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남성동 베니베니

마산 남성동 '베니베니' 로스터리 카페. 로스터리 카페란 직접 생두를 볶아 원두로 만들어 쓰는 곳이다. 커피는 패스트푸드와 슬로푸드를 넘나드는 성격인 듯하다. 에스프레소(espresso)는 '빠르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압력(9기압)을 가해 짧은 시간 안에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따지면, 패스트푸드와 닮았다.

'베니베니'도 에스프레소 머신을 쓴다. 또한, 핸드 드립 방식도 굳게 지키며 내세우고 있다. 핸드 드립은 기계를 안 쓰고, 깔때기(드리퍼, dripper)를 통해 커피를 거르는 방법이다. 그만큼 시간이 길고, 기다리는 일도 따른다. 이전 볶는 과정도 꽤 많은 공을 들이기에 슬로푸드에 가까운 커피라고도 할 수 있다.

베니베니 박용림 대표가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뽑고 있다.
박용림 대표는 에스프레소에서 핸드 드립으로 최근 유행이 바뀌는 듯하다고 했다. "에스프레소가 과학과 커피의 만남이라면, 핸드 드립은 커피와 정성이 만난 거죠." 드립 방식은 오로지 물의 흐름으로 커피를 뽑는다. 신선한 원두를 쓰면, 뜨거운 물을 부을 때 거품이 많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진흙처럼 원두가 굳어 액이 추출되지 않는다.

박 대표는 드립 방식으로 뽑은 일명 레귤러 커피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거른 걸 똑같이 차가운 물을 더해 선보였다. 레귤러 커피는 빛깔이 맑고,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만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조금은 탁했다.

맛도 비교할 수 있다. 레귤러는 구수함이 강한 반면, 쓴맛은 별로 없는 편. 핸드 드립 방식으론 무수한 커피 종류 가운데 한 가지를 골라 쓰는 일이 가능해진다. 기계가 뽑았을 때보단 맛과 향의 구별이 쉽기 때문이다. '베니베니' 단골들도 핸드 드립 커피에 익숙해진 이들이 많단다.

한 건물에 하나씩 수 없이 많던 다방이나 커피숍이 프랜차이즈 브랜드에 문화를 빼앗겼다면, '베니베니'가 고수하는 드립 커피는 그걸 되찾아오는 분명 차별되는 특징이다.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커피숍들은 약속 장소였다. 기다리는 설렘이 있던 곳. 드립 커피 맛에도 그런 두근거림이 있는 듯했다. 마산 남성동 142-34번지(남성지구대에서 어시장 방향으로 5m 남짓). 055-244-3551.

창원 중앙동 키다리

키다리 커피숍 여은상 대표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창원 중앙동 커피숍 '키다리'. 처음 이곳에 들어선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테이크 아웃(Take Out, 즉석에서 포장해가는 것)만 되나?' 키다리는 수평을 깬 수직 구조다. 1층에서 주문을 하고, 꼭 지하로 숨는 느낌이랄까.

20여 년 동안 건축설계 일을 해온 여은상 대표가 2006년 지금의 모습으로 바꿔놓았다. 창고로 쓰면서 버려진 공간이었는데, 커피숍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은 셈이다.

"이 공간에서 입, 귀, 코, 눈 등 온 몸으로 느끼고 즐기길 바라는 거죠." 여 대표가 커피숍을 꾸리는 데 강조한 대목이다. 오감을 넘어선 공감각이다.

나직하게 흐르는 재즈와 보사노바는 자연스레 커피 향이나 맛과 어우러진다. 스무 종류 넘는 잡지나 아기자기한 인형들도 볼 수 있다.

커피숍이 커피만 파는 곳은 아니다. 여 대표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라고 했다. 경남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벽 곳곳에 걸려 있다. 전시 가치를 지니고도 작업실에 쌓여 있던 것들이 커피숍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사려는 사람이 있으면 작가 연락처를 알려주기도 한다. 커피숍에는 젊은 작가의 전시, 작은 음악회가 열릴 수도 있다. 대가 없이 공간을 빌려준다는 말이다. 기존 분위기를 흩뜨리지 않으면 된다.

