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바닷가 마다한 진주 다다미횟집, 차별화 고민하다 물회 개발

해안과 연해가 있는 사천의 이웃도시, 진주에서 횟집을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시도일 수도 있다. 30분 내지 한 시간 정도면 사천 바닷가에서 회를 먹을 수 있는데, 진주에서 횟집 장사가 잘될 리가 없다. 그런데 진주시 칠암동 경남문화예술회관 주변 횟집에는 사천을 마다하고, 손님이 찾아든다. 그 이유가 뭘까? 횟집은 횟집이지 뭐 별것이 있나 싶지만, 그곳에는 사천이나 여타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별한 음식이 있다. 필자는 '다다미횟집'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다다미'라는 이 집 간판을 보고, 일본 다다미방을 잠시 연상해 봤지만, 이와는 전혀 거리가 먼 상호다. 맛이 얼마나 있으면, '다다미(多多味)'라고 했을까? 이렇듯, 상호나 차림표만 보면 오해할 만한 게 한둘이 아니다.

물회 하면 포항의 오징어물회, 제주의 전복물회·자리물회의 맛을 능가할 것이 있을까? 그러나 이런 물음은 기우(杞憂)에 불과하다. 진주의 물회는 포항이나 제주의 물회와는 내용물이 전혀 다르다.

식생활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 음식을 살펴볼 때, 진주의 '물회'는 '물회'라는 이름보다 타지역과 차별화도 할 겸 '물회냉면'이라 부르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싱싱한 물회에다가 메밀국수 사리를 넣은 '진주 물회냉면'은 서서히 식도락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아 나가고 있다.

남한에서는 북한에서 온 냉면 중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더 나아가 '사리원냉면' '원산냉면'까지 냉면이라 부른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평양냉면'과 남한의 '진주냉면'만 냉면이라 부른다.

그러면, 북한에서 '함흥냉면'을 무엇이라 부를까? 회를 얹은 비빔면을 '회국수', 녹말가루로 만든 면발이 질긴 물냉면을 '농마국수'라고 한다.

이 함흥의 '회국수'와 '농마국수'가 한국전쟁 당시 남한으로 피란을 온 북한 사람들에 의해 '평양냉면'과 함께 '함흥냉면'이라는 고급스런 이름을 얻은 것이다.

쫄깃한 면발을 좋아하는 남한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어찌 보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의 경계조차 애매한 지금, 북한의 회냉면과 버금가는 '진주 물회냉면'은 진주 사람들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걸작인 셈이다.

북한의 '평양냉면'과 '함흥회냉면'이 있다면, '진주냉면'과 '진주 물회냉면'은 진주 식생활 문화에 소중한 가치를 만들어 갈 것이다.

특히, 삼복더위에 쇠고기 육수에 메밀 사리를 말아낸 냉면보다는 싱싱한 물회에 메밀 사리를 넣어 만 '진주 물회냉면'이 영양 가치를 비롯해 내용 면으로도 훌륭하다. '진주 물회냉면'은 매콤하고 상큼하면서 시원한 맛이 있다. 또한, 굳이 계절을 따지지 않고 식도락가들의 사랑을 받을 만한 음식이다.

경남문화예술회관 앞에서 이 '진주 물회냉면'을 하기 시작한 '다다미횟집' 주인 김석운(63) 사장은 원래 경남제약 진주사무소장을 하다가 퇴직을 하고, 횟집을 개업했다고 한다. 막상 횟집을 개업하고서 사천이나 진주의 타 업소들과 차별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러 가지 묘책을 내보았지만 특별한 것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일품요리로 물회를 식사와 연계하여 생각하던 중 메밀 사리를 만 것이 어떨까 하고 시도해 본 것이 적중해 '진주 물회냉면'이 탄생했다. 이제는 '진주 물회냉면'이 대표 메뉴가 될 만큼, 소문이 나기 시작해 식도락가들과 단골들의 상에 자주 오르고 있다고 한다.

진주 칠암동 다다미횟집 2대 아들 김민욱(33·왼쪽) 씨와 창업주인 아버지 김석운(63) 씨.
김석운 사장은 대학 수산자원학과에서 어병학(魚病學) 등을 연구한 아들 김민욱(33) 씨에게 대물림 작업을 하고 있다. 지금 '진주 물회냉면'은 진주의 향토 음식으로 자리매김하여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찾는 음식이 되고 있다. 김 사장은 '다다미횟집'을 찾는 손님들에게 좀 더 수준 높은 서비스와 경영을 하도록 전문 지식을 갖춘 아들에게 직접 자신이 몸으로 부딪치며 쌓아 온 경험을 전수하고 있는 것이다.

진주 물회냉면 1만 원. 진주시 칠암동 503-7번지(경남도문화예술회관 앞). 055-759-2422, 4454.

/김영복(경남대 산업대학원 식품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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