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주거 개량 사업에 밀려 살 곳 잃어박쥐집·자연친화 동굴 등 보금자리 찾아줘야

지난 5월 20일 학교에 출근하는데 중앙 현관에서부터 학생들이 날 찾고 있다. 박쥐를 잡았다는 것이다. 그 날 박쥐는 학생들에게 과학시간 소중한 자연 공부거리가 되었다. 지난해에도 학교 창틀에서 죽은 박쥐를 보고 신기하다 생각했는데, 근처 경남자연학습원 이수일 박사께 물어보니 집박쥐라고 한다.

보통 박쥐 하면 동굴에서만 사는 줄 알았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고 손성원 교수의 <박쥐>란 책에 보면, 집박쥐는 인가 근처 처마 밑이나 건물의 벽 틈 같은 곳에 산다 하고, 동굴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어릴 적 기억을 돌려보니 초등학교 때 산청 할머니 댁에서 박쥐를 여러 번 보았다.

예전 인가 근처에 살던 박쥐는 요즘 보기 어렵다. 어른들에게 물어보니 초가집이 있을 때 아주 많았다고 한다. 손성원 교수의 글에서도 70년대 중반 초가집이나 기와집에서 수많은 박쥐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학교로 날아든 집박쥐. 과학시간에 소중한 자연 공부거리가 되었다.
그 많던 박쥐는 다 어디로 갔을까? 학교 학생들에게 박쥐를 봤는지 물어보니, 한 학생이 빌라 1층에 사는데 방안으로 자주 나타났다는 이야기, 여러 아파트 건물에, 홍화원 둘레, 신천초등학교 급식소 건물에도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그 수는 예전에 견주면 정말 초라할 정도로 적은 것이다.

가옥 구조의 변화로 수많은 박쥐가 사라지고, 일부가 새로운 구조물에 적응하여 사는 모습을 우리가 보는 것이다. 집박쥐 말고 옛날 전통 가옥의 천장이나 처마 밑에 살던 안주애기박쥐, 굵은가락졸망박쥐, 서선졸망박쥐 따위 수많은 박쥐는 어떻게 되었을까?

집박쥐 귀의 모습이다. 귀 안쪽 흰색 선 안쪽에 초음파를 수신하는 '이주'가 있다.
젖먹이동물 가운데 유일하게 자유롭게 날 수 있는 박쥐, 우리나라 젖먹이동물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고, 대략 8목 130여 종이 보고되어 있고 그 가운데 고래가 30여 종 나머지 가운데 박쥐가 33종이 확인되고 있고, 그 가운데 북한에서 볼 수 있는 것 6종이고, 경남에서 볼 수 있는 박쥐는 20여 종 정도라고 한다.

   
 
 
동굴 개발과 가옥 구조의 변화로 살 곳을 잃어버린 박쥐에게 우리는 최소한의 관심과 배려로 대체 서식지를 위해 박쥐집을 만들어주는 노력과 자연 친화 동굴 개발이 시급하다고 본다. 새롭게 생태학교나 학교숲을 가꾸는 곳에서도 박쥐집도 고려했으면 한다.

몇 년 전에 한 여름날 집 앞 가로등불에 모인 수많은 벌레를 잡기 위해 날아다니던 박쥐의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오광석 산청 신안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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