커피는 블렌딩(Blending, 원산지가 다른 커피를 섞는 일)한 것들을 들여와 쓰고 있다. 여 대표는 이탈리아 라바짜(Lavazza) 제품도 쓴다고 일러줬다. 수 차례 시험한 후 결정한 맛. 커피뿐 아니라 우유나 시럽 등 재료들은 쉽사리 바꿀 수는 없다.

매실이나 오미자도 비록 작은 양이지만, 손수 거둬들여 맛깔나게 차로 내놓는다. '키다리'는 자체 브랜드다. 로고도 여 대표가 직접 디자인했다. 초반 주춤했으나 이젠 소문이 나서 20대 여자 단골 손님이 많다. 이른바 된장녀 풍속 가운데 빼놓을 수 없다는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등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부럽지 않은 까닭이다.

여 대표는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빵, 과자도 보태어 베이커리 카페로의 변신도 꿈꾸고 있다. 창원 중앙동 89-3번지 키다리빌딩 1층(정우상가 맞은편). 055-285-9677.

베니베니 키다리 알려준 커피상식

◇"이런 무식한 미국인들 같으니라고!" =
흔히 마시는 커피 가운데 '아메리카노'가 있다. 이름대로 미국식(America) 커피를 뜻하는 말이다.

지금은 원산지가 많고, 세계적으로 즐기는 사람도 골고루 분포된 편이지만, 커피 문화의 원류는 유럽이라고 한다. 진한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많은 양 섞어 만드는 게 아메리카노다.

예전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간혹 공장 야간 노동을 할 때에 많은 사람이 큰 통에 커피를 담아 먹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농도가 짙은 에스프레소를 다량 먹을 순 없기 때문이다.

이걸 두고 커피 문화의 본고장이라고 자랑 삼는 유럽에서는 미국인을 비하하는 의미로 미국인들이 마시는 커피, '아메리카노'라는 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유럽인들이 했을 법한 말은 이렇다. "콜라랑 햄버거 먹듯이 커피도 무식하게 먹는 미국인들 같으니라고!"

개고기를 먹는다고 욕까지 먹었던 우리나라와 미국이 비슷한 처지였다는 게 우습기도 하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먹는 방법이 변화한 것뿐이라는 지적이다. 깔보던 일(아메리카노)이 이제는 보편적인 문화가 됐다.

먹는 방식의 차이도 인정돼야 문화의 다양성도 논할 수 있다.

◇고양이 똥에서 커피가 나온다? = '고양이 똥도 커피에 쓰려니 없네.' 사향고양이(civet)와 커피에 관한 이야기다. 커피 종류 가운데 사향고양이의 소화기관을 통해 배설된 커피 열매로 만든 게 있다. 코피 루왁(Kopi Luwak) 또는 시벳 커피(Civet coffee)다. 똥에서 얻었다지만, 이래 봬도 세계 최고가를 자랑한다.

사향고양이는 열매(cherry)를 먹어도 분해하지 못하고 그대로 똥과 함께 뱉어낸다고 한다. 코피 루왁이나 시벳 커피 등은 주로 인도네시아, 필리핀, 동티모르 등에서 만들어진다. 족제비 종류가 토해낸 커피 열매를 쓰는 베트남의 위즐 커피도 이와 비슷한 것이란다.

사향고양이는 곤충이나 작은 파충류, 커피 열매 등을 먹으면서 자란다. 특히, 커피 열매 안의 커피콩은 소화하지 못하는데, 콩은 열매 안쪽 껍질이 싸여 나온다. 위 안 효소의 단백질 분해로 커피콩의 향미를 더한다고. 그렇다면, 똥 묻은 걸 그대로 볶을까. 아니다. 깨끗이 씻는 과정을 꼭 거친다. 콩은 볶아서 원두가 된다.

똥을 찾아 모으던 예전과 달리 요즘엔 사향고양이를 잡아서 억지로 커피 열매를 먹이고, 콩을 얻는다는데……. 사향고양이로선 학대당하는 기분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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