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내린 비가 세상의 나무들에게 얼마나 예쁜 빛깔의 옷을 입혔던지 천지사방이 온통 가을로 가득 찼습니다. 가는 곳마다 눈부신 오색의 낙엽들이 스산하고 칙칙했던 폐가마저도 아름답고 그리웠던 고향집을 떠오르게 하는 멋진 그림들로 변했습니다.

이번 주는 겨울로 떠나는 산 숲이 만들어내는 이별의 향연에 함께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무서리 맞은 쑥부쟁이의 파리한 빛깔도 비목의 샛노란 잎사귀 아래서 해사하게 빛이 납니다. 어디든 넘쳐나는 단풍의 잔치와 날리는 낙엽의 군무에 한나절쯤 흔들리다 돌아오면 겨울이 덜 쓸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띠꽃이 언덕 가득 나부끼는 못 둑을 지나다가 노란 양탄자처럼 덩굴을 펼치고 씨앗을 여물리는 새삼 덩굴을 만났습니다. 겨우사리처럼 기생하는 식물이라 옛날 콩밭 매던 할머니와 가장 많이 씨름했던 천덕꾸러기 새삼 덩굴이 언덕 위에 펼쳐져 있으니 그 또한 해맑은 가을 풍경입니다.

새삼.
새삼은 메꽃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로 다른 식물에 붙어서 기생하는 식물인데요. 종자가 땅에서 발아하기는 하지만 기주 식물에 붙게 되면 뿌리가 사라집니다. 잎이 퇴화하여 비늘 같이 되어 있기 때문에 실 같은 줄기만 가득 얽혀 뻗어 있습니다. 8~9월이 되면 황백색의 연한 꽃이 피고 10월이 되면 작은 열매가 가득 달립니다. 특히 늦가을에 들길을 가다보면 논둑이나 언덕바지에 노랗게 펼쳐져 있는 새삼 덩굴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가을이 지나면 이 덩굴과 열매를 따서 약으로 많이 씁니다. 그 열매는 '토사자'라 하여 보신제나 자양 강장제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요슬산통·유정·음위·당뇨병을 치료하는데 요긴하게 쓰이는 귀한 약재라고 합니다. 토사자를 물에 푹 달여 먹으면 심박수를 감소시켜 수축 폭을 크게 하며, 혈압 강하 작용이 있고 장관의 운동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달인 물을 아침저녁으로 마셔도 좋고 짓찧어서 즙을 내거나 술을 담가서 복용을 하면 좋다고 합니다.

또, 말린 토사자를 냄비에 넣고 푹 삶아 죽 같이 되면 충분히 으깨어 떡을 만들거나 막걸리를 넣어 밀가루와 반죽하여 떡을 만들어 햇빛에 말린 것은 '토사병'이라 하여 건강식으로 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양이 많지 않아서 야생에서 구해 쓰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건재상에는 중국산이 많이 나오는데 잘 선별하여 사용하시
 
   
 
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줄기가 굵고 꽃과 씨앗의 크기가 큰 것은 새삼이라 하고 그것과 비교하여 꽃이나 줄기가 가는 것은 '실새삼'이라 부릅니다.

온갖 열매들이 익어가는 가을 들판으로 나가 풍경도 즐기고 열매들도 따서 볶아 두었다가 겨우내 따듯한 차로 우려먹으면 그것 또한 참살이의 지혜가 아닐까 합니다. 산국향 그윽한 들판으로 나가 하루쯤 가을을 보내며 한 해 열매 맺은 것들에 대한 갈무리와 성찰의 시간을 가져 보시면 어떨까요?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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