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하기 쉬운 말로 “솔직한 사람이 좋아요”라고 하지만 어디 세상을 살면서 ‘솔직히 말해’ 솔직해지기가 쉬운가· 꼴도 보기 싫은 사람을 환한 미소로 반갑게 쳐다봐야 할 때가 있고, 정말 좋으면서도 겉으론 싫은 척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왓 위민 원트>는 우연한 사고로 여성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것도 여자를 볼 때 엉덩이나 가슴을 먼저 쳐다보고 모든 여성들이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만만한 골수 남성우월주의 닉 마샬(멜 깁슨)에게 닥친 이야기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닉은 여성상품의 광고를 위해 스타킹을 신고 매니큐어를 칠하고 마스카라를 발라 보지만 어디 겉모습만 따라 한다고 여성의 심리를 꿰뚫을 수 있을까· 마치 출근길 밝은 미소로 인사하는 여직원들의 속마음엔 “이 속물”, “오늘은 또 어떤 말로 나의 속을 뒤집을까·”가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하듯이. 특히 남자들의 전유물인 양 여성에게 내뱉어 대던 성적 농담을 여자 흑인 수위가 “저 빵빵한 엉덩이”하며 닉의 엉덩이를 훔쳐보고, 맥과이어(헬렌 헌트)가 닉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속마음 대사에서는 통쾌함마저 느껴진다.

이처럼 이 영화가 흥미를 끄는 것은 그동안 소외됐던 여성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는 메시지와 함께 닉의 상사로 맥과이어가 등장, <귀여운 여인>류의 신데렐라 콤플렉스나 자극하는 여성의 모습에서 벗어나 자신만만하면서도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보여 여성을 일의 주체로 끌어올렸다는 점이다.

특히 영화 후반 자신에게 버림받는 여자에게 닉이 여성의 속마음을 듣고 “사실 나 게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실소와 함께 닉이 남성우월주의에서 여성을 이해해 가는 과정을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그려 고급스러운 코미디를 만들어 냈다. 여기에 타자에게 귀를 기울이면서 딸과, 여성들과 그리고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화해해 나가는 닉의 모습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에서 한 단계 발전시켜 상대에게 귀를 기울여보라는 진지한 메시지까지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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