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월영초등학교 운동장 인조잔디 조성

마산 월영초등학교는 올해 국민체육진흥기금 '운동장 생활체육시설 추가 지원' 대상 학교로 선정되었습니다. 1차에서 탈락했지만 추가지원이 가능해지면서 재도전해 기금을 받게 됐습니다. 이미 관할 자치단체에서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한다는 규정에 따라 마산시로부터 1억5000만 원 예산도 확보된 상태입니다. 월영초등학교를 바라보는 시민단체는 씁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학교운동장 조성 사업이 인조잔디 운동장 조성사업과 동일시되는 데는 많은 이해관계들이 얽혀있다고 합니다. 가장 드러나 있는 것은 학교장 의지대로 진행되는 경우나 지역의원이 적극 추진한 성과라는 것입니다. 이른바 예산을 잘 따오는 것이 치적이 되는 사회분위기에서 그 내용이 어떠하든 내가 있을 때 예산을 얼마나 확보했노라고 내세우고 싶은 심정을 십분 이해해도 이 사업만큼은 제발 신중하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학교장의 임기는 대략 4년정도입니다. 그런데 인조잔디의 사용 연한은 이보다 더 짧아 보통 5년, 길어도 7~8년밖에 안 됩니다. 사용 연한이 끝난 인조잔디는 가장 유해한 '지정폐기물'로 전락하게 되고. 그 처리는 후임자의 몫으로 고스란히 남게 됩니다.

지난 21일 월영초등학교는 인조잔디 조성 관련 학부모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 참가한 학부모들이 운동장 인조잔디 조성 찬반을 묻는 기명투표를 하고 있다. /마산YMCA 이윤기 부장 제공
학교운동장 사업은 '조성-관리-폐기'까지 지원되지 않습니다. 오직 조성에 드는 비용만 지원되는 상황에서 관리비와 폐기비용을 충당할 방법까지 고려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것은 위험할 뿐입니다.

학교운동장은 어느 교사의 표현처럼 '축구를 잘하는 6학년 남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남학생도, 여학생도, 저학년도, 고학년도 자기 나름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다양한 학교운동장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으려면 구성원들의 요구를 구석구석에서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천연잔디를 깔아야 하고, 인조잔디를 반대해야 한다는 단순한 구도로 학교운동장 논쟁을 하려고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가령 장애우들이 다니는 특수학교라면 넓기만 한 운동장보다는 학습 치료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운동장이 적합한 것처럼 학생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기능을 하는 공간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학교운동장에 대한 선입견, 고정된 생각들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천연잔디냐, 인조잔디냐 하는 논쟁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지난 몇 년 간 월영초등학교와 환경단체들이 협력해서 해온 학교숲 가꾸기 운동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곳에 귀감이 되고 있는 좋은 사례입니다. 나름 이유로 학교운동장 사업을 진행하였겠지만 여전히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인조잔디운동장을 굳이 만들어야 하는지 한 번 더 여러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해 보기를 바랍니다.

이렇듯 시민단체의 관심과 지역사회의 관심이 집중되자 지난 21일 월영초등학교는 인조잔디 조성 관련 학부모회의를 개최하였습니다.

학부모회의는 △학교운동장 인조잔디 조성 추진경과 발표(교장) △학교운동장 인조잔디조성에 대한 찬성(학교교사) △반대(시민단체) △전학교장의 발언 △인조잔디조성 찬반투표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학부모회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사회와 진리를 배우는 초등학교 학부모회의를 하면서 질의 응답 토론 과정이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일을 추진하였던 교장과 학교측 그리고 시민단체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학부모들에게 '이름을 기입하는' 찬반투표를 하라고 하였습니다.

월영초등학교는 학부모와 아이들 의견을 제대로 물어야 합니다.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하는 문제는 그렇게 급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는 이제 한창 몸을 키우고 생각을 키우고 꿈을 키우는 아이들의 사회공간입니다. 건강하고 안전하고 무엇보다 상상력을 키워줄수 있는 자연이 숨쉬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몸이 덜 자랐기 때문에 신체 구조가 절대 취약합니다. 면역력이 약합니다.

따라서 학교에 사용되는 물건들은 사회에서 검증이 된 물건들이 들어와야 합니다. 그러나 인조잔디 운동장은 아이들에게 결코 안전하지도, 건강하지도 않습니다. 고약한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인공제품으로서 도리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약합니다.

인조잔디운동장의 문제점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부터입니다. 인공잔디운동장을 조성한 학교에서 아이들이 열상을 입고, 중금속이 검출되고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지역에서 최근에 인공잔디를 조성한 학교의 경우 악취로 교실문을 열지 못한다고 합니다.

관련해서 우리나라가 모방 잘하는 일본과 미국은 인조잔디조성 억제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미국 뉴저지주 환경보호청은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활동한 이후에는 온 몸을 씻고 옷은 모두 벗어 세탁하는 등 지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천연잔디는 지원하지만 인공잔디는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학생이 아닌 사회체육을 위하여 필요한 공간에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월영초등학교 인조잔디운동장 문제를 더욱 객관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아이들에게 건강한 운동장 만들기 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합니다. 외국의 사례를 제대로 조사하고, 국내사례를 제대로 조사하여 인조잔디조성이 아이들의 건강에 안전한가를 검증하는 과정을 제안합니다.

또한 어떠한 운동장이 아이들에게 건강하고 안전하고 꿈을 키울 수 있는 운동장인지도 조사하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학부모와 아이들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의견을 듣는 과정도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라 워크숍 토론회 등의 절차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진정한 공론화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학부모대표, 학생대표, 시민단체, 동창회, 교사 대표가 참석하는 대책위원회 구성을 제안합니다.

/김은경(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총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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