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동경비구역 JSA>가 흥행돌풍을 일으킨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소설 (박상연 지음)를 시나리오로 각색, 우리의 정서에 딱 맞아떨어지는 탄탄한 구성이 주효했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베스트셀러로 한번 독자들에게 검증을 받은 탄탄한 줄거리의 소설은 충무로에서 호시탐탐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 볼 수 없을까 기회를 노리는 검증된 시나리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흥행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김진명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든지 김정현의 <아버지>는 서점가에서는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려 나가며 베스트셀러에 등극했지만 충무로에서는 쓴 눈물을 삼켜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충무로에는 다시 ‘소설이 영화와 만나는’ 붐이 일고 있다. 김하인씨의 베스트셀러 <국화꽃 향기>, 1999년 PC통신을 통해 인기를 얻어 출판으로 이어진 김호식의 <엽기적인 그녀>가 스크린으로 다시 연결됐다. 여기에 인기작가 신경숙씨의 <그가 모르는 장소>가 잇달아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

N세대 스타인 전지현이 ‘엽기녀’로 분하고 차태현이 ‘순진남’으로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되고 있는 곽재용 감독의 <엽기적인 그녀>는 1999년에 팬클럽까지 만들어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지난해 대중문화 핵심코드로 급부상한 ‘엽기’라는 닉네임을 달고 있는 ‘엽기녀’는 실연의 아픔을 안은 터프한 여인. 그녀의 아픔을 난데없이 함께 하게 된 순진남의 사랑이야기가 신세대식 언어로 좌충우돌 그려진다.

김하인씨의 <국화꽃 향기>는 어렵게 결혼한 부부가 아이를 갖게 되지만 부인이 암에 걸린다는 내용으로 <편지>로 관객들의 손수건을 꽤나 적셨던 이정국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겨 더욱 애절하고 슬프게 그려진다.

<깊은 슬픔>에 이어 인기작가 신경숙씨의 소설 <그가 모르는 장소>가 또다시 극장에 내걸린다. 제5회 21세기문학상 수상작품이기도 한 이 작품은 이혼을 앞둔 한 중년 남자의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모자관계를 통해 인간의 실존적 슬픔을 그린 중편소설이다. <마요네즈>를 통해 한차례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던 윤인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출판가의 인기를 충무로로 옮겨갈 수 있을지 올 여름께 대충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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