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야 (2)

왜 집 울타리에 벽오동 심어 놓고 봉황이 오기를 기다렸을까? 서당이나 선비님 집 마당에는 쉽게 이해가 가지만 촌부나 아낙네의 노래에 왜 봉황이 많이 나올까? 오동나무는 어떤 나무이기에 옛 노래에도 많이 나오고 화투짝에까지 나오게 된 것일까? 우리 주위에는 오동나무 몇 종류가 있는데 어떻게 다를까? 왜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고 아들을 낳으면 소나무를 심었을까?

◇벽오동 심은 뜻은? =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잣더니 / 내가 심는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 / 밤중에 일편명월(一片明月)이 빈 가지에 걸려 있네

오동나무 꽃
참오동나무 꽃
개오동 꽃
벽오동 꽃
왜 벽오동을 집에 심었을까? 답은 봉황을 보기 위해서이다. 그럼 봉황은 누군가? 봉황은 성군이 임금이 되어 태평성대일 때 나타난다는 상상 속의 새이다. 나라의 태평성대와 성군을 바라는 선비의 마음이 집 울타리에 벽오동을 심었을 것이다.

봉황은 흥 죽실(竹實)을 물고요 흥 / 벽오동(碧梧桐) 속으로 넘나드누나 (민요 천안삼거리)

봉이 난다 봉이 날아 벽오동 속으로 / 어허 얼싸 봉황이 난다 (민요 군밤타령 중에서)

봉이 운다 봉이 운다 / 울 밑의 오동 남게(나무) 봉황이 운다 (는실타령)

단산봉황(丹山鳳凰)은 죽실(竹實)을 물고 / 벽오동 속으로 넘나든다 (경복궁타령)

단산봉황(丹山鳳凰)이 죽실(竹實)을 물고 / 오동(梧桐) 속에 넘노난 듯 (사랑가)

벽오동 심은 뜻은 벽오동 심은 뜻은 / 님은 진정 모르리라 (이미자, 벽오동 심은 뜻은)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잤더니 / 어이타 봉황은 꿈이었다 안 오시뇨 (김도향, 벽오동 심은 뜻은)

오동나무는 대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정원에서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나무이다. 대나무를 집 뒤쪽(북쪽) 산 아래에 심는 반면에 오동나무는 반드시 남쪽 마당 울타리에 심었다. 태평성대를 바라는 마음은 선비나 촌부나 아낙이나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선비님은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벽오동을 심었다고 하지만 색다르게 해석하는 주장도 있다. 민간요법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는 벽오동 수액이 천연 비아그라인데 벽오동 진액을 먹으면 남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옛 노래에 임을 보려고 벽오동을 심었더니 봉황은 아니 오고 잡새만 날아든다는 구절이 있다. 임을 기다리며 임을 강하게 해 주려고 벽오동을 심었더니 동네 골목대장 같은 까마귀와 까치만 오더라는 노래이다.

울 밑에 벽오동 심어 봉황을 보쟀더니 / 봉황은 제 아니 오고 날아 드나니 오작(烏鵲)이로다 /

동자야 저 오작 쫓아라 봉황이 앉게 / * 오작(까마귀와 까치)

◇오동추야 민요 시조 = 봉황이 와서 둥지를 트는 나무는 오동나무가 아니라 벽오동나무이다. 오동나무와 벽오동은 식물학적으로는 사촌도 팔촌도 아닌 거의 남남인 나무이지만 잎이 비슷하게 생겼고 빨리 자라서 비슷한 나무로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민요와 노래를 보면 오동과 벽오동을 함께 썼다. 옛 노래를 찾아보면 오동추야(梧桐秋夜)가 들어간 노래가 정말 많다.

오동추야 / 달은 밝고 / 임의 생각이 / 절로나 난다 (농요 산아지곡)

오동추야 달 밝은데 황미 백미 정든 방안가 (방아타령)

오동추야 긴긴 밤에 기다리기도 하였노라 / 쓰리고 아픈 가슴을 쥐고 울기도 하였노라(민요 노래가락)

오동추야 달밝은 밤에 님 생각 나누나 (민요 뱃노래)

오동추야 달밝은 밤에/우리 임이 오시거든/개야 개야 노랑개야/짖지를 마라 짖지를 마라.(통영 개타령)

오동추야 긴긴 밤에 홀로 누워 한숨이라 / 굽이굽이 서러운 밤 어느 누가 알아주랴(과부타령)

오동추야 단장시(斷腸時)에 / 차마 어찌 들을손가 / 얼시구나 지화자 좋네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창부타령 중에서)

오동추야(梧桐秋夜) 밝은 달에 임 생각이 새로워라(상사별곡, 고전 운문, 작자 미상)

오동추야 밝은 달에 임 생각이 새로워라 임도 나를 생각하는가 (권주가)

님의 발 자취에 놀라 깨서 내다 보니 / 달 그림자 기운 뜰에 오동잎이 떨어졌다 / 바람아 어디 가 못 불어서 님없는 집에 부느냐 (국악 추야몽)


개오동 열매
벽오동 열매 /유우자·김인성 씨 제공
하나 하나 들어보면 모두 달 밝은 가을 밤에 임을 기다리는 노래이다. 여기서 임은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에 따라 봉황인지? 임금인지? 그리운 임인지? 해석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딸은 오동나무 아들은 소나무 =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어 시집갈 때 가구를 만들어 보내고 아들을 낳으면 대들보가 되라고 소나무를 심는다고 했다. 오동나무는 엄청 빨리 자라 15년에서 20년 쯤 자라면 가구로 만들어 쓸 수 있다. 소나무는 60년은 지나야 장례식 때 관이라도 만들 수 있다. 소나무를 심은 뜻은 지조와 절개를 지키고 입신양명하라는 뜻으로 생각된다.

딸아 딸아 막내딸아 (강강술래) / 애기 잠자고 곱게 커라 (강강술래) / 오동나무 밀장농에(강강술래) / 작은 장석을 걸어주마 (강강술래) (민요 강강술래 중에서)

/정대수(마산 진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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