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를 이은 맛집]40여 년 맛 대물림한 진해 '김해 횟집'

◇어종 보고(寶庫), '깽이바다' = 지금은 부산광역시 강서구 천가동에 속한 가덕도(加德島)가 옛날에는 진해의 옛 지명인 웅천에 속했었다. 진해 용원 선착장 지척에서 보이는 섬 가덕도 일대의 바다를 설화 속 해적의 이름을 따 속칭 '깽이바다'라고 부른다.

낙동강 하구의 삼각주는 중상류에서 흘러 온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으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식하는 데 영향을 주는 영양염류가 많아 갈대숲이 무성하고 수심이 얕은 갯벌이 형성되어 먹이 연쇄에 따른 생물 다양성이 대단히 높은 곳이다.

특히, 낙동강 하구 오른쪽에 위치한 '깽이바다'는 이런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69과 136종의 어종이 서식하고 있어(부경대학교 해양학과 조사) 국내 최고의 어종 보고(寶庫)로 알려진 곳이다.

수산자원 보고 '깽이바다'서 계절별 자연산 활어 듬뿍

더군다나 봄에는 도다리, 꼬랑치, 숭어, 여름에는 숭어, 복어(까치복·참복), 가을에는 전어, 보리새우(오도리), 꼬시락, 붕장어(아나고), 겨울에는 대구, 숭어, 아귀, 광어, 물메기 등 계절별로 다양한 어종이 잡히고 있다.

이 '깽이바다'의 자연산 활어들은 대부분 용원 어판장으로 몰려 경매를 통해 횟집으로 팔려 나간다.

겨울철 산란을 위해 깽이바다로 몰려드는 대구어는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태조실록>에서 <중종실록>까지 보면, 매년 10월 천신(天神) 품목으로 "웅천의 대구어를 진상했다"라고 기록되었으며, 이곳에서 잡히는 무게 2관(貫) 이상 나가는 대구어를 일명 '누렁이'라는 애칭을 붙여 최상급으로 여겼다.

일제 강점기 일본 사람들은 '깽이바다의 대구어 맛을 못 잊어 진해를 떠날 수가 없었다'는 기록도 있을 정도다.

◇깽이바다를 낀 '김해횟집', 싱싱함을 고스란히 밥상에 = 그런데 용원에는 깽이바다의 대구어만큼 유명한 횟집이 있다. 아무리 좋은 자연산 활어가 있어도 횟감 등 요리를 장만하는 사람의 손맛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의창수협 중매인인 남편 안달원(75) 사장이 새벽마다 경매해 온 자연산 활어를 회를 뜨고 된장, 고추장을 직접 담가 매운탕을 끓인 지도 어언 40여 년. 세월만큼 연륜이 쌓인 '김해횟집' 유복전(71) 할머니의 손맛은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란다.

그러나 가는 세월을 어찌 막으랴. 연로한 두 부부는 이제 아들 둘에게 중매인 자격과 손맛을 대물림하고, 집에서 된장, 고추장, 게장 등을 직접 담가 뒷바라지만 하고 계신다.

유복전 할머니 솜씨, 식도락가 중 모르는 이 없을 정도

필자는 깽이바다에서 잡은 팔딱팔딱 뛰는 '보리새우(오도리)'를 겨자 장에 찍어 맛을 보며, 부모로부터 중매인 자격과 손맛을 대물림한 2대 안종호(47) 사장과 마주했다.

안 사장은 "옛날 선생님이 용원 오셨을 때에는 오도리 한 마리가 500원 또는 1000원 했는데, 지금은 6000~7000원 합니다"라고 말하며 웃는다.

그러나 1980~90년대까지만 해도 보리새우는 일본으로 다 수출하고 내국인의 입에 들어가기란 쉽지 않았다.

'김해횟집'은 유복전 할머니의 아들인 안종호 씨가 2대 사장을 하며, 어머니에게서 맛의 연륜을 물려받고 있다. /김영복 교수
안종호 사장, 어머니 뒷바라지 속에서 실력 이어 받아


어디 보리새우 가격만 올랐으랴. 겨울철 깽이바다 대구어가 많이 잡혀 지천이라 해도 70㎝짜리 수컷 한 마리에 4만~5만 원은 주어야 한다. 그러나 3~4년 전에는 깽이바다 국산 대구어 한 마리에 40만 원씩 했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철에 접어들면, 깽이바다에는 대구어가 몰려들고, 용원에는 대구어를 팔고 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룰 것이다. 이때 '김해횟집'의 연륜이 만든 그 감칠맛으로 많은 식도락가의 입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진해시 웅동2동(용원) 823-4번지. 055-552-2123.

/김영복(경남대 산업대학원 식품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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