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그림, 일본 고전 문학에 많이 나오는 동물비고도리 '제비'…똥광속 닭볏 '봉황'

화투에 나오는 새는 어떤 새일까? 고스톱 8광에 날아가는 새는 어떤 새일까? 1광에 있는 새는 무슨 새일까?

정답은 일본의 옛날 시 같은 일본 고전을 분석해서 월별로 새와 동물, 꽃과 나무로 분석해 보면 일본 고전 문학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화투의 그림이다.

일본의 전통 정서가 담긴 <만엽집(万葉集)> 4516수와 <팔대집(八代集)> 9502수 안의 고전시가를 분석해 보니 음력 8월의 새로는 기러기가 나온다고 한다.

◇왜 음력 8월 한가위에 기러기인가? = 음력 8월 15일 한가위에 겨울 철새인 기러기 그림은 어딘지 조금 이르다는 느낌이 든다.

한가위를 앞둔 지금 주남저수지나 우포늪에 가도 겨울철새인 기러기를 찾아보긴 어렵다.

겨울 철새인 기러기 선발대가 음력 8월 15일 한가위 가을이 되면 겨울철새가 내려오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포스터의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 찬 서리 맞으면서 어디론가 가나요?'라는 노래 기억하시는 분이 많을 것이다. 또 어려서 친구들과 함께 손동작하며 부른 노래 '아침 바람 찬 바람에 울고 가는 저 기러기'라는 노래도 기억하실 것이다. 기러기의 이동은 세계적으로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자연의 시계였던 것이다.

   
 
 
◇흑싸리와 비둘기
= 4월 흑싸리와 함께 보이는 새는 비둘기일까? 싸리는 알겠는데 흑싸리는 무슨 나무일까? 흑싸리 나무와 새를 알기 위해서는 역시 일본 고시를 분석하면 된다. 흑싸리는 등나무고 비둘기는 두견새라고 한다. 홍싸리라 부르는 멧돼지 그림이 진짜 싸리나무다. 그런데 등나무가 왜 흑싸리로 바뀌었을까? 일본에서는 등나무를 명문가 집안의 문양으로도 쓰고 가마에 장식으로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칡과 등나무를 한데 모아 갈등(葛藤)이라는 말로 멸시하였다.

그래서 화투의 음력 4월이 등나무가 아니고 흑싸리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림을 보면 이상한 점을 볼 수 있다. 새가 있는 화투짝은 가지가 아래로 내려와서 등나무나 아까시(아카시아의 바른말)나무처럼 보이지만 나머지는 세워서 싸리처럼 보인다.

흑싸리 패를 손에 쥘 때 새가 있는 패처럼 가지를 밑으로 처지게 잡아야 생태(?) 고스톱이 될 것이다.

   
 
 
◇매화와 꾀꼬리, 휘파람새
= 2월 매화꽃 핀 매화 가지에 앉아 있는 새에 대한 설이 꾀꼬리와 휘파람새로 갈린다. 매화의 일본말 우메와 휘파람새의 일본말 우구이스가 두운(頭韻)이 맞다. 우리나라에서 휘파람새는 여름철새가 많다. 일본은 텃새가 많다.

그래서 매화가 피는 음력 2월에 한국에서는 휘파람새도 계절에 맞지않고 여름철새인 꾀꼬리도 맞지 않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많은 분들이 동백꽃을 수정시키는 동박새나 참새라고 이야기하는 분이 많다.

솔광이라고 부르는 일광에도 새가 있다. 학이라 부르는 두루미이다. 한자로 학(鶴)이고 순우리말로 두루미이다. 한국에서는 뚜루 뚜루 울어서 두루미이고 일본에서는 쭈루 쭈루 울어서 두루미를 쭈루라고 부른다.

   
 
 
◇비광도 새가 맞나?
= 비고도리라 부르는 비(雨)에도 분명 새가 있다. 제비가 있다. 귀신 머리카락처럼 밑으로 처진 것은 수양버들이다. 두꺼비처럼 그려진 것은 개구리이고 우산 쓰고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한석봉과 같은 일본 3대 서예가 중 한 사람인 오노도후라는 사람이다.

◇똥광에도 새가 있다? = 똥광에서 똥은 무엇일까? 오동나무라는 분도 많지만 정답은 벽오동이다. 잎이 호박잎보다 큰 오동나무처럼 생겼는데 나무 기둥이 초록색인 것이 벽오동이다. 봉황은 벽오동에만 둥지를 틀고 대나무 열매만 먹고 산단다.

화투짝에서 닭볏을 한 새가 바로 봉황이고 오동잎의 동이 똥으로 바뀐 것이다. 우리 문화에는 오동과 봉황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다.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 밤에' 노래도 있고 '오동추야(梧桐秋夜) 달이 밝아' 노래도 있다. 오동추야 달이 밝은 곳은 마산 오동동일까 여수 오동동일까?

/정대수(진동초등학교 교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