에다 달았을까? 그 해답을 찾으려면 2000년 전 가야 지도를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지도에서 낙동강과 그 주위 습지를 완전히 새로 그려야 할 것이다. 지금은 높은 둑을 쌓아 강이 도랑처럼 작아졌고 둑방 너머에 경지 정리된 땅이 있지만 가야 사람이 살던 2000년 전 가야 시대 김해·창녕·동읍·함안·의령 지역은 대부분 강과 늪이었다. 강가에 살면서 가장 큰 재앙이 홍수이고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것이 물이었다.

오리는 가을이 되면 왔다가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다시 북쪽으로 돌아가는 겨울철새이다. 봄이 되면 하늘의 땅 북쪽으로 갔다가 겨울이 되어 다시 돌아오는 오리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오리는 하늘과 사람을 이어주는 새가 되고 신앙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김해박물관 누리집 대문에 있는 오리모양 토기.
가야 오리 모양 토기는 실생활에 쓰는 그릇이 아니라 하늘에 제사를 지낼 때 쓰는 제기이고 부장품이라고 한다. 부장품으로 묻힌 자의 영혼을 하늘나라로 인도해 가는 교통수단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오리는 이승과 저승, 인간 세계와 신의 세계를 넘나드는 신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뉴시스
◇솟대에 걸려 있는 새는 무슨 새일까? = 솟대는 진또배기, 진대라고도 부른다. 솟대에는 대부분 오리를 다는데 왜 많은 새 중에서 오리를 솟대에 걸어 두었을까? 솟대에 다는 오리도 가야의 오리처럼 하늘과 사람을 이어주는 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오리는 마을에 액운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고 마을의 수호신이 되어 주었다.

오리가 아닌 경우는 삼족오(三足烏)나 까마귀, 학(두루미)을 걸기도 했다. 갈매기, 따오기, 봉황을 걸었던 마을도 있다. 솟대를 다는 나무는 우주목이고 오리 모양의 새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사신이라고 생각했다. 솟대는 청동기시대부터 마을 앞에 많이 만들어 두었는데 북쪽 지역보다는 남쪽 지역에 많았고 특히 바닷가에 많았다고 한다.

솟대도 새이고 고구려의 삼족오도 새이고 대통령의 상징인 봉황도 새이다. 왜 이렇게 우리 민족은 새를 신성하게 여기게 되었을까? 고구려의 시조인 동명왕 주몽,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 석탈해 모두 탯줄 없이 알에서 태어났다. 고대 국가의 왕들은 왜 다들 알에서 태어났을까?

◇한국화 그림에 나오는 오리는 어떤 의미일까? = 한국화 그림에서 오리를 자주 볼 수 있다. 한국화에 그려진 오리는 한자 오리 압(鴨)자를 풀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오리 압(鴨)자는 갑조(甲+鳥)로 풀이할 수 있다. 과거에서 장원급제를 갑(甲)이라 하는데 오리는 장원급제를 뜻한다. 오리 두 마리가 그려진 것은 1차(소과) 2차(대과) 연달아 장원급제하라는 의미다. 오리가 입에 연밥이나 연잎을 물고 있는 그림도 볼 수 있는데 연꽃 열매는 한자로 연과(蓮果)라고 하는데 연꽃 연(蓮)자를 연달아 연(連)자로 바꾸어 연속해서 과거시험 1차 2차에 붙으라는 의미로 그렸다. 과거를 준비하는 선비들이 오리 모양 연적에 물을 담아 먹을 갈고 오리가 그려진 그림을 벽에 걸어 놓고 오리가 새겨진 도자기에 술을 따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요즘으로 치면 잘 찍으라고 주는 포크나 잘 풀라고 주는 화장지, 잘 붙으라고 주는 찹쌀떡보다 조금 더 고상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리에 대한 뜬금없는 생각들 = 오리를 보다 보면 오리의 영어발음 덕(DUCK)과 우리말 닭(닥)의 발음이 왜 비슷할까? 하고 뜬금없는 생각이 든다.

또 오리는 아리와 비슷한데 압록강은 한강처럼 아리수라고 불렸을까? 압록강(鴨綠江)은 오리 머리 빛깔의 초록빛(파란) 강물인가? 아님 다른 소중한 의미가 있을까?

"임신부가 오리고기를 잘못 먹으면 손가락이 붙은 아기가 나온다"는 금기는 믿자니 우습고 안 믿자니 찜찜한 이야기다. 영양학이나 한의학에서는 오리고기와 임신부의 건강을 어떻게 해석할까?

요즘 말로 왕따처럼 처량한 신세를 낙동강 오리알이 되었다고 하는데 오리는 대부분 겨울철새라서 봄에 알을 낳는 텃새 오리는 그리 많지 않았을텐데 왜 낙동강 오리알일까? 한국전쟁 낙동강 전투에서 인민군이 폭격을 맞고 죽어 떠내려가는 모습을 낙동강 오리알이라고 한 국방일보의 해설도 귀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오리가 우리 민족 특히 가야 지역에 깊은 인연이 있는 새인데 낙동강 오리알을 왕따나 외톨이가 아닌 소중한 다른 의미로 바꾸면 좋겠다.

/정대수(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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