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넝쿨따라 종소리 날 듯한 꽃송이
오늘은 담장가나 울타리 가에 늘어진 박주가리 얘기를 할까 합니다. 짙푸른 잎사귀 사이로 작은 종모양의 자주색 꽃들을 조롱조롱 달고 있어 열매 익을 때가 넘은 놈이 웬 꽃만 이렇게 흐드러졌나 싶어 덩굴을 뒤지며 열매를 찾아봅니다. 칠팔월에 피고 진 꽃이 분명 열매를 익혀 지금쯤 파안대소하는 할아버지처럼 수염 휘날리며 터질 때가 되었는데도 어렵게 찾아 낸 열매는 고치 껍질처럼 막 익어가는 씨앗을 눈부신 솜털이 잘 싸고 한창 물 말리기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긴꼬투리에 둘러싸였던 껍질이 툭 터지면 허허야 웃어대던 할아버지의 큰 웃음처럼 활짝 씨앗이 터지고 씨수염은 바람을 타고 흩어질 것입니다.
또 씨앗은 '나마자'라하여 정기를 보하고 조루를 치료하며 새살을 돋게 하는 데도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씨앗을 달고 늘어진 명주실 같은 털은 모아서 도장밥을 만들어 쓰거나 가늘게 꼬아서 실을 만들어 쓰기도 했답니다. 박주가리는 부분별로 쓰임새가 다른데 열매 껍질 말린 것을 '천장각'이라 하여 폐의 열을 내리고 담
가장 흔하고 가장 천하며 강하게 살아남은 풀들이 질기디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우리와 함께 살고 집니다. 겨울이 되면 미련 없이 줄기와 잎을 버릴 줄 아는 풀꽃 한 포기의 생애에서 육욕을 채우기 위해 범죄도 마다 않는 인간의 욕심스런 삶을 반성해 볼 때입니다. 가을 들판의 풀들이 갈빛으로 스러져도 그것마저 아름다운 이유를, 한 해 동안 잘 먹고 치장하기 위해 쏟았던 물욕 성한 마음을 비워내며 배워 볼 일입니다.
/박덕선(경남환경교육문화센터 운영위원장)
박덕선 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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