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둔치 농업' 금지 계획에 1만 농민 밥벌이 사라져부산·경남 주민 '물 부족·식수 대란·홍수 피해' 떠안아

몇 년 전 '로또 복권'이란 것이 나왔을 때 '대박 아니면 쪽박'이란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로또를 사서 만약 일등에 당첨되면, 없이 살던 서민도 그야말로 인생 역전의 큰 행운을 거머쥘 수 있는 반면, '꽝' 나는 경우 그나마 지니고 있던 쌈짓돈마저 허공에 날려야 하기 때문에 생겨난 유행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런 만큼 그 뒤 주식이나 부동산 광풍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에도 어김없이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기도 했다.

살 만한 사람들 입장에선 로또에 투자한 몇 천원이 그리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하루하루 땟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 입장에선 몇 천원의 돈도 생존과 직결된 마지막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참 재치 있고 기발한 유행어라 생각했었다. 대박은 늘 일부 극소수 사람들의 것인 반면, 쪽박은 언제나 힘없고 빽(?) 없는 다수 국민의 것이었다.

정부가 4대강 제방 안에 있던 하천부지 농업을 모두 금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김해시는 지난 5월 '낙동강 김해지구 하천환경 정비사업' 보상을 위해 실 경작자와 일괄협약을 체결했다. /뉴시스
4대강 살리기 사업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유사 이래 최대 최악의 토목공사로 지목받고 있는 4대강 사업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누구에겐 대박을, 또 다른 누구에겐 쪽박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확신이 점점 크게 든다.

첫째,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먹는 물' 문제가 그렇다.

알다시피 우리나라 4대강은 국민 70%가 생명수로 이용하는 식수원이다. 대규모 준설과 수십 개의 본류댐(보) 설치를 핵심으로 4대강 사업은 식수원을 철저히 파괴할 가능성이 높다.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10개의 본류댐은 낙동강 물 흐름을 지금보다 10배나 지체시켜 4대강 사업이 끝나는 2012년엔 '낙동강은 사라지고, 11개의 거대한 죽음의 호수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오비이락일까. 4대강 사업이 발표된 시기와 맞물린 지난해 말 낙동강 상수원 이전 계획, 즉 서부 경남 도민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는 '남강댐 수위 상승을 통한 남강물 부산 공급 계획'이 발표되었다.

정부(환경부)는 청정수원 확보 및 취수원 다변화를 명분으로 700만 영남 주민의 주된 식수원인 낙동강 표류수 취수를 사실상 중단하고 기존 취수원을 남강댐과 합천댐 등지로 옮기는 것을 골자로 한 '낙동강 취수 체계 조정 방안'까지 제시했다. 이 과정에 마산시가 강변여과수 등 정부 제시안을 거부하고 남강댐 물 전량공급을 요구한 사실까지 전해지면서 물 문제가 서부경남을 넘어 경남 전역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다.

멀쩡한 낙동강에 국민 혈세 10조 원을 투입하여 가뭄에 대비해 엄청난 수량의 물을 추가로 확보함과 동시에 기존 계획보다 훨씬 앞당겨 수질도 개선하겠다고 하면서, 또 다른 쪽으로는 수조 원의 별도 예산(남강물 부산 공급에만 약 3조 원)을 들여 상수원을 옮기려고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수질이 악화되고 상수원이 파괴되면 누가 대박을 터뜨리고, 누가 쪽박을 차게 될까. 정부는 최근 국가 재정 파탄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4대강 사업비 15조4000억 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8조 원을 한국수자원공사에 떠넘기는 대신, 4대강 주변을 정비하며 새로 생기는 땅에 수자원공사가 독점권을 갖고 수익 사업을 벌이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당장 수돗물 값 인상 문제가 불거지는 일이 발생했다. 정부에서 2013년까지는 물 값 인상을 막겠다고 했지만 그 이후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지난해 5월 촛불정국에 떠밀려 일시 중단됐던 '수돗물 민영화 정책'이 4대강 사업 및 상수원 이전을 계기로 다시 표면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수자원공사나 거대 토목건설업체, 일부 땅 많은 지주, 투기꾼 등에게는 4대강 사업과 상수원 이전계획이 분명 떼돈을 벌 수 있는 대박이 되겠지만 낙동강 물을 먹고 살아온 부산 경남 주민들은 그로부터 발생되는 문제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쪽박 신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강물 부산 공급 계획만 봐도 전문가들조차 남강댐 수위 상승에 따른 대규모 홍수피해는 물론, 가뭄 또는 수질 오염 사고에 따른 서부경남을 포함한 부산·경남 물 부족 사태, 식수 대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한다. 낙동강 표류수 상수원을 모두 인근 댐으로 옮길 경우 문제는 더욱 커진다. 부산·경남 주민들은 세금까지 내가며 홍수 피해, 물 문제를 자초하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둘째, 농업, 농촌문제, 그리고 이로 인해 파생될 수밖에 없는 도시민 문제도 그렇다.

정부는 수질 오염을 이유로 4대강 제방 안에 있던 하천부지(둔치) 농업을 모두 금지한다는 계획이다. 수질 오염 방지라는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처럼 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먼저 농민 문제. 4대강 유역에서 둔치 농업을 해 온 농민은 전국적으로 1만 가구가 넘는다고 한다. 이들이 대책 없이 하천부지에서 쫓겨나는 경우 농촌 난민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적잖은 농민들이 따로 농지를 소유하고 있지 않거나 대체 농지를 확보하지 못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정부 보상비가 이주 및 대체농지 확보 등에 쓸 만큼 충분하지 않은데다, 이미 4대강 사업 대상지 주변 농지 가격이 턱없이 올라(기존보다 2~3배) 돈이 있어도 땅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농업이란 일자리를 포기하고 딴 일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들은 결국 도시로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어서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농업 문제도 발생한다. 4대강 사업으로 사라질 둔치 농지는 낙동강에서만 1000만평이 넘는다고 한다. 게다가 4대강 사업으로 강바닥에서 파낸 엄청난 준설토(약 5.57억㎥) 역시 대부분 강 바깥 인근 농지를 임차하여 2~5년 쌓아둘 계획이다. 낙동강 유역 등지에서 일시에 사라질 농지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 농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주로 시설하우스로 재배된 채소류)은 대부분 인근 대도시 도시민들의 식탁을 채운다. 따라서 4대강 사업으로 이들 농지에서 농산물 생산이 중단되면 수요 공급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농산물은 먹을거리라는 특성 때문에 생산량이 10% 정도만 변동해도 가격 파동이 일어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당장 내년부터 심각한 농산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요컨대 4대강 사업에 다른 하천부지 농업 금지는 주변 땅값 상승으로 일부 지주 등에게 큰 혜택을 줄 수도 있겠지만 해당 농민과, 도시민에겐 피해와 부담을 안겨줄 공산이 크다. 누구에겐 대박이지만 적어도 농민들과 도시서민들에겐 쪽박인 것이다.

/이환문(진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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