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사람들>은 1976년 앨런 J 파큘라가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영화입니다. <대통령의 부하들> 혹은 <대통령의 음모>라고도 불리지요.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우리나라 정치상황에서, 지금처럼 언론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드높은 때에 본 이 영화는 자못 감동스럽기까지 했습니다.

1972년 6월17일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민주당 본부사무실이었던 워터게이트 빌딩에 비밀공작반이 침투,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사임(74년)의 궁지로까지 몰아간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었을까요. 대통령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견해는 닉슨개인의 문제라고 한다더군요. 닉슨이 복수심이 강하고, 음흉스럽고, 성을 잘 내고, 불안한 성품의 소유자라나요. 그는 취임하자마자 ‘손 볼 사람 300명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하고, 필요하면 거짓말을 밥먹듯 한 인물이라고 하더군요. 지극히 개인에 초점을 맞춘 것입니다.

하지만 ‘허술한 선거자금법’ 때문이라는 말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도청한 비밀공작반에게 지급된 돈은 모두 정치헌금에서 나왔던 것인데다 허술했던 관련법을 악용해 닉슨은 헌금받은 정치자금중 일부를 아내의 귀고리를 사거나 별장을 수리하는데에도 마음대로 전용했다니 말입니다. 닉슨의 재임기간 중에는 개인의 헌금 상한액이 별도로 지정되어 있지 않았으며 외국기업도 마음대로 법에 따라 정치 헌금을 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해 의회는 처음으로 정치헌금 상한제도를 도입했고 연방선거위원회(FEC)란 감시기관을 설립, 선거자금의 출입을 엄격히 감독하는 현재와 같은 틀을 만들었지요.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건의 핵심을 간파하고 발로 뛰는 취재를 한 기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밥 우드워드(로버트 레드포드)와 칼 번스틴(더스틴 호프먼)이 단순 도청사건으로 보고 말았더라면요· 또 조금씩 윤곽은 드러나되 쉽게 입을 열지 않는 취재원들 때문에 일일이 사람을 찾아 다니는 열정을 중도포기했더라면요? 실마리가 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신발도 못 벗고 쪼그리고 자다가 벌떡 일어나 위험하고 은밀한 새벽거리를 뛰어 다니는 번거로움을 싫어했다면요? 신문사에 들어오는 압력 때문에 취재를 중단하라고 편집국장이 우기기라도 했다면요?

그토록 어렵게 알아낸 진실을 끝까지 추적보도하고, 대통령이 물러나게까지 만든 힘은 ‘펜’이었습니다. 펜은 칼보다 강했습니다.

세상을 뒤흔든 워터게이트 사건은 어느날 갑자기 기자가 운이 좋아서 잡은 특종이 아님을, 진실을 향한 열정이 세상을 보다 바르게 바꿀 수 있는 원동력임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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