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들녘 위엔 된장잠자리 떼 가득붉은몸 고추잠자리 혼인 준비 한창

노란 은행잎, 붉은 단풍잎, 빨갛게 익어가는 고추와 노을빛 홍시, 허수아비 우뚝 서 있는 황금빛 들판 위를 맴도는 빨간 고추잠자리들. '가을'이라는 말과 함께 떠오르는 정겨운 풍경들이다. 그래서일까? 가을을 한 가지색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붉은 색을 선택할지 모른다.

고추잠자리도 가을의 정감과 맞닿아 있는 곤충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붉은 빛을 띤 잠자리는 모두 '고추잠자리'라고 부른다. 가을에 붉은 색을 띠고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잠자리들은 고추좀잠자리, 두점박이좀잠자리, 대륙좀잠자리, 하나고추잠자리, 흰얼굴좀잠자리, 날개띠좀잠자리 등이 있다.

된장잠자리(사진 위)와 고추잠자리.
이런 붉은 빛은 잠자리의 성숙 단계에 따라 나타나는 몸 색이거나 상대를 유혹하기 위한 혼인(婚姻)색이다. 마치 신부가 시집을 가기 전에 얼굴에 바른 연지 곤지와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고추잠자리를 가을에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고추잠자리는 5월 중순부터 관찰이 된다. 모내기를 위하여 농로를 달리는 경운기의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둠벙 옆 나뭇가지에 앉아 봄볕을 즐긴다. 하지만 사람이 살금살금 다가가면 발걸음 소리에 놀라 하늘을 날아오르지만 조금 후 자기가 앉았던 자리에 다시 살짝 내려앉는 무딘 성격의 소유자이다.

붉은 고추잠자리들 말고도 해질 무렵 가을 들판 위를 가득 메우고 나는 잠자리 떼를 볼 수 있다. 된장잠자리다. 된장잠자리를 채집하여 아이들에게 보여주면 된장잠자리라는 말에 아이들은 까르르 웃다가 몸 색을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이들은 된장잠자리도 있으니까 간장잠자리도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잠자리는 남방계 잠자리로 베트남이나 필리핀 등지에서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비래(飛來)종으로 우리나라 토착종이 아니다. 잠자리의 놀라운 비행 능력에 감탄할 뿐이다.

세월이 변하고 시대가 변하더라도 황금빛 가을 들판 위에서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된장잠자리와 가을 들판으로 나가는 농부의 인기척에 놀라 날갯짓하는 고추잠자리는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그 때도 우리들처럼 잠자리를 통하여 누군가 가을의 풍성함과 가을 빛을 채우는 잠자리에 대하여 이야기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변영호(거제 계룡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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