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바지개떡 맥 잇는 방앗간 집 삼남매
우리의 속담에 '떡 본 김에 제사를 지낸다'라는 말이 있듯이, 떡은 천신(薦新) 품목에서 빠져서 안 되는 음식 중의 하나이며, 개인의 일생에서도 길·흉사를 막론하고 꼭 등장하는 음식이다.
다른 음식 같지 않고, '떡을 뗀다'라는 말이 있듯 떡은 나눔의 상징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떡을 하면 혼자 먹지 않고 이웃과 나누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미덕(美德)'이 왜곡되거나 지나치면 악습(惡習)이 되듯, 부정한 돈 받고 '떡값 받았다'라는 몰염치한 사람들의 변명 구실이 되기도 한다.
임진왜란 때 밥·약 됐던 쑥떡 현대인 입맛에 맞게 재탄생
이러한 떡이 한국전쟁 이후 유엔(UN)의 밀가루 배급과 빵, 과자 등의 식생활 변화로 말미암아 점점 설 자리를 잃어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다 국민의 문화 수준이 향상되고, 건강의식이 높아지고, 떡이 빵·과자 이상의 건강식으로 인정받으며, 떡집 경기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떡이 전통시장에서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천대받고 있을 때 묵묵히 향토성이 짙은 전통 떡의 명맥을 지켜온 통영 중앙시장 내 '종도형 떡방앗간'의 박경순(60) 대표는 바지개 떡의 숨은 장인이다.
떡 모양이 지게에 곡식이나 거름을 싣고자 올려 놓는 바지개(발채의 경남 사투리) 같다고 해서 바지개 떡이라고 불렀다 하는데, 떡 한 개만 먹어도 한 끼 식사가 될 정도다.
45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통영 바지개 떡은 허기(虛飢)를 면하게 하는 음식이기 이전에 못 먹어 부황기(浮黃氣)를 얻은 사람들을 치료하는 약(藥)이었다. 이 바지개 떡은 '임진왜란(1592년)으로 곤궁한 통영 백성이 춘궁기인 보릿고개에 식량이 없어 끼니를 때우지 못해 허기가 져 몸이 퉁퉁 붓는 부황기가 있는 사람에게 이른 봄 해풍을 맞아 향과 약성이 깃든 통영 쑥을 채취해 바지개 모양의 주먹 크기로 떡을 먹여 몸을 추스르고, 나중에 보리가 익어 춘수(春收)를 하면 보리로 갚게 했다'고 한다.
어머니 가업, 아들에 대물림 두 딸도 각각 떡집 창업
비록 전통시장에서 작은 떡집을 경영하지만, 자식들 모두 대학까지 공부시키고, 이제는 자신이 수십 년간 경영하던 통영 중앙시장 안에 있는 '종도형 떡 방앗간'은 둘째 아들인 김도형(26) 씨에게 대물림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바지개 떡 1팩 2000원. 통영시 중앙시장 안 종도형 떡 방앗간. 055-642-7119, 643-5626.
/김영복(경남대 산업대학원 식품공학과 초빙교수)
김영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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