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시 충무동 새마을백화점 옆 작은 공터에는 한 허름한 포장마차가 10년째 성업중이다. 이곳은 일반인들이 들끓기도 하지만 진해지역 유흥가 어깨(·)들도 단골로 찾는 집이다. 그렇지만 술집에서 으레 있게 마련인 손님간의 시비는 물론 큰소리조차 이곳에서는 나지 않는다. 포장마차 주인인 차옥련(66)할머니 때문이다.

지난 92년 이곳에 자리잡은 차할머니는 단순한 포장마차 주인이 아니다. 정이 그리운 손님들에게는 따뜻한 정을 나눠주는 어머니이자, 빗나간 행동을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가차없이 꾸중을 하며 행동거지를 달래는 어른이다. 강퍅한 젊은이들도 이때문에 차씨를 어머니라 부르며 고민을 털어놓기 일쑤다. 혹 저희들끼리 시비가 일더라도 할머니가 한마디만 던지면 금방 고개를 숙이곤 한다.

지난해 차할머니의 생일에는 포장마차 주변을 가득 메운 많은 젊은이들이 축하 꽃다발을 들고 찾아와 큰절을 올리는 모습이 목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합천이 고향으로 18살에 시집가 21살 때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마저 사고로 잃은 뒤 30년간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힘들게 살아온 차할머니. 그렇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는 10여년째 불우이웃은 물론 보육원 등을 찾으며 어려운 이들을 위로하고 있다.

지난해 할머니의 선행이 알려져 진해시가 상금을 건네자 할머니는 이를 다시 복지시설에 보냈다. 또한 독거노인으로 생활보호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나온 쌀을 다른 이웃들에게 돌린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매일 혼자서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끼니를 때우는 것이 전부다.

차할머니는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의 조카 장가밑천을 마련해놓고 손주의 재롱을 보고싶어 하는 그저 평범한 할머니다.

그렇지만 “모든 젊은이들이 내 자식이고 친구”라는 그는 속깊은 사랑으로 젊은이들에게 다가서는 요즘엔 보기드문 진해의 ‘큰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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