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어 요리 세계화, 이 손 안에 있소이다전국 제일로 꼽히던 옛 향토음식 되살린 1대"진해의 맛 키워나가겠다" 가업 대물림한 2대

참 오래 전 이야기인 것 같다. 피자 가게를 하던 오늘날 진해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점 '진상'의 송희(50) 사장이 한정식을 하겠다고 조언을 받으러 찾아왔을 때, 필자는 극구 말리고 기왕에 진해에서 음식점을 하려면 진해 향토의 맛, 대구 요리 전문점을 하라고 권했던 적이 있다.

단순히 그 정도의 자문만 해 주었을 뿐인데,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안다고 송희 사장은 수십 년 전부터 잊혔던 진해 향토의 맛 대구 요리(대구뽈찜, 생대구탕, 대구매운탕)를 되살려 지금은 자타가 인정하며 진해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점 '진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구어는 한대성(寒帶性) 심해어(深海魚)로 겨울철 산란기(産卵期)에 내만(內灣)으로 옮겨 온다. 아울러 대구어 서식지의 범위는 꽤 넓다. 대구어는 동해뿐 아니라 서해, 남해, 오호츠크해, 베링해, 미국 오리건주 연안까지 널리 분포되어 서식하고 있다.

우리나라 바다에서 나는 대구어는 동해 군과 서해 군으로 나눌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서해에서 나는 대구는 50㎝ 미만으로 동·남해에서 잡히는 60㎝ 이상이 되는 대구어보다 다소 작은 편이라 '왜대구'라고 부른다.

그러나 같은 동해 군(東海群)의 대구라고 해도 옛날 진해에 속했던 웅천 가덕도(용원 앞바다) 일대, 즉 '깽이바다'의 대구어를 제1의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깽이바다'는 대구어가 알을 낳는 곳, '대구어 산란장'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이곳에서 겨울철에 잡히며, 무게 2관(貫, 한 관은 한 근의 열 배로 3.75㎏에 해당한다) 이상 나가는 대구어에는 일명 '누렁이'라는 애칭을 붙였는데, 이것을 최상급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태조실록>에서 <중종실록>에 이르기까지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매년 10월 천신(薦新, 철 따라 새로 난 과실이나 농산물을 먼저 신위(神位)에 올리는 일) 품목으로 "웅천의 대구어를 진상했다"라는 기록이 나와 있다. 또한,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사람들이 깽이바다의 도미, 청어, 대구어의 그 맛을 못 잊어 진해를 떠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구어는 겨울철에 산란을 위해 진해만으로 옮겨와 짝짓기를 하게 된다. 짝짓기를 할 동안에는 암수가 서로 마주 뽈(뺨)을 비벼대면서 화끈한 사랑을 불태운다고 한다.

그래서 짝짓기를 하면서 비벼댄 뽈에 굳은살이 박이고, 이 부분에는 쫄깃쫄깃한 사랑의 맛이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진해의 대구뽈찜에는 사랑의 맛이 스며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대구뽈찜은 연인들이 즐기기에 좋은 담백하고 화끈한 음식이라 하겠다.

그뿐만이 아니다. 예로부터 진해의 대구해장국(생대구탕, 대구매운탕)이 유명했단다. 그런데 환경의 변화로 말미암아 대구어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서 깽이바다의 대구어를 구경할 수도 없었으려니와 값이 비싸 한때 자연산 대구어 해장국 맛을 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진상'이 대구요리를 되살렸듯이 몇 년 전부터 진해 앞바다에도 대구어가 몰려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런 사정과도 맞물려 '진상'은 대구요리 맛 대물림에 신경을 쓰고 있다. 송희 사장이 '진상'의 문을 열고 장사를 시작할 때 초등학생이던 큰아들 나양균(24) 씨가 벌써 성장해 이제 가업을 이어 진해의 맛을 지키겠다고 한다.

진해 향토음식 대구요리 전문점 '진상'의 창업주 송희(50) 사장과 큰 아들 2대 나양균(24) 씨. /김영복 교수
나양균 씨는 창신대학 호텔조리과를 다니고 있으며, 어머니 송희 사장의 손맛을 서서히 물려받고 있다. 또, 그는 나아가 내년에는 진해의 맛 대구어 요리를 세계화 및 산업화한다는 뜻을 품고, 미국 요리대학으로 유학을 떠난다고 했다.

어머니가 창업한 진해 향토 음식을 전문 지식을 갖춘 아들이 국내는 물론 세계적인 맛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야심 찬 뜻이 꼭 이루어져 한국 음식 세계화의 선구자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본다. 대구뽈찜 2만 5000원(소·2인), 3만 5000원(중·3인), 4만 5000원(대·4인). 진해시 이동 650-5번지. 055-547-1678.

/김영복(경남대 산업대학원 식품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